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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남녀] 14
S#1. 아미네 빌라 앞 / 밤
준우, 아미를 확 껴안는다.
영지, 책 들고 나오다 두 사람의 포옹을 보고 놀라 멈춰선다. 어쩔 줄 모르고 굳어서서 두 사람의 포옹 바라보고 있는데.
아미 : (먼저 포옹을 풀고 나오며) 잘가요, 준우씨.
준우 : 잘자요.
영지, 한 쪽으로 후다닥 숨는다. 아미, 빌라로 들어가고 준우도 차 쪽으로.
영지 : . . . .(숨은 채로) . . .
잠시 후 차, 시동걸고 떠나는 소리 난다. 영지, 천천히 일어서고.
S#2. 아미네 빌라 일각 / 밤
다른 승용차, 움직여 나간다. 준우는 차 안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영지가 걸어나오는게 보인다.
준우 : . . . . . .
영지, 걸어나오다 차 안에 앉아있는 준우와 눈이 마주친다.
영지 : (놀라 멈춰서고)
준우 : . . . (차에서 내려). . . 영지씨.
영지 : 아직 안 가셨네요....
준우 : 내가 온 걸 봤어요?
영지 : (아차 싶고). . .아아뇨....
준우 : 이 시간에 왜 여기있어요?
영지 : 중요한 책을 놓고 가서요. 내일은 여기 안 오는 날이거든요.
준우 : 타요, 내가 데려다 줄께요.
영지 : 아니예요. 조금만 걸어가면 버스 있어요.
준우 : 늦었는데 타요.
영지 : 아니예요. 안녕히 가세요. (후다닥 걷기 시작)
준우 : 영지씨!
영지, 못 들은 척 빨리 걸어간다. 준우, 달려와 영지를 잡는다.
준우 : 영지씨!
영지 : 얘기해주면 좋았쟎아요.
준우 : . . . .
영지 : 금요일 약속 정아미 선생님이랑 간다구 미리 얘기해주시지 그랬어요.
준우 : . . . . . .
영지 : 저랑 안간 게 화가 난게 아니구요, 나한테 거짓말을 한 게 화가 났어요. 약속 연기됐다고 하셨쟎아요.
준우 : . . . .미안해요. 그럴 사정이 좀 있었어요.
영지 : 무슨 사정이요?
준우 : . . . . . .
영지 : 제주도 엄마가 우리 친엄마가 아니란 사정이요?
준우 : 영지씨.
영지 : (밝게) 괜챦아요. 미안해 하실꺼 없어요. 저 가볼께요.
영지, 후다닥 뛰어간다. 준우, 마음 아프게 바라보고.
S#3. 영지 방 / 밤
책상엔 책과 메모한 노트들 잔뜩....
바닥에 쭉 뻗어있는 영지. 멍하니 누워있다가 전기라도 맞은 듯 발을 올려차고 벌떡 일어나 앉는다.
영지 : . . . .이제 됐어. 내 갈길 가자! (노트북 앞에 앉는)
노트북 앞에서 글 쓰는 영지. 마음은 급하고 마음에 안 드는지 자꾸 썼다가 Delete 키를 눌러 썼던 문장을 지우고....
S#4. 거 리 / 낮
햇살 밝은 거리.
밝은 표정, 씩씩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영지.
S#5. 출판사 사무실 / 낮
편집장 데스크에 앉은 사람에게 영지, 봉투를 내민다.
영지 : 안녕하세요, 서영지라고 합니다. 지난 봄에도 한번 원고갖고 왔었는데 기억하세요?....
이번 작품은 정말 재미있거든요. 읽어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S#6. 또 다른 출판사 사무실 / 낮
영지, 사람들에게 아주 밝고 씩씩하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경청하는 사람도 있고 코 후비며 딴 짓하는 사람도 있고...
영지 : 결국 우리 주인공이 애타게 기다리는건 오질 않죠. 마치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는 것 처 럼요. (손바닥 딱 치며) 하지만! 우리 주인공은 아, 기다리는건 오지 않았지만
나는 더 그보다 소중한걸 얻었네.... 느끼게 되는거죠. . .. (사람들에게) 어때요? 재밌죠?
