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은퇴이민 2기 52. 시골 길
이 곳은 사철 여름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을이 되자 이곳의 나무도 단풍이 든다.
우리나라처럼 화려한 단풍의 아름다움을 보이진 않지만 그 푸른 나뭇잎들이 어느 순간엔가 변하는 걸 보았다.
나뭇잎의 색깔이 군데군데 바뀌고 맥없이 떨어지는 잎들이 많아진다.
언제나 여름나라인 것 같지만 9월이 되면 온 들판에 하얗게 억새가 핀다.
그러나 10월 말이면 그 하얀 들판이 온데간데 없이 누런 빛깔이 되고 어느샌가 다시 푸른 들이 된다.
우리 집 대문을 나서면 2차선 도로가 있는데 오른 쪽으로 달리면 끝없이 양쪽으로 농장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벌판이 나온다.
군데군데 농가주택이 보이기도 하고 그냥 무성한 목초지에 커다란 망고나무들이 띄엄띄엄 서 있다.
우리는 곧잘 그 질을 달려본다. 가끔씩 트라이시클이나 오토바이가 몇 대 보일 뿐, 한적한 길이다.
어디선가 날렵한 닭들이 쪼르르 달려 나오기도 하고 큰 개가 길 한 복판에 서서 열심히 몸을 긁어 댄다. 허리가 휘도록 큰 다발을 매단 바나나 나무들, 길가에 멍석을 깔고 펼쳐 말리는 커피, 군데군데 울퉁불퉁 기워놓은 아스팔트 길. 상추농장도 이 길가에 있다.
우리는 그 길을 즐기며 달린다.
그렇게 한적하게 달리다보면 트라세로 가는 큰 길이 맞닿고, 큰 길에서 거꾸로 올라가면 망가한시티, 그리고 우리가 가는 성당이나 이글리지 골프장 정문으로 가게 된다. 훨씬 돌아서 가는 길이다.
대부분은 골목을 지나 곧바로 큰 길로 나서서 차로를 달리지만 여유만 있으면 우리는 돌아서 시골길로 간다.
" 난 이 길이 좋아" 남편에게서 여러 번 들은 말이다.
운이 좋으면 길가에 임시로 쌓아 놓은 코코넛 무더기 앞에서 차를 세워 스무 개쯤 싸게 사서 차에 싣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갓 따온 못생긴 토마토를 농민에게 길 가에서 한 자루 싸게 사는 날도 있다.
전혀 바쁘지 않아보이는 초등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몇 명씩 장난질하며 하교하는 모습도 보이고, 하얀 소가 길가에 나와 멀건히 우리 차를 바라보기도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 버린 것 같은 평화로움. 어쩌면 이곳이 전혀 남의 나라가 아닌 것 같다.
우리 집 대문 앞에서 가는 길
벌판에 망고나무도 보이고
한산한 길
단풍이 든 산톨나무
첫댓글 역시 이국에서 여유로운
생활의 일면을 그려 쥬셨네요...................
가만히 조용이 .
평정심으로 보면 …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고 정겹지 않은
곳이나 물건은 없지라 …
바보들인지 ….
온 세상, 나라, 그것도 부족해서
전 세계를 돌아 다니는 사람/ Globe Trotters /세계적 떠돌이들이 있구먼여 …
더 기가 찬 일은 여기에 낑기지 못하면 ‘’불출세 ‘’ 인간 이나라 …하
이국에서의 생활 모습이 역시 부럽기도 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