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태 축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희태 센터장 ⓒ이상헌 |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지나고 높은 언덕을 넘어 간신히 도착한 김희태 축구센터. 지난 2일, 일동중과 이동중의 '2012 대교눈높이 중등부 경기북동리그' 경기가 열리는 인조잔디구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한눈에 봐도 숨이 탁 막히는 계단을 또 올라야 했다. ‘하악~ 하악~’ 그렇게 도착한 경기장.
포천의 시골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경기장에서는 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뜨거운 ‘형제팀’ 간의 경기가 한창이었다. 삼삼오오 응원석에 모여 앉아 아들을 응원하는 부모님들 가운데에 흐뭇한 미소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한남자가 있다. 까만 얼굴과 진한 눈썹, 그리고 선한 미소를 갖은 ‘김희태 축구센터의 수장’ 김희태(59) 센터장이었다.
1970년대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했던 김희태 센터장은 박지성과 안정환을 발굴해 낸 스타메이커다. 그는 선수 생활을 마친 후 아주대 코치를 시작으로 국가대표 코치와 아주대-부산 대우 감독 등을 역임하며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02년 7월 한일 월드컵이 끝난 직후에는 고향 포천으로 돌아가 축구인 최초의 개인 축구센터를 설립하며 유소년 축구 지도를 시작했다. 또한 최근 2011년 8월 ‘세계 최강의 축구클럽’ 바르셀로나와 유소년 축구지도 업무조인식을 맺으며 집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특별한 소식이 없다. 바르셀로나와 함께한 김희태 축구센터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유소년 축구 교육은 무엇일까? |
| 김희태 축구센터에서 열렸던 바르셀로나 축구 캠프 ⓒ박성준 | -바르셀로나 축구지도 업무조인식 후 처음 뵙는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유소년 축구계 핫이슈’였는데,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선수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사실 바르셀로나 축구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축구교실을 진행하려고 MOU도 체결하고 1년간을 준비를 했다. 그 쪽에서도 우리 센터에 다녀가고 우리 이름도 바꾸고...
다 좋았는데 그쪽 프로그램이 엘리트 선수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고 축구를 취미로 하는 클럽팀 프로그램이었다. 우리가 잘못 알았던 거다. 주말에 두 번 정도 운동하고 재미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선택을 유보했다. 우리는 엘리트 선수를 양성하는 축구센터다. 숙소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그야말로 축구 선수 양성소다. 취지가 우리와 안 맞았다.
또한 로열티를 너무 많이 요구했다.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그 쪽에서 배울 특별한 이유가 없다. 우리도 스페인 코치가 있고, 스페인 유학도 가고 있다. 지금 스페인의 아틀레틱 빌바오 유스 팀에 4명이나 가 있다. 그 팀 유스팀 시스템도 굉장히 훌륭하다. 가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 중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예전부터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서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우리는 기본기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교육하기 때문에 그 쪽과 색깔이 다르다. 혹시 서울에 클럽팀을 운영한다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 그런 프로그램(바르셀로나에서 제공한 취미 위주의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수도권에서 너무 멀고, 포천시의 인구도 적다. 누가 오겠는가?(웃음) 나중에 축구 저변확대를 위해 서울에서 한다면 가능하다.
-현판도 그대로 있어서 아직 바르셀로나와 교류 중인 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일동중, 이동중에 이어 포천FC라는 세 번째 팀을 꾸리게 되었나?
현판도 곧 다시 고칠 예정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일동중만 운영하다가 경기 경험을 쌓기 위해 두 팀으로 나눴다. 일주일 동안 훈련을 하면 그것에 대한 결과물로 시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인원 수가 더 늘어서 클럽팀도 창단하게 됐다. 벌써 중등부에만 총 3팀이다.
그러나 팀은 세 팀이지만 기본기 훈련은 똑같이 한다. 단계별, 연령별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안에서부터 경쟁을 하고 재미있게 하니까 아이들이 열심히 한다. 각 팀 담당 지도자는 다르지만 학부형 회장은 한 분이다.
아이들도 축구를 얼마나 일찍 시작했느냐의 차이지 배우는 것은 다 똑같다. 그리고 가능성 있는 애들은 내가 직접 클리닉을 해준다. 클리닉은 부분 맞춤형으로 한다. ‘중심이 높다, 전술적으로 떨어진다’고 하면 그 부분을 보강해 준다. 팀 훈련은 팀별로 하고, 나는 개인 클리닉을 맡고 있다. 개인 기술이나 체력 부분을 보완해 주고 있다.
