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간찰첩 더미 속의 하나이다. 조선 전기의 것들에 대해서는 모두 의심을 하는데... 이 간찰첩은 미술사가인 이 모 교수의 컬렉션으로 보인다. 모든 간찰 뒤에 y... 라는 연필 싸인이 있다. 그리고 중기부터 말기까지의 상당한 간찰(3분의 1 정도)는 민종묵, 민주면, 민성휘로 이어지는 여흥민씨가에서 나온 자료로 보인다.
양촌의 글씨도 거의 보기 어려우니 이 간찰이 기준작이 될까...? 간찰첩 더미 속에서는 이색의 글씨 다음으로 오랜 자료이다. 간찰로서는 가장 오랜 글씨.
빗 두 개와 부채 다섯 자루를 남기고 빗 속에 떠난 사람은 누구일까? 시를 남기지 않고 물건을 남긴 것으로 보아서는 승려같은 느낌도 든다.
別懷依然 弟與/兄一般 雨事未霽 何以/作行 仰慮仰慮 方欲候/兄 此人云 兄已發 有何/急急事 披蓑出城耶 兩梳/絶勝 五扇多謝多謝 更展未/易 臨書益悵 不宣 伏惟/兄下照 謹上謝狀
丙之六月初九日 近
작별한 소회가 아직 있는 것은 저나 형이나 일반입니다. 비가 아직 개지도 않았는데 왜 떠나셨습니까? 매우 걱정입니다. 막 형을 문안하려고 하니 이 사람이 형은 이미 출발하였다고 하네요. 무슨 그리 급한 일이 있어서 도롱이를 입고 성을 나가셨습니까?
빗 두 개는 매우 좋습니다. 부채 다섯 자루도 매우 감사합니다. 다시 뵙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편지를 앞에 두고 더욱 안타깝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살펴주십시오. 삼가 답장 편지를 올립니다.
병년 6월 초9일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