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출근해 보니
제 사무실 문틈에 작은 쪽지 하나가 꽂혀있었습니다.
문을 열기 전에
그 쪽지부터 빼서 읽어 보았습니다.
아!
그동안 1년 반동안 매일 보면서 형제처럼 지냈던 어느 후배가 제게 남긴 쪽지였습니다.
떠난다고 하였습니다.
아주 멀리....
그동안 잘 대해줘서 고맙고, 더욱 건강하길 빈다고 했습니다.
소주 한잔 하고 싶었지만, 만나면 눈물이 날 것 같아 이렇게 쪽지 하나 전하고......
조용히 길을 떠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부부의 헤어짐은 세상의 많은 소중한 것들과의 피할 수 없는 별리를 수반하게 되는 듯합니다.
그래서 가정의 해체는 그 어떤 이유나 설명으로도
원형을 복원할 수 없는 심각한 영혼의 상처이며,
자녀들에게도 죽는 날가지 떨쳐낼수 없는 불행의 씨앗이 될 성싶습니다.
오늘 아침은....
왠지 하늘이 텅 빈 것 같습니다.
회자정리가 삶의 철칙이듯이
거자필반도 그 이면의 또 다른 준칙임을 믿고 싶습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내가 먼저 정도를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상대방에게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기 이전에....
나의 손가락이 내 자신을 향하지 않고,
상대를 먼저 지적하고,탓하게 되면서 끝내 깨져버린 세간살이들의 각종 편린들이
더욱 많아 지고, 잦아지는 세태같습니다.
올 봄에 함께 관악산에 올랐을때, 그 티없이 맑고 예뻤던 그 아이들이 눈에 밟힙니다.
.......
.......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2004-10-04 / 현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