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황금펜아동문학상 동시부문 당선작] 신난희
족보
책 속에
나무가 들어 있어요
뿌리가 깊이깊이 내려가
먼, 먼 옛날이 닿아 있고
줄기는
위로 옆으로 멀리멀리 뻗어
한 그루가 숲을 이루는
아주 커다란 나무
책을 펼치면
내가, 그 나무 우듬지 햇가지인 걸 알죠
뿌리 깊은 나무의 귀한 가지란 걸 알죠
나무가 자라는 만큼
책은 점점 두꺼워 지고
나도 언젠가
든든한 뿌리가 될 거란 걸 알죠
수제비
모처럼
엄마 쉬는 날
거실 바닥에
다리 쭉 뻗고 반죽하는 엄마는
회사 서은희과장님이 아닌
진짜 우리 엄마 같다
푸슬푸슬하던 밀가루
어느새 끈적끈적 붙어
동글동글 모아지는 동안
방에만 있던 식구들
슬금슬금 거실로 나와
반죽처럼
사이좋게 붙고
멸치국물 냄새
하얀 물결처럼 넘실거리는 식탁에
온 식구 빙 둘러
야들야들한 수제비 후후 불어 먹으면
남모르게 좋은 일 생긴 때처럼
가슴 속이 울렁울렁해진다
빈터
아파트 뒷길
눈에 띄지 않는 자투리 땅
'빈터에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푯말 붙어 있지만
빈터는 어니에요
풀씨가 젤 먼저 자리 잡았고
민들레 토끼풀 질경이 쑥부쟁이 씀바퀴 이웃이되었어요
냉이는 그 새 하얀 이층집을 지었네요
'빈터 아닌 쓰레기 버리지 마셔요'
도토리
은행은 장대로 털고
밤은 집게로 줍고
도토리는
그냥 줍숩니다
다 먹었으니
나누어 가라고
툭 투둑 툭
모자도 벗고 뛰어 내립니다......
아낌없이 주니까
장대로 맞을 일도
집게로 꼬집 힐 일도 없습니다
장마 끝나고
샤워 너무 오래 했다고
나무들 꽃들 풀잎들
햇살 드라이어로 쨍쨍 몸을 말리고
온 몸 근질근질 한 자전거와 나는
첨벙첨벙
새로 생긴 물웅덩이에 인사를 하지
겨드랑이마다
노오란 웃음 터질 것 같은 옥수수밭 위로
밍밍 밍밍 허밍으로 나는 잠자리떼
지루한 수학시간 끝난 것처럼 괜히 즐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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童詩. 時調 감상
[동시] 제13회 황금펜아동문학상 동시부문 당선작 / 신난희
박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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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6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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