골프 DIY 1. [그립 교체]
여름 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장마가 열혈골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어요.
모처럼 시간을 내서 친구, 직장동료들과 멀리 1박2일 라운딩을 떠났는데
하루 종일 창 밖으로 내리는 폭우만 바라보다 돌아오면 마음이 너무 아프죠?
큰맘 먹고 우비까지 장만했는데 골프장에서 코스를 아예 닫아버리면 충격은 배가 됩니다. ㅠㅠ;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하늘의 뜻인데요...
잠시 라운딩을 쉬고 장비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클럽에서 우리 손과 직접 닿는 유일한 곳이 바로 그립입니다.
아마추어 대부분이 그립의 상태를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손에 착착 감기는 새 그립은 감촉도 좋고 경기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일반 골퍼들이 그립을 바꿀 때가 되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귀차니즘과 비용이죠.
클럽을 샵에 맡기고 2~3일 후에 찾아 오는 일도 귀찮은데 아이언 한 세트를 모두 바꾸면 비용이 의외로 만만치 않습니다.
조금 좋아 보이는 그립을 선택하면 비용이 기하급수로 늘어나요.
그렇다면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왜요? 있죠... ^^ 바로 DIY입니다.
집에서 그립을 직접 바꿔? 어떻게? 라고 물으신다면
단 5분의 시간과 최저 3천원 정도의 비용이면 그립 한 개를 교체할 수 있다고 답해드리겠습니다.
과정은 너무너무 간단해요.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곧바로 사진 설명 들어갑니다.
1. 준비물
커터칼, 그립, 양면 테이프, 솔벤트
커터는 그립 교환용으로 9천~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있지만 아마추어의 헝그리 피팅답게 일반 문구용 커터면 충분합니다.
그립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골프 그립'으로 검색하시면 개당 3천원에서 2만원까지 다양한 종류를 판매합니다.
현재 사용하시는 그립과 같은 제품이 가장 좋아요.
잘 모르시겠다면 50g에 600구경이 가장 표준입니다. 웬만한 클럽 대부분이 위 스펙이구요,
스탠다드 그립 고르시면 되요.
양면 테이프는 말 그대로 문구점에서 파는 양면 테이프에요. 종이 재질이죠.
솔벤트는 그립 판매 사이트에서 그립 교환용으로 조금씩 덜어서 판매합니다.
솔벤트만 사시거나 그립 12개, 테이프, 솔벤트 200ml 포함해서 최저 3만원에 판매하고 있으니 그걸 사셔도 되요.
라이터 기름이나 심지어 휘발류도 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 솔벤트를 권합니다.
2. 마킹
마커로 그립 중앙 부분에 점을 찍어줍니다.
그립 제조사 로고가 샤프트 중앙에 정렬되어 있으니 그 지점을 찾으세요.
나중에 이 부분을 기준점으로 그립을 정렬합니다.
3. 그립 잘라내기
그립 맨 아래 부분을 살짝 들어서 커터로 흠을 만든 뒤 그 길을 따라 잘라내세요.
스틸 샤프트는 그냥 무식하게 쭉쭉 긁어도 상관없지만 그라파이트 샤프트는 상처나지 않게 주의하면 됩니다.
4. 샤프트 정리
그립을 벗겨내고 나면 샤프트에 양면 테이프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립 교체용 솔벤트를 천이나 휴지에 조금 묻혀서 닦아내면 쉽게 제거할 수 있어요.
화장실 응가 휴지보다 질긴 키친 타월을 추천합니다.
5. 양면 테이프 부착
길게 한번에 붙이는 방법과 테니스 그립 감듯 사선으로 빙빙 돌려 감는 방법이 있는데 결과는 같아요.
그립을 잡아주는 기능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샤프트 뒷부분을 막아주는 것만 잊지 마세요. 그립에 구멍이 있어서 샤프트 끝을 막아주지 않으면
모래같은 이물질이나 물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6. 그립 장착
전문 샵에서는 그립 스테이션이라는 장비나 바이스에 샤프트를 물린 후 장착하지만
아마추어 피팅에서 그런게 어디 있겠어요.
가족, 친구, 남편, 아내 등등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2인 1조로 한 명은 헤드를 잡아주고
나머지 한 명은 그냥 밀어 넣으면 됩니다.
혼자만 있으면 헤드를 발이나 허벅지 안쪽으로 잡으세요. 그리 큰 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손가락이나 나무 티로 그립 뒤 구멍을 막은 뒤 솔벤트를 조금 부어줍니다.
10ml 정도면 충분한데 정확한 양을 계량할 필요는 없습니다.
솔벤트를 많이 넣으면 그립이 수월하게 들어가지만 마르는 시간이 오래 걸리구요,
몇 번 하다 보면 대충 어느 정도 양인지 감이 옵니다. 솔벤트 담은 플라스틱 병을 두세번 짜주면 됩니다.
그립 입구를 막고 몇 번 흔들어주면 솔벤트가 그립 내부에 골고루 묻겠죠.
남은 솔벤트는 그냥 버리지 마시고 양면 테이프 위에 조금씩 뿌려주세요.
그립 입구를 납작하게 누른 뒤 샤프트에 장착하면 쉽게 들어갑니다. 일단 입구를 통과하면 그냥 쭈욱 밀어 넣으세요.
7. 정렬
그립 제조사 로고와 맨 먼저 표시해둔 점을 정렬 시킵니다.
솔벤트 때문에 아직은 그립이 조금씩 돌아갑니다. 살짝 살짝 돌려서 중앙으로 맞춰주면 됩니다.
전문 샵에 가시면 정렬하는 장비도 있지만 그냥 대충 하셔도 되요.
8. 끝
이게 끝이에요. 세워서 반나절 정도 말린 후 사용하면 됩니다.
꼭 그립을 위로 해서 말리셔야 해요.
약간 허탈할 정도로 간단하죠?
9. 사족
그립도 깊게 들어가면 사실 한도 끝도 없습니다.
굵기, 재질, 실그립, 무게... 책 한권은 충분히 써요.
장착도 양면 테이프 대신 에어건으로 쏘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건 아마추어 또는 전문 피팅 이야기입니다.
오늘 소개한 일반인용 그립 교체 DIY는 그냥 일반적인 그립에 표준 장착 방법만 소개한거에요.
그립 교체로 용기를 얻으셨고, 클럽 제작과 수리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저처럼 피팅 교육까지 받아보세요.
골프존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클럽 메이커스에서 일반인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피팅교육을 연중 상시 진행하고 있습니다. ^^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편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골프 DIY!!
궁금한 부분 있으시면 자유롭게 물어보세요. 그 내용으로 칼럼 더 준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