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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 : 2019년 7월 28일(일)/4호선 충무로역 1번출구(10:30)
◈ 코스 : 충무로역(1번출구) – 대한극장(영화관람) – 옥수역(뒤풀이장소)
◈ 참석 : 18명 (갑무, 삼모, 종화, 진오, 양주, 창수, 형채, 재홍, 윤환, 경식, 승렬, 윤상, 용복, 문형, 양기, 천옥, 황표 및 뒤풀이때 동준 참석)
◈ 동반시 : "홀로 웃노라 獨笑" / 다산 정약용
◈ 뒤풀이 : '해물찜·주꾸미'에 맥주와 막걸리/'옥수해물찜칼국수'(2292-3335),'쭈소반'(2291-9663)
비구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마의 끝자락에, 어제부터 오늘산행이 걱정되어 스마트폰 일기예보 앱을 자주 들여다 보았지만, 비올 확률이 낮아지는 기미가 없던 차, 아침 8시가 넘자 고 총장님의 문화행사(영화관람)로 급전환 통보를 받자 갑자기 검은 구름이 눈앞에서 걷히는 느낌이다. 산행기자로 일찌감치 지명되어 오늘을 기다리면서 약간 부담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9시 30분에 집을 나서 신이문역에 도착하여 곧 들어서는 서동탄행 전철에 몸을 싣고,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열었다. 오늘 동반시 다산 정약용님의 "홀로 웃노라"를 정남 친구가 보내온 카톡에서 찾아 스크린 샷으로 읽기 쉽게 저장해 놓고, 전철 안을 둘러보니 비오는 일요일 아침이라 우산을 지참하고 어디들 가는지 한산하지만, 느린 모습의 경직된 사람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차지하고, 스마트폰을 마주하고들 있다.
10:04분 충무로역 1번출구에 와 보니 친구들은 아직 보이지 않고 일군의 어르신들이 등산차림으로 배낭을 메고 모여 있었는데, '벽진산악회'라는 깃발이 배낭에 달려있었다. 일행이 다 모였는지 출발하는데 친구들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갑무 총장님과 윤상이 내가 다른 곳을 보는 사이 출구를 통과해 핸드폰으로 나를 찾는다. 1번출구 대한극장 연결통로 입구에서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 인사하고 조금 기다리자 오늘 오기로 한 친구들이 속속 개찰구를 빠져나와 우리 앞에 오른손을 내밀며 다가선다. 10시 32분에 15명이 모였고, 문형이만 미도착이다.
먼저 온 12명의 신분증을 모아 고 총장님이 경로우대 표를 구해오자, 나머지 11명은 표를 가진 윤상 산우를 따라 극장 안 승강기 앞으로 나란히 걸어간다. 7층 11관으로 올라가 10시 50분에 시작하는 영화 "나랏말싸미" 관람을 위해 자리를 잡았다. 영화 시작 1분전에 문형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오는 길에 전철을 반대편 방향으로 탑승하여 늦었다고 하는데, 우리 나이에 이제 가끔은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영화 "나랏말싸미"는 지난 7월 24일 개봉하여 조철현 감독에 송강호(세종), 박해일(신미스님), 고 전미선(소헌왕후)배우가 주연을 맡아 세종대왕 재위 마지막 8년간 훈민정음 창제과정의 뒷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을 받기도하는 문제작이다.
역사를 잘 모르는 우리가 보기에도 스님들이 한글창제의 주역이었다는 스토리는 익숙하지 않는 구도이나, 산스크리트어나 티베트어의 소리문자와 팔만대장경 등에서 아이디어를 채용했다는 점은 그럴듯 하였다. 영화 내용 가운데 고 전미선 배우가 연기한 세종대왕 비인 소헌왕후가 세상을 일직 떠났다.
그를 위해 사대문 안에 절집을 짓고 천도제를 거행하는 등의 이야기는 전미선 배우를 추모하는 영화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첫 장면에서 송강호(세종)가 기우제를 드리자 하늘이 어두워지며 비가 내리는 이미지는 장마를 마무리하는 오늘 아침 날씨와 오버랩 되면서 오늘에 꼭 맞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12시 40분에 영화 관람을 마치고 3호선을 이용 옥수역으로 이동, 뒤풀이 장소인 '옥수 해물 찜․칼국수'식당으로 향하였다. 옥수역 4번출구 에스컬레이터 내리는 곳에서 기다리던 동준 친구를 반갑게 만나 인사하고,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 어울림 상가 2층에 있는 '해물식당'으로 올라갔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에 '옥수해물찜'식당은 사람들로 넘쳐났으며, 입구에는 대기자들도 여럿 있었다. 우린 미리 예약을 한 덕택에 12명이 바로 자리를 잡고 해물 찜(大) 3개와 막걸리 맥주 등을 주문하였다. 나머지 6명은 미리 자리를 잡지 못해 1층에 있는 '쭈꾸미'식당으로 옮겨 총장님 주재 하에 별도의 뒤풀이를 가졌다.
식당분위기가 소란하여 동반시 낭송은 찻집에 가서 하자고 몇몇 친구들이 제안하였으나, 천옥친구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야 하니 지금 여기서 읽어야 한다는 한마디에, 바로 일어나 정약용의 "홀로 웃노라"를 조금은 안타깝게(?) 그리고 큰소리로(주변이 소란스러워) 낭송하였다.
"홀로 웃노라 獨笑" / 정약용
먹을 사람 적은 집에는 곡식이 많고
자식 많은 집안은 꼭 주릴 근심 있다네
높은 벼슬 하려면 어수룩해야 하건만
진짜 재주꾼은 써 먹을 데 없다네
모든 복을 두루 갖춘 집안은 적고
극도의 높은 도리는 언제나 쇠퇴하지
아비가 인색하면 자식은 방탕하기 마련
아내가 지혜로우면 사내는 꼭 어리석지
만월 때가 되면 구름이 자주 끼고
꽃이 피면 바람이 휘저어 놓네
세상만사가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웃노라
해물 찜은 푸짐하여 2개만 시켜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거의 모두 동의하였다. 하지만 온 김에 칼국수와 팥죽 맛도 보아야 한다는 김*모 친구의 제안에 1인분씩 주문하여 칼국수 맛을 조금씩 시식해 본 결과 국물과 면 모두 훌륭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오후 2시 48분 경 식당을 나와 옥수역 4번 출구 앞에서 일부 작별하고, 2층으로 올라가 3호선을 타는데 강북과 강남 방향으로 나누어지면서 다시 마지막 헤어짐 인사를 하며, 각자 집으로 향하였다.
장맛비로 인하여 '구름산' 산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친구들의 얼굴에는 그다지 섭섭한 표정 보다는 평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본다. 친구들! 오늘 산행대신 영화감상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나이다. 다음 산행때 까지 안녕히...!
2019년 7월 29일 이승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