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을 읽을 때는 여러 상실로 인한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묶은 소설집이라 읽으면서 힘들었다. 아파하며 읽었지만, 김애란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했다. 이번엔 그의 산문을 읽기로 했다. 산문은 작가의 삶이 반영되기에 그의 소설 바깥을 이해하고 싶었다. 부모님의 첫 만남과 연애담은 영화를 본 듯, 한 편의 소설을 본 듯 선명하게 다가왔고 즐겁게 읽혔다. 소설가들과의 인연과 이야기는 일상인 듯 일반인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엿 볼 수 있어 새로웠다. 독서할 때 여러 가지 특색있는 연필로 책에 어울리는 것을 선택해서 줄을 긋는 작가의 행위가 ‘나도 책 읽을 때 줄을 그으며 읽는데’ 하며 조금 가깝게 느껴졌다. 나는 형광펜으로 줄을 긋는다. 책을 다시 폈을 때 선명하게 눈에 띄어서 좋다. 읽을 때 감동이 있어 줄을 그었을 테고, 우린 이미 책 속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서 반갑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공감이 간 부분을 적어본다.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건 그 문장 안에서 살다 오는 거라 생각한 적이 있다. 문장 안에 시선이 머물 때 그 ‘머묾’은 ‘잠시 산다’라는 말과 같을 테니까. 살아 있는 사람이 사는 동안 읽는 글이니 그렇고, 글에 담긴 시간을 함께 ‘살아낸’ 거니 그럴 거다.” p141
“단순히 ‘꽃잎이 떨어진다’라고 생각하는 삶과 그렇게 떨어지는 꽃잎 때문에 ‘봄이 깎인다’라고 이해하는 삶은 다르다고. 문학은 우리에게 하나의 봄이 아닌 여러 개의 봄을 만들어 주며 이 세계를 더 풍요롭게 감각할 수 있게 해준다고. 종이를 동그랗게 구기면 주름과 부피가 생기듯 허파꽈리처럼 나와 이 세계의 접촉면이 늘어난다.” p250
“이해란 비슷한 크기의 경험과 감정을 포개는 게 아니라 치수 다른 옷을 입은 뒤 자기 몸의 크기를 다시 확인해 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p252
“부사가 있으면 격이 떨어지는 것 같고, 말의 진실함과 긴장이 약해지는 것 같다. 실제로 훌륭한 문장가들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부사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p86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세상에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라고 쓰여 있다.
책 제목은 「잊기 좋은 이름」이다. 무슨 의미일까?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