고등학교도 두 팀이다. 지금 경기에 뛰고 있는 중학교 아이들도 고등학교 가면 아마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다. 경기는 일단 이겨야 하는 것이지만, 시간을 가지고 아이들 기량 점검 정도로 시합을 생각해야 한다. 무조건 이기는 것만 생각하면 성인이 됐을 때 문제가 된다. 기본기를 단계별로 밟아서 나중에 성인 선수가 됐을 때 좋은 선수로 만드는 것이 김희태 축구센터의 목적이다. |
| 김희태축구센터 소속의 일동중과 이동중의 맞대결 ⓒ이상헌 | -축구센터를 설립한 후 10년 동안 프로그램, 학생수 등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김희태 축구센터의 중점 지도 사항은 무엇인가?
판단력 훈련이다. 선수들이 기술훈련과 체력훈련을 무엇 때문에 하는가? 선수들은 볼을 잡기 전에 패스할 것이냐, 드리블 할 것이냐, 슛을 할 것이냐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기술이나 체력이란 것도 그런 판단을 명확하게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 갖춰져야 하는 부분이다. 흔히 ‘볼을 잘 찬다’는 아이들을 보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스피드나 힘만을 이용해서 돌파한 다음 골을 넣는다. 그런데 그런 것은 상대가 강할수록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다.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빠른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개인 능력과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그리고 협력플레이가 되어야 한다. 이기는 것에 매달리다 보면 선수 개인 기술 발전보다는 전술적인 움직임만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 일동중, 이동중 학생들이 지금은 그리 강하게 보이지 않아도 나중에 이런 기술들이 갖춰지면 강한 선수로 탈바꿈할 것이다.
진짜 좋은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가서 잘하면 된다. 이런 부분들은 초등학교 학생에게 죽어라 이야기 해도 모른다.(웃음) 어렸을 때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중학교 때는 생각하면서 축구를 할 수 있게끔 기술을 입혀줘야 한다.
이천수 같은 선수를 봐라. 얼마나 빠르고 좋나? 하지만 협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 리그에서는 적응을 잘하지 못한다. 공격할 때는 보이지만 수비할 때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교육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인성이 바르게 형성되는 것을 도와줘서 본인 스스로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외국에 나가게 되면 영어나 스페인어 등 그 나라 말을 해야 한다. 공부를 해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축구도 잘 배운다.
-현재 김희태 축구센터에는 중등부와 고등부만 있다. 더 넓은 축구저변을 위해 다른 과정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실 초등부도 있었다. 현재 바르셀로나 유스 팀에 들어간 이승우도 우리가 5년간 교육했었다. 그 아이는 이곳에서 교육받았던 선수다. 여기서 교육한 후 홍명보 축구교실에 보냈었다. 기술도 좋고 해결사 기질도 있는 좋은 선수다. 다만 팀과 융화되는 부분이 다소 부족한데, 이것이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도 문제점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아직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고친다면 그 누구보다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어쨌든 초등부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없애야 했는데, 지금은 초등부를 다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
| 김희태 센터장이 키워낸 한국축구의 아이콘 박지성 ⓒKFA 홍석균 | -오랜 시간 동안 선수들을 지도해 오며 박지성과 안정환 등 많은 선수들을 발굴했다. 한국 선수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민첩성이나 순발력이 세계적이다. 거기다가 지구력을 갖고 있다. 유일하게 못 갖춘 것이 근력, 즉 힘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민족이 그런 것이라서 어쩔 수 없다. 시간이 가면 자연히 해결되는데 지금 우리 유소년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서 체력 운동에 너무 많이 투자한다. 때문에 지금은 잘하는 것 같지만 성인이 되면 기술이 떨어진다.
체력은 시간이 가서 신체가 성장하면 자연히 늘게 된다. 하지만 기술습득은 시간이 간다고 해서 자연히 느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단계별로 기술 운동을 잘 해야 한다. 좋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기술 습득만 잘한다면 많은 좋은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다.
기성용을 생각해봐라. 기성용은 다른 한국 선수에 비해 느리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느린 선수라고 평가 받지 않는다. 그 나라 선수들이 빠른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선수들은 몸이 느린 것을 생각해서 코디네이션 훈련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런 운동을 안 해도 빠르고 강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코디네이션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 훈련의 성과는 20년 정도 후에 나온다. 앞으로 꾸준한 시간을 두고 투자 하다 보면 분명히 세계적인 선수가 나올 것이다.
