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어제와 다름이 없는 일과가 시작된다. 해가 동쪽 하늘에서 올라오는 시간에 맟추어 한강공원으로 발길은 향하고 있다. 어제 보다는 약간 추위가 꺾인 영하 3℃가 스마트폰에 뜬다. 털모자 두툼한 Neck warmer 내복 방한용 등산복 등산양말 등산화 스키용 장갑으로 노객(老客)의 노구(老軀)는 완전무장이다. 빼꼼하게 드러난 두 눈에서는 찬 바람으로 눈물과 콧물이 그칠 줄을 모른다. 청담공원을 오르고 청담나들목을 빠져 나오는 순간 시원한 강바람과 눈부신 태양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렁이는 강물 위에는 수 많은 물오리 가마우치 갈매기들이 삶의 환희를 만끽하고 있다. 청담대교 위로는 7호선 전철이 덜커덩 덜커덩 굉음을 울리며 바삐 지나간다. 그토록 소음으로 시끄럽건만 날짐승들은 아침식사 사냥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한강가로 내려서며 다가간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생소하다. 쓰레기 더미인가 아니면 물오리들이 서로 엉겨붙은 것인가. 사람 크기의 인형 같기도 하다. 생각도 잠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시야를 빼았는다. 눈을 부비고 폰으로 확대를 하여 재차 확인을 한다. 회색 겨울 점퍼에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양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누워있는 모습이다. 점퍼는 풍선처럼 부풀려 있고 물결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 저 아래 물에 떠있는 것이 사람이 맞지요 ? " 지나가려는 청년을 불러 세운다. 재차 확인 후에 " 여기 청담나들목을 나와서 청담대교 바로 밑입니다. 지금 사람이 강물에 떠있습니다. 빨리 좀 와 주세요 " 112로 다급하게 신고를 한다. 신고한 시각을 확인해 보니 08시 08분이며 통화시간이 01분 01 초이다. " 신고가 접수되어 지금 경찰관이 출동중입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112에서 답신이 온 시각은 08시 12분이다. 물 위에 떠있는 사람은 생(生)과 사(死)를 확인은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물결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물속에 잠겼다 휩쓸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살아 생존의 처음 접하는 80을 향한 노객의 떨리는 목소리라도 들은 것인가. 떠내려가지도 않고 청담대교 교각 밑에서 물가 쪽으로 밀려나온다. 차가운 물결소리만이 귓전을 흔들고 있다. 빨리 구급대원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 사람 살려요 " 소리라도 지르면 뛰어 내려가기라도 할 수는 있을까. 그런 용기와 의협심이 이 노객에는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인가. 무슨 사연이 있기에 차가운 물속에 뛰여 내린 것인가. 아니면 누구로 부터 죽임을 당한 사연인가. 몇살이나 된 사람인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결혼은 ? 자식과 아내는 ?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든 의구심이 마음을 짓 누르고 있다. 뛰거나 걷고 자전거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뿐이다. 아무 관심이 없다. 자신을 위한 발걸음만을 재촉하고 있다. 살을 애는 강바람에 몸은 움츠러들고 있다. 장갑을 벗고 동영상을 찍고 있다. 찍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굳이 답변이 필요치 않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강물만을 주시한다. 바로 건너편 뚝섬유원지 바로 아래 쪽에서 보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놀이배인지 구급대원을 태운 보트인지 모르겠다. 천천히 오는 모습이 구급용은 아닌가 보다. 한강경찰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그제서야 생각이 난다. 1KM 남짓한 건너편에 한강경찰대와 119 수난구조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객의 걸음으로도 10여분이면 닿을 수가 있는 위치이다. 반갑기도 괘씸한 마음도 지울 수가 없지 않은가.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는 모양새이다. 가까이 다가오더니 다시 뱃 머리를 돌린다. 두번 더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닌가. 도착해서도 안타까운 시간만 흐른다. 경찰 한 사람만이 잠수복 모양을 걸치고 내린다. 급박한 모습은 전혀 없다. 뱃 물살에 시신은 계속 물벼락으로 허덕인다. 살아있는 사람도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아니 그렇게 천천히 다가오고 도착해서도 수습도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인명을 구조할 겁니까. ~~~ " 아침이라도 먹고 있는 데 괜히 신고를 해서 저들을 귀찮게나 한 것인가. 돌아갈 때는 급속으로 악세레이터를 쥐여짜는 모양이다. 그 시각이 08시 32분이다. 심장이 빨리 뛰고 뒷덜미가 뻐근해지고 있다. 머리 속이 무엇으로 꽉 찬 느낌이다. 실종신고를 하고 이제나 저제나 뜬 눈으로 밤을 지샌 가족들은 어떨까. 이런 어처구니 없는 112 경찰을 보노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분통이 치밀어 할 말이 없을 게다. 영옥(營獄)의 처지인 전직 두 대통령이라던 남녀는 어떤가.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있는 파렴치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그들의 침식(寢食)비용도 아까운 것이 아닌가. 매일 메스콤에 떠들고 있는 국회의원 대법원장 대법관 판검사 공무원 지방의원들의 실상은 어떤가. 윗물 부터 아랫물까지 모두가 그 놈이 저 놈이고 그 년(年)이 저 년(年)이다. 꽃놀이패 놀음만 하고 있는 작태들뿐으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한다. 돌아서면 불법 탈법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저들과 공모(共謨) 공생(共生)의 수혜자(受惠者)는 아닐까. 누구를 원망하려는가.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은 없다. 이 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촛불 민심의 유효기간은 끝나가고 있는가. 대한민국에 태여난 내 자신이 부끄럽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앞으로 살아갈 내 자식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들이 눈에 밟힌다. " 다시는 이 나라에 태여나지 않겠노라고 태여나지 말라고 " 목이 메이고 혈압이 오르며 가슴이 답답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