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20107)
어색한 악수
박천순
사람들은 늘 습관적인 악수를 청해 오지 손과 손 사이에서 완벽한 화음은 한 번도 만들어진 적 없지 상처 많은 손금의 그녀는 슈퍼에서 바코드가 찍힌 음식을 사고 보도블록 숫자를 세며 집으로 가지 마음속 기도를 꺼내려 해도 문 닫힌 예배당처럼 입이 붙어버리고 말아 부품을 끌어모아도 무엇 하나 만들 수 없는 고물상 폐기물을 지나 집으로 오는 사이, 머리카락만 조금 더 자라지
장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방, 그녀가 들어서면 습기 찬 무덤이 되지 흔들리는 불빛으로는 무거운 공기층을 뒤집을 수 없어 얼굴을 들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메마른 입술이 녹아내렸지 말을 잃은 그녀가 낡은 벽 곰팡이 위에 손을 널어 말리고 있지 녹이 슨 창문 너머로 구절초가 똑똑 꽃잎을 떼어내고 가끔 고양이 울음이 벽을 긁었지 손을 잡았던 악수가 하나둘 증발하는 밤이야
(시 감상)
인사, 화해, 감사 등을 나타내기 위하여 각자의 손을 내밀어 잡는 인사법을 악수라 한다. 그냥 악수라 하면 더 쉬울 것을 국어사전을 펼치니 정말 어색한 악수가 되는 듯하다. 악수는 의미가 없어야 한다. 악수는 인사, 화해, 감사를 나타내기 이전에 내 체온과 당신의 체온이 만나 서로의 가슴을 잠시 따듯하게 데워주면 된다. 어색한 악수는 차갑다. 2022년의 악수는 코로나를 이겨낸 뒤의 악수는 절대 어색하지 않은 격려와 배려와 따듯한 악수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프로필
열린 시학 등단, 중앙대 예술대학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 제9회 정읍사 문학상, 시집(달의 해변을 펼치다)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