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선이라는 지명은 이제 해비치의 위압에 눌린듯 합니다. 표선해변은 해비치해변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해비치호텔과 리조트는 표선의 관광을 대표하는 장소가 되어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당케포구를 쉽게 떠올리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해비치해변에서 해비치 호텔로 가는길의 번잡한 길의 뒤안으로 밀린 듯 조용히 위치한 당케포구는 역시 고요하게 우리를 맞아줍니다.
비가 무척 내리던 여름날, 저녁이 되니 비는 언제 내렸냐는 듯 하늘은 개이고 공기는 잠시 시원해진 듯 하다가 텁텁한 습기를 머금습니다. 표선의 지인을 만나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니 옥돔국이 정말 맛있다며 우리를 당케포구로 안내합니다. 옥돔국. 3년을 바라보는 제주살이 그것도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입장에서 처음맛보게 되는 기회라니.. 기대감이전에 조금 머쓱해졌습니다.
한여름의 번잡함이 한창인 표선해변과 부근에 비해 포구로 들어서는 느낌은, 정신없는 소음을 피해 고요한 공간으로 피신한 느낌이더군요. 그만큼 고즈넉했습니다. 우리가 찾은 집은 이 집입니다. 어촌식당.. 건물의 외형이나 간판에서 오래된 느낌이 물씬합니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옥돔지리를 주문합니다. 표선사람들은 술마신 다음날이면 해장국 말고 찾는다는 옥돔지리.. 대체 어떤 맛이길래.. 반찬들은 하나같이 감칠맛과 손맛이 느껴집니다. 안내한 지인에 의하면 이 집 반찬은 주인장님께서 직접 만드신다 하더군요. 옥돔지리가 나왔습니다. 뽀얀 국물에 무채와 청양고추, 깨소금이 뿌려진 모습은 단촐하지만 뭔가 내공이 느껴집니다. 뽀얀 색깔만큼 국물이 진하고 무척 시원합니다. 비리지 않고 감칠맛이 한가득입니다. 게다가 고추의 알싸한 맛이 더하니 몇번 수저를 뜬 후엔 땀이 주루룩 흐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곳 사람들이 해장국 대신 옥돔지리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같이 나온 밥 한그릇과 함께 뚝딱 해치웁니다.
맛집을 찾아가게 되는 계기는 사실 인터넷이나 사람들의 소문이지만, 이번 맛집을 찾아가면서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추천으로 찾아가는 방법이 더 확실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작은지역에서 활동하다보면 맛있다는 집은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 말이죠. 그러다보니 정보력면에서 어떤 한계도 느껴지기는 합니다만, 동시에 만족도는 높아지는 느낌이랄까요? 어촌식당은 그런 집이었습니다. 나중에 표선에서 잠시 살았던 분에게도 이 집을 물어보니 내공이 깊은 집이라는 말을 하시더군요. 추가로 옥돔지리외에 한치물회도 무척 잘하는 집이라는 말도 덧붙여줍니다. 두말없이 다시 한 번 가봐야 할 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