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태선사 가는 길 - 혜원 스님 법문
불타기념관에서 맛있게 점심공양을 하고 타이중(臺中) 중태선사(中台禪寺)로 출발했다. 이번 대만성지순례에는 선감 혜원 스님만 지도법사로 오셨기 때문에 첫날은 1호차에, 다음날은 2호차에, 이렇게 돌아가며 탑승하셨다. 오늘은 우리 2호차에 동승하셨다
중태선사까지는 2시간 반이나 걸리는 먼 길이었기에 가는 동안 스님이 마이크를 잡고 우리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법문(?)을 해 주셨다.
첫 번째 이야기, 산사에 살다보면 까마귀가 ‘깍깍’ 우는데 이 소리가 꼭 <각 覺 각 覺> 처럼 들리신단다. 그래서 스님은 까마귀를 <각조(覺鳥)>라고 부른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 수행 중 경험하는 특이점
① 수행을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 듯 짧게 느껴진 적이 있다 하신다.
- 나도 10Km를 1시간에 뛰는데, 어느 날은 10분 정도 뛴 것 같은데 10Km 지점을 지나는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② 내가 하는 수행터가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곳에 더 머물며 수행을 했다고 하신다. - 나도 어느 때 담장 뒤에 귀신이 있는 것 같아 그쪽으로 가질 못했었는데, 하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일부러 가 본적이 있다.(긴 막대기를 들고, 바들바들 떨어가며)
③ 해바라기 “사랑으로”
스님 젊은 시절, 어느 암자에서 수행할 때, 스님이 법당에서 염불을 마치고 요사에 가니 다른 스님이 키우던 개 두 마리가 스님 방에 들어와 이불을 물어뜯고, 방을 다 휘저어 놓아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더란다. 이런 일이 몇 번 있고나서부터는 법당에서 염불을 하면서도 그 개들의 소행에 화가 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 개들의 소행에 화가 나면서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란다. 그 생각을 떨쳐보려 해도 사라지지는 않고 자꾸만 더 그 생각이 나는데, 하루 종일 그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라, 하루는 주지스님과 그 스님과 셋이 공양시간에 개 키우는 문제를 얘기 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공양시간에 그 스님은 시내에 나가 공양을 같이 못한다고 공양주 보살이 알려 왔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주지스님에게 ‘그 개 문제’를 이야기 했는데 주지스님은 다 듣고도 해결책은 말해주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나가버리시더란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를 타고 절로 돌아오는데 버스 안에서 이런 노래가 나오더란다. 그 노래가 바로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였단다. 그러면서 스님은 마이크를 잡고 큰 소리로 그 노래 1절을 다 부르셨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우리도 손뼉을 치며 전부 다 같이 따라 불렸다. 버스 안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고 노래방 분위기가 되었다. 그 만큼 우리 2호 버스 승객들은 모두 스님의 말씀에 빠져 있었다.
도를 닦으러 온 사람에게 도 닦는 문제 외에 다른 무슨 일이 또 있겠는가?
우리 버스는 모두 조계사 불대 동문들이므로 이 정도의 경계는 다 뛰어 넘었을 것이므로 이 노래가 당시 스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 것인지는 이해 할 것이다. ‘그래, 도 닦는 것이 일이지, 개 뛰어 노는 곳으로 내 자신을 빼앗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 후 스님은 그 개 키우는 스님도 이해가 되고, 그 개들도 다 이해가 되었으며, 그 생각으로 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한다. 그리고 나서 스님은 주지스님에게 정중하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보석 같은 침묵,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이렇게 길게 쓰는 이유는 스님의 법문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경험 법문이고, 그 만큼 귀한 법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겨 두기 위해 다 썼다. 특히 1호차 동문들은 아무도 못 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곧 중태선사에 도착한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첫댓글 스님이 설명한 족자의 내용은
운수자재(雲水自在) 상화환희(祥和歡喜)
구름과 물처럼 자유자제하게 살고, 상서롭고 온화한 기운으로 환희롭게 살라.
자유와 행복 말씀 감사합니다. 전 지금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자유는 모르겠습니다. 더 자유로워진다고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가슴에 쏙 쏙 와 닿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