S#7. 전자제품 판매점 / 낮
TV 모니터에 영지의 웃는 모습, 나온다.
영지 : 제 작품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쇼윈도우 밖에 설치된 카메라, 행인들의 모습 모니터에 비치도록 한 카메라에서 영지 혼자 서서 이야기하고 있다.
판매점 직원들, 영지를 갸우뚱하며 보고.
영지 : 바로 나 같고, 내 이웃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다려주세요!
저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사장 : (소리치는) 어이, 아가씨!
영지, 도망간다. 도망가면서도 웃는, 표정 밝다.
S#8. 청주 전시장 일각 / 낮
공예품 전시장. 준우, 멍하니 서 있다.
영지(E) : 금요일 약속 정아미 선생님이랑 간다구 미리 얘기해주시지 그랬어요.
준우,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S#9. 거 리 / 낮
영지, 발신자 ‘김준우’ 보고 서 있다가 전화받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씩씩한 목소리. 무심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
영지 : 네, 부원장님.
준우(F) : 뭐해요?
영지 : 일이 있어서 밖에 좀 나왔어요.
준우(F) : 점심은 먹었어요?
영지 : 네.
준우 : . . . . .
영지 : 부원장님, 제가 지금 좀 바쁜데요. 나중에 전화드릴께요. (끓는다)
S#10. 청주 전시장 일각 / 낮
준우, 전화 내려놓는다. 씁쓸.
S#11. 성월 사무실 / 낮
도경, 건성으로 수능 영어책 뒤적거리며 읽을 수 있는 문장만 읽고 있는.
도경 : So make me happy and ...음... 건너뛰고.... whatever you .....
영지, 들어온다.
도경 : 하이, 영지! 웰컴. 싯 다운 플리즈.
영지 : 점심 먹자고 불러놓곤 다들 어디갔어요?
도경 : 음.... They are going to lunch. 점심사러 갔죠. My boss want you lunch everyday.
성월이 형이 맨날 와서 점심먹으래요.
영지 : 가방 끈 짧은 내가 들어도 다 틀린 영어같은데요.
도경 : Don't worry. 워리워리 쫑쫑.
영지 : (픽 웃으며) 뭐라는건지....
도경 : 내가 다 준비를 했죠. 대충하는 가짜 과외라도 영어 수학 몇 문제는 풀어야할 꺼 아니예요.
그때 내가 정아미 앞에서 김준우한테 망신을 당해야겠어?
영지 : 그게 그렇게 신경쓰여요?
도경 : 당연하죠. 아미씨 앞에서 내가 절절 매는 모습, 그건 아니거든. 그래서 우리 둘이 스터디라도 하고 가자는거죠.
영지 : 난 안할꺼예요. 도경씨나 혼자 해요.
도경 : 아니 힘들게 만든 기회를 왜 버릴려고 그래요.
영지 : 뭐가 기횐데요? 나 오늘 출판사에 작품 돌렸어요. 내 인생의 기회는 거기서 오지,
김준우 앞에서 하는 허접한 과외에서 오는게 아닙니다.
도경 : . . . .(빤히 보다가). . . 그 사이에 뭔 일 있었구나.
영지 : 없었어요.
도경 : 거짓말...... 내가 김준우한테 가서 한번 따져야겠는데.
영지 : (소리 버럭) 하지마요 제발!
도경 : 깜짝이야... 고막 터지는 줄 알았네.
영지 : 난 이제 김준우랑 상관없이 내 갈길 갈꺼야. 그러니까 그 사람 앞에 가서 내 얘기 하지말고
내 앞에서 그 사람 얘기도 하지마요. 알았어?
도경 : 몰랐어!
영지 : (옆에 있던 쿳션을 도경 얼굴에 던진다)
S#12. 영지네 외경 / 밤
S#13. 영지네 마루 / 밤
저녁 밥상에 둘러 앉는 달구, 영지, 영구, 영민.
