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여농산물도매시장 앞날은?
파도 모양의 철판 지붕으로 관리비용 급증… 여름 덥고 겨울 추워
부산시는 제2센텀 조성계획에 따라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이하 반여시장)을 2022년까지 기장군 안평마을 쪽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그렇지만, 반여시장 상인들은 안평은 도심에서 거리가 너무 멀고 접근성이 좋지 않아 이전에 절대 반대할 움직임이다. 꼭 이전하게 된다면, 제2센텀지구 내 아니면 석대쓰레기매립지의 C,D지구로의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반여시장은 제2센텀 조성이 아니라도 현재의 시설에서 리모델링 또는 이전을 해야할 정도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에 완성되어 불과 18년도 안됐지만, 설계 잘못으로 시장의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건물디자인이 강조되는 바람에 농산물시장의 기능이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1만 평의 청과물동 지붕을 부산의 상징인 파도 모양으로 한다고 곡선 철판 위에 우레탄을 덧입힘으로써 직사광선에 노출된 우레탄이 벗겨져 빗물이 세고 철판지붕의 부식이 빨라져 매년 우레탄을 덧씌우는 보수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철판지붕이다 보니 한여름 복사열로 지붕 밑 농산물이 빨리 변질되어 상품성이 떨어진다. 차라리 그전에 지어진 엄궁시장처럼 슬라브 지붕을 하고 주차장으로 활용했다면, 심각한 주차난도 해결하고 보수비용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파도 모양으로 만들다 보니 자연채광시설이 부족해 낮에도 전등을 켜야하는 구조로 에너지 낭비도 심하다. 그리고 농산물의 보존을 위해서 냉장, 냉동창고가 필수적인데 건축 당시 별로 고려하지 않아 상인들이 불법으로 새로 냉장, 냉동시설을 하는 바람에 화재 위험을 늘 안고 있다. 그리고 청과동의 매장이 남쪽에 있고 뒷마당처럼 북쪽에 무배추동이 위치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청과동에서 물건을 사고 뒷마당으로 발걸음하기가 어려운 구조라서 무배추동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기계화로 보편화한 지게차에 의한 팔레트 운반이 어려운 구조 등 많은 부분이 설계 잘못으로 불합리한 건물이 되었는데, 이전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치밀하게 검토하여 설계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2016년에 후쿠오카농산물도매시장이 최신식으로 신설되었다는데, 엄궁시장과 반여시장의 상인과 공무원이 견학을 통해, 새로 지을 엄궁시장과 반여시장의 설계와 건축에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 김영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