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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8일 연중 제26주간 월요일 -루카 9장 46-50절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작은 사람 한 고마우신 후원자께서 아주 작고 예쁜 강아지 한 마리를 저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강아지 여러 마리 키워봤지만 이렇게 예쁜 강아지는 처음입니다. ‘색상’도 잘 나오고 이목구비 생기기도 참 잘 생겼지만, 더 특별한 것은 행동 하나 하나가 그렇게 예쁩니다.
지난 번 강아지 한 마리는 생기기도 울적하게 생긴데다가 제가 다가가도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서비스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아지는 제가 멀리서 다가가면 벌써 알아차리고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앞발을 번쩍번쩍 들면서 반겨주고 있는데로 꼬리를 흔들면서 갖은 애교를 다 부립니다.
그제는 강아지를 데리고 강변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좋아서 난리가 났습니다. 사방을 뛰어 다니고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한 30분 그러더니 덥고 힘들었던지 자꾸 제 얼굴을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모르는 체 했더니 이번에는 제 무릎에 붙어서 자꾸 길을 방해합니다. 아마도 힘드니 안아달라는 표시구나 하면서 녀석을 안아줬더니 또 그렇게 좋아합니다.
녀석을 안고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이 강아지가 이렇게 작지 않고 사람만 하다거나 송아지만하다면 똑같이 예뻐할 수 있겠는가? 아무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느낌은 하느님과 우리 인간과의 관계 안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싶다면, 그분 품에 푹 잠기고 싶다면, 비결은 단 한가지입니다.
커지지 않고, 높이 올라가지 않고, 목에 힘주지 않고, 부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원치도 않았는데 본의 아니게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높은 자리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그 자리를 이웃 사랑 실천과 섬김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튀지 않고, 있는 체 하지 말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연예인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엄청 높이 올라갔습니다. 한 전국 방송 라디오 인기 코너도 진행합니다. 그런데 보통 대부분의 인기 연예인들보니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시청률, 청취율, 팬들의 반응, 이런 것들입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인기 연예인들이나 인기 스포츠 스타들은 현상 유지를 위해 목숨을 겁니다. 그런데 이분은 이런 것들로부터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과연 그 배경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더니 결론은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이분이 열심히 기도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신앙을 지닌 가정에서 태어나 신앙교육을 잘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박수갈채, 세상의 인기라는 것은 신기루처럼 반짝하다 마는 것이라는 것, 사람들의 눈길은 어느 새 새로운 것, 더 확 눈길을 끄는 쪽으로 쏠린다는 것을 이미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영원한 것, 보다 변치 않는 것, 불변의 진리가 있다는 것을 잘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시청률이나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고 충만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도들 한번 보십시오.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열두 사도 공동체’ 하면 즉시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 세상에서 가자 완벽한 공동체’,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늘 ‘서로 사랑하고, 서로 배려하며, 서로 이해하는 공동체’, ‘불협화음이 전혀 없는 공동체’였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자들끼리 누가 서로 큰 사람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제자 공동체, 불완전과 미성숙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제자 공동체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도 우리들이 소속된 공동체와 유사합니다.
이런 미성숙한 제자 공동체 구성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 당신 곁에 세우신 다음 아주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앞으로 세워야 할 이정표의 제목,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향을 명확하게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 이상향은 바로 ‘작은 사람’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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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故 이태석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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