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1902-1953)...그는
그리움의 시인이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시인이었다. 빼어난 감성으로 아름다운 언어를 창출한 민족시인이었다. 기성세대의 누구나가
간직하고 있을 고향, 그리고 그리움을 '향수'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흙에서 자란 내마음/하늘빛이 그리워' 고향의 하늘빛, 그 아래서
꿈과 사랑을 키워온 세대.. 고향은 그래서 -꿈엔들 잊힐리- 없는 그리움이고 향수다.
'하늘에는 성근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우리는 그런 추억의 고향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 꿈에도 잊지 못할 고향을 가슴에 품고 그리운이가 된다.
지용이 그렸던 그 고향, 그것은 우리 한국인들의 고향이었고
그리움이었으며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리움을 '호수'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해
눈 감을 밖에
-호수 전문-
옥천, 정지용이 다녔던 죽향초등학교, 그곳은 육영수 여사의 모교이기도 하다. 여사의 조카가 절친한 고등학교 친구여서 고등학교 때 여러 번 방문을
한 곳이기도하다. 고등학교 은사님과 맑은 금강물 줄기에서 여름의 무더위를 씻기도한 옥천... 그곳에 꿈엔들 잊힐리 없다는 '향수'의 고향이라는
것을 늦게 알게된 아쉬움이 크다. 그럴 수밖에 없다. 1996년에야 생가가 복원되고, 2005년도에 '정지용문학관'이 개관이 되었으니 말이다.
2007년도에 방문하고 다시 찾은 지용문학관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정지용의 고향 마을을 '회돌아' 나온 실개천은
여기저기서 모여든 작은 물줄기들과 함께 금강에 합류한다. 그리고 금강은 대청호에서 잠시 제몸을 가둔다. 그래서 정지용 문학기행은 대청호의 문의
마을 쯤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격이라고 한다. 언제, 제대로된 정지용 문학기행을 기획할까 한다.
고향을 생각한다. 첩첩산중, 까만밤을 밝혀 주었던 것은 별과 달과 반딧불이였다. 실개천이 흐르는 냇가에서 피라미와 붕어, 중태기를 잡고,
다슬기를 무더기로 줍던, 휏불 만들어 골짜기를 타고 오르면서 가재를 한 바케스로 잡아 잔치를 벌였던 그 고향, 그 아름다운 고향생각이 물밀듯
밀려온다.
자연이 생명이고 자연이 곧 나의 친구였던 그 고향의 향수도 정지용이 그린 향수보다 더 진한 나의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그 고향, 꿈엔들 잊힐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고향은 상상 속에서, 그리움의 언저리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꿈의 동산일 뿐이다. 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고향은 감성만으로 접근하기에, 감상적으만 받아드리기에는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추억의 장소가 피폐해지고 원형의 모습이 사라진지
오래다.
정지용도 다시돌아온 고향에 대한 실망을 '고향'이라는 시를 통해서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이 아니러뇨'라고 읊었다.
고향을 평생 동안 지키고 있는 부모님은 어떨까? 생각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