사람한테는 20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사람한테 하는 건데 그렇게 쉽게 결과물이 나오겠나? 여기가 이제 10년 됐다. 앞으로 10년이 더 가야 자리를 잡을 것이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코치들이 그 정신을 물려받아서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김희태 축구센터에서는 축구 외적인 공부도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축구센터에서 공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선수 인성이 안 갖춰져 있으면 물거품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많이 신경을 쓴다. 우리가 교육을 시키다 보면 엘리트 운동 선수에게 왜 공부를 강조하냐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신다.
나중에 잘 됐을 때는 해외진출을 하고, 잘 안 되더라도 방향 전환을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 이곳은 선수 지도를 위해 몇 십 년을 내다보고 교육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을 공부와 인성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축구선수다. 경기를 뛰어야 한다. 늘어나는 선수들을 위해 팀을 늘려야 했다. 나는 당장 이 곳에서 어떤 선수가 나오고 어떤 성적을 낸다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성적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이 곳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 동안 센터를 유지하면서 선수들도 꾸준히 늘었지 줄지 않았다. 우리가 우승을 많이 한 것도 아니지만 리그 권역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렇다고 좋은 선수가 많은가? 그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내년엔 더 좋고. 그러면 만족하는 거지 지금 당장 어떤 성적을 내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동중 아이들 중에는 국영수 전교 1등도 있다. 예전에는 안 해서 그렇지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 축구를 잘한다는 선수들이 온다. 하지만 거기서 더 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는 늘지만 팀 전술 이해도 등에서 많이 떨어진다.
그것은 공부와 관련이 있다. 선수들이 세계적인 축구 흐름, 빨리 볼 처리를 하고, 빨리 볼 추격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좋은 특징에 그런 것들만 보완이 된다면 더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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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태 축구센터 선수들과 함께 한 김희태 센터장 ⓒ박성준 | -하지만 그로 인한 많은 고난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축구 선수 부모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이런 교육 시스템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나?
나도 처음에는 학교와 학부모들이 원하는 성적과 싸웠다. 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시키고, 처음에 분위기를 만들려고 학교 성적순으로 밥을 먹였다. 그때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축구 선수인데 공부를 시킬거면 이곳에 오겠냐’라고 했다.
경기도 0-7, 0-5로 매번 졌다. 하지만 끝까지 내 생각을 고수했다. 맘에 안 들면 전학 가라고까지 했다. ‘어떻게 축구 선수만 하냐? 부상 당해서 선수 생활을 그만두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오히려 부모님들이 공부를 시켜달라고 해야 하는데 꺼꾸로 내가 시키는 상황이 이상했다. 그래서 학교에도 ‘우승만을 원하지 마라. 그것이 안 지켜질 경우 다른 학교로 옮기겠다’라고 말했다. 교장 선생님과 학부모 설득이 힘들었다.
-그 동안 김희태 축구센터를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를 키워내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가?
도움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런 것은 이야기를 해 봤자 소용이 없다. 축구인들이 축구 발전을 위해 알아서 도와줘야 하는데, 도움을 요청하면 선례를 남기기 때문에 다른 지도자들과의 형평성을 위해서 안되다고 한다. 도움을 받고 싶은 생각도 없고 도와달라고 해도 도와주지 않을 것 아닌가?(웃음) 그래서 내가 벌인 일은 나 혼자 열심히 하려고 한다.
-전국에 있는 지도자에게 축구 선배로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부탁하고 싶은 점은?
이것도 생각해보면 내가 말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 왜냐하면 지도자들이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이 그렇다. 우승 못하면 잘린다.(웃음)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학교 시스템이다 보니 성적 안 좋으면 해고되고 팀 운영 중에 학부모나 관계자의 마음에 안들어도 잘린다. 한 마디로 파리 목숨이다. 지도자들도 선수 발전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자신의 생계에 위험 부담을 안고 지도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성적과 관계없이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됐을 때 발전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누구의 구애를 받지 않아서 다른 지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시스템화가 되어야 지도자들도 바뀌고, 한국축구가 바뀐다. 지도자들이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성인축구를 23년간 하다가 유소년 축구로 전향한지 10년째다. 내가 그들의 마음을 안다. 그런 것들이 바뀐다면 한국축구는 분명히 세계적인 축구가 될 것이다.
- 좋은 인터뷰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선수를 많이 배출해주길 기대하겠다.
인터뷰=박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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