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사각형 Square of Opposition 对立四边形
모든 사람은 죽는다.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할 때, 이것이 사실인가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은 죽었다. 예전에도 죽었고, 현재도 죽고 있으며, 앞으로도 죽을 것이다. 물론 이 명제의 정확한 진술은 ‘지금까지 모든 사람은 죽었다’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은 죽는다’의 반대는 ‘모든 사람은 죽지 않는다’이고 한쪽은 반드시 거짓인 모순은 ‘어떤 사람은 죽지 않는다’이다. 이때 모순 관계일 때 참과 거짓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다. 즉, ‘모든 사람은 죽는다’가 참이라면 ‘어떤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거짓이다. 이 관계가 대당(對當, opposition)이고 이 형식논리를 토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삼단논법(Syllogism)을 대당사각형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전통논리학에서 같은 주어와 술어로 구성된 네 형식의 정언명제를 사각형 형태로 배열한 것을 대당사각형(對當四角形)이라고 한다. 여기서 대당이란 논리적으로는 같은 값을 가지고 있으나 대립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 대당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직접추론하는데 유용하다. 앞에서 본 것처럼 대당을 이용하여 모순명제를 직접추론할 수 있다. 명제는 참과 거짓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단순하게 논리로 성립 여부만을 따진다. 가령 ‘이 법을 위반하면 처벌받는다’라는 명제는 위반한 사람이 없어도 성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논리적 추론을 할 경우에는 경험이나 지식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언명제나 복합명제를 제외한 모든 문장은 네 가지로 구분된다. 그것은 정언명제 A형식은 ‘모든 S는 P이다’, 정언명제 E형식은 ‘모든 S는 P가 아니다’, 정언명제 I형식은 ‘어떤 S는 P이다’, 정언명제 O형식은 ‘어떤 S는 P가 아니다’라는 논리값의 명제이다. 대당모순관계인 A와 O, E와 I는 하나가 참이면 하나는 반드시 거짓이다. X자로 배치된 대립이면서 모순인 명제를 통해서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은 죽지 않는다’가 거짓이므로 ‘모든 사람은 죽는다’가 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당반대관계인 A와 E는 하나가 참이면 하나는 반드시 거짓이지만 하나가 거짓이라고 해도 다른 하나는 참인지 거짓인지 판명이 되지 않는다. 한편 A와 I, E와 O는 모순이나 반대가 아니고 부분을 의미하는 대소관계 또는 함축관계[implies]라고 한다. I와 O는 배타적인 반대가 아닌 소반대관계[subcontraries]라고 한다.
유의할 것은 라틴어와 인도유럽의 통사구조가 다를 뿐 아니라 한국어를 포함한 다른 언어에서 명제에 대한 의미표현도 다르기 때문에 혼란이 생긴다는 점이다. 한편 ‘모든 봉황은 오동나무에서 잠을 잔다’라는 명제는 ‘모든 봉황은 오동나무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에서 보듯이 존재를 가정하지 않으면 둘 다 참이 되므로 존재를 가정할 때만이 반대관계가 성립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대논리학에서는 대당사각형 중 모순관계만을 다룬다. 그런데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S는 P다로 표현되며 All S = P로 공식화된다. 한편 ‘모든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S는 P가 아니다’이지만 No S = P가 된다. All S는 ‘모든’ 사람, No S는 사람 중에 ‘아무도’라는 의미다. 이처럼 술어를 통해서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한국어의 경우 주어와 주체를 일반화하거나 특정하는데 서구어와 차이가 생긴다. 데리다가 말한 것처럼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영원한 차이와 지연을 의미하는 차연(differance)이 생기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9세기의 논리학자 조지 불(George Boole, 1815 ~ 1864)은 I와 O, A와 E 형식 사이에는 이런 논리적 추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벤다이어그램(Venn Diagram)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니까 A와 O, E와 I는 모순관계이지만 나머지 관계는 반대(contraries), 소반대(subcontraries)나 대소관계(implies/subalterns)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벤다이어그램에서 A의 원소 x가 반드시 B에 포함될 때 즉, x∈A인 임의의 원소 x에 대하여 반드시 x∈B일 때, A는 B의 부분집합이라는 원리가 대소포함관계다. 이처럼 대당사각형은 논리적으로 불완전하다고 판명되었지만 논리추론에서 여전히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충북대교수 김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