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도
김미순
두어 달 전부터 육군사관학교 입구에 세워져 있는 흉상 다섯 개 중 홍범도 흉상을 옮겨야 한다는 발표가 났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왜? 내가 알기에 홍범도는 항일무장투쟁으로 봉오동전투로 혁혁한 승리를 일구어낸 위대한 장군인데 ㆍㆍㆍ
중국, 만주, 연해주를 누비며 조국의 해방을 꿈꾸며 일생을 바쳤는데~~ 그가 러시아 사회주의자라고, 육사생에게 모범이 안된다고 하다니ㆍㆍ
일제의 군인으로 복무했던 자들은 해방되어서도 군부에서 높은 자리에 앉고 죽어서도 현충원에 묻히는데 우리 항일운동 장군들은 무덤도 없고 있어도 조국으로 돌아외지 못하다니ㆍㆍ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지청천이나 김좌진 안중근, 이동휘같은 사람들을 실감있게 만났다. 매 순간도 허투로 보지 않으면서 두 권의 소설을 스피드하게
읽었다. 참 잘 쓴 소설이다
*603 쪽 ㅡ머리와 가슴이 기억하는 슬픔은 잊혀도 육체가 기억하는 비참과 슬픔은 지워지지 않았다. 죽음보다 더 슬픈 것이 배고픔이고, 배고픔보다 더 슬픈 것은 배고프게 죽는 것이었다
* 666 쪽 ㅡ19세기 후반 조선의 봉건사회에서 최하층민으로 태어나 포수가 되었고 일본의 침력에 맞서 가장 오래 싸우고 가장 크겜 이겼던 홍범도와 함께 나는 조선과 만주,연해주, 중앙아시아의 산천을 누비고 다녔다. 나는 우리 세대가 살아보지 못 한 백 년 전의 비를 맞고 바람을 맛보았다.
홍범도를 위대한 장군으로 그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홍범도를 통해 한 시대의 가치강어떴게 새롭게 출현하고 그 가치가 어떻게 낡은 가치를 돌파하먼서 자신의 길을 가는지를 알고 싶었다. 홍범도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주인공이 아니다. 여러 주인공 중 하나인 동시에 관찰자다.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홍범도와 함께했던 신포수와 백무현, 박무아, 남창일, 차이경, 김수협, 장진댁, 금희네, 진포, , 박한, 정파총, 안국환, 태양욱, 최진동, ㆍㆍㆍㆍㆍㆍ[범도] 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다. 홍범도는 이들 모두를 연결해내며 그들의 비애와 희열, 도전과 죄절을 함께 겪어낸 관찰자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인물도 마네킹처럼 세워두지 않으려고 했다. 누구도 자신의 꿈과 욕망없이 [범도] 의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으므로 그들 모두를 심장이 뜨거운 인간으로 되살리고 싶었다. 독자들이 만난 인물 누구 하나라도 심장이 미지근했다면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끝>
* 668 쪽 ㅡ 이 소설의 주인공이대단했던 것은 가장 많이 싸우고 가장 크게 이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승리에 앞서오만했던 적이 없고 패배 속에서도 비굴했던 적이 없었다. 그가 진정으로 대단했던 것은 순정함이었다. 헌신은 무한했으나 바란 대가는 전무했다. 그는 그와 함께 한 모든 사람오직 사람으로 대했다. 노선과 이념, 계급으로 사람을 가르고 상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짐승들이 그러한 것처럼 포수들도 자기의 최후를 지캄적으로 안다. 그도 그러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는 수위로 일하며 모아둔 돈을 털어 잔치를 열
었다. 누구에게도 대접받아보지옷하고 살아온 노동자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홀연히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