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돌아오는 주말에 <군함도>를 볼 예정이며, 지난 주말에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덩케르크>를 보았다. 지금껏 단 한번 영화감독이 누군지 궁금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번 영화는 감독의 이력이 궁금하다.
존 왓츠(Jon Watts)감독에 대해서 검색했지만 내가 원하는 답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36살의 젊은 감독의 뛰어난 감수성이 진심 부럽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주인공 피터가 아닌 무기밀매업자 악당 벌처를 주목한다. 벌처는 가공할 만한 살상력을 지니긴 했으나 어벤져스에 비하면 형편없고 약간은 어설픈 슈트를 입고 악행을 거듭한다.
그는 폐기물 처리업체 오너로 뉴욕 대전투 이후 남겨진 외계물질을 처리하는 사업권을 따내 일에 열중하지만 토니 스타크가 지원하는 ‘데미지 컨트롤’ 직원들에게 나가줄 것을 강요받는다.
속절없이 당하고마는 벌처의 모습은 악인이라기보다 우리 내 이웃들의 모습을 닮았다. 거대자본 ‘데미지 컨트롤’은 사업권을 정당하게 따냈고 이 사업에 전 재산을 걸은 자신은 물론 직원들과 그 가족의 삶이 달려있다는 벌처의 호소를 묵살하고 현장에서 무력으로 쫓아낸다.
벌처는 아무리 올바르고 정당하게 노력하여 사업권을 따낸다 해도, 세상은 이미 토니 스타크와 어벤져스와 같은 능력자들의 것, 자신과 같이 몸팔이 하는 중소업자들은 거대자본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 새로운 질서임을 깨닫는다.
피터와 같은 타고난 능력과 토니스타크 처럼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지도 못했으나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으로 세상의 주역으로 당당히 서겠다는 꿈을 품었던 벌처는 결국 범죄를 선택하고 법의 심판을 기다린다.
악인은 타고나는 것일까?
세상이 악인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