영지 : 나 아미 선생님네 일 그만 둘려구.
영구 : 왜?
영지 : 12월초에 신춘문예 마감이야. 그거 준비도 해야하고 좀 집중해서 글 쓰고 싶어.
영구 : 그럼 생활비는?
영지 : 너도 벌쟎아. 아껴쓰면 돼.
영민 : 내 대학등록금은?
영지 : 첫학기만 대줄게. 그리고 시험 끝나자마자 너도 아르바이트 시작해.
영민 : 싫다면?
영지 : 싫음 대학도 가지 말던가. 나도 이제 내 인생 살아야겠어.
달구 : 그래 잘 생각했다. 인간은 본디 자기 앞가림을 잘해야 돼.
영구 : 그러는 아버진 왜 맨날 술만 드세요?
달구 : 인생에는 다 정한 때가 있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술을 마실 때야.
영민 : 말이나 못함 밉지나 않지.
달구 : 술만 퍼마시는데 말까지 못해봐라. 얼마나 더 미울까.
영지 : 어쨌든 그렇게 알어. 나한테 돈 달라고 손 벌리지도 말구.
S#14. 영지 방 / 밤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영지.
영지 : . . . . . .
멍하니 앉아있다 자판을 두드린다. 화면에 하나하나 찍히는 글자.
<준우씨... 자기야. . . . 아까 전화 반가웠어요.... 보고 싶은 마음 잘 지워내고 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환청이 들리고 준우씨가 보여요. ..>
S#15. 준우 사무실 / 밤
준우, 멍하니 앉아있다. 준미, 들어온다.
준미 : 오빠, 엄마한테 전화왔는데 정아미 원장이랑 통화해서 골프 날짜 좀 잡아보래.
준우 : . . . . .알았어.
준미 : 지금 바로 알려달라는데.
준우 : . . . . .
S#16. 아미의 침실 / 밤
빈 방. 진동으로 드르륵 울리는 아미의 핸드폰.
S#17. 준우 사무실 / 밤
준우 : (핸드폰 내려놓으며) 안 받는데.
준미 : 그럼 통화 되는대로 엄마한테 알려드려. 난 먼저 퇴근할게.
준우 : 집으로 가니?
준미 : 아니 친구들이랑 약속.
준우 : 니 남편은?
준미 : 동창모임이 있대. 있거나 말거나.
준미, 나가는데 도경 들어온다. 준미, 도경을 위 아래로 훑어본다.
도경 : ..... ?
준미 : (준우에게) 오빠도 일찍 들어가. (가고)
도경 : 안녕하셨어요?
준우 : 자주 오시네요.
도경 : 연주회 하나 보러왔습니다. 방금 나가신 분은...?
준우 : 제 친동생입니다.
도경 : 아... 그러시군요. 오빠보다 미인이시네요.
준우 : 여긴 또 웬일이십니까?
도경 : 영지씨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준우 : 왜요?
도경 : 영지씨가 갑자기 이상해져서요. 병에 걸린 것 같아요.
준우 : 병이라뇨? 어디 아픈가요?
도경 : 마음이 아픈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그 원인이 김준우씨한테 있지 않나... 싶어서 말입니다.
준우 : . . . . .
도경 : 그렇죠?
준우 : 최도경씨가 참견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도경 : 아니죠. 서영지, 사랑하는 제 동네 친구의 일인데....
전화벨이 울린다.
준우 : (전화받아) 네, 아미씨!
도경 : . . . . ?!
S#18. 아미 침실 / 밤
아미 : 잠깐 다른 방에 있느라고 전화를 못 받았네요.
S#19. 준우 사무실 / 밤
통화하는 준우를 빤히 보는 도경.
준우 : 부모님이랑 같이 골프가기로 한거요. 언제가 좋으신가 해서요.
도경 : .... (인상 확 쓰며 혼잣말) 부모님이랑 골프??
아미 : 저야 휴일이면 돼죠. 아무 때나 괜챦으니까 편하게 잡아주세요.
준우 :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 드릴께요.
준우, 전화를 끓는다.
도경 : 아미씨랑 골프치러 가십니까?
준우 : 예.
도경 : 서영지, 정아미를 놓고 양다리 걸치고 계시군요.
준우 : 이보세요, 최도경씨.
도경 : 댁의 심정을 내가 모르는 바 아닙니다. 서영지도 끌리고 정아미도 멋지고.... 그렇다고 이럼됩니까?
서영지가 준우씨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데.
준우 : 그런 얘기를 여기까지 찾아와서 전해주는 이유는 뭡니까?
도경 : 나야 우리 영지씨가...
준우 : 영지씨를 위해서만은 아닌 것 같은데..... 맞죠?
도경 : . . . . .
준우 : 이런 행동 남자답지 못하네요. 정아미씨를 좋아하면 아미씨한테 직접 찾아가세요. 이런 우회적인 방법 사용하지 마시구.
도경 : 하하하.... 그렇게 보이십니까? (태연한 척하며)
도경(E) : 짜식.... 보기보다 날카로운데.... 보통 단수가 아냐...
준우(E) : 보기와 다르네..... 학교다닐 때 공부는 지지리 못했을 것 같은데, 남의 속을 다 뚫어보고 있쟎아.
도경 : 전 영지씨가 걱정돼서 왔는데.... 뭐 하시는걸 보니 전혀 영지씨를 마음에 두고 있지 않으시군요.
가서 영지씨한테 더 이상 속 끓이지 말라고 전하겠습니다.
준우 : . . . . .
도경 : . . .다시 한번 충고하는데 서영지, 정아미 양다리 하지마세요.
준우 : 양다리 아닙니다. 내 마음은 한 사람한테 있습니다.
도경 : 그게 누굽니까?
준우(E) : . . .엄밀히 말하면 약간의 양다리가 맞지 싶다.... 나도 요즘 내가 싫어.
도경(E) : . . 정아미라고 대답할꺼냐.
준우 : 최도경씨한테 말할 의무는 없을 것 같은데요. 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나가주시죠.
S#20. 아트센터 로비 / 밤
도경, 천천히 걸어내려오다 계단에 앉는다. 아트센터를 둘러본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도경 : 이런 걸 가진 놈이 정아미까지 차지한다면.... 세상은 정말 너무 불공평한거 아냐? . . . .골프치러 간다구?
(한숨) 족구 하나는 내가 짱인데. (일어나서 발길질 한번, 신발 저만큼 날아간다)
도경, 깽깽발로 뛰어가고.
S#21. 아미네 거실 / 아침
식탁에 차려진 토스트와 커피. 아미와 마주 앉아있는 영지.
아미 : 나한테 뭐 서운한게 있어서 그래요?
영지 : 아니예요. 그런거 전혀 없어요.
아미 : 그런데 왜 갑자기 그만두겠다는거야.
영지 : 글 쓰는데 좀 더 집중하고 싶어서요. 신춘문예 마감도 얼마 안남았구요... 다음주초면 딱 두달이거든요.
그때까지만 도와 드릴께요.
아미 : 그럼 그동안 생활비는?
영지 : 뭐. . .그냥 좀 아껴쓰고.... 정 안되면 대리운전을 또 해도 되구요.
아미 : 그보단 우리 집에 있는게 편하지 않아? 글 쓸 시간도 많구.
영지 : 원래 잡초기질이라서요, 집안에만 편하게 있으면 아무것도 안 떠올라요.
아미 : . . . 말이 좀 안된다 싶으네. 그만두고 싶은 이유가 정말 그것 뿐이예요?
영지 : . . . .
아미 : . . . .알았어요. 섭섭하지만 어떡해. (옷방으로)
초인종 소리. 영지, 문 열면 문여사, 들어온다.
문여사 : 정원장 아직 출근 안했죠?
영지 : 네. . . .
마주앉은 아미와 문여사.
문여사 : 병원에 들릴까 했는데 오늘 일이 좀 겹쳐서 시간이 애매하더라구.... 이웃 좋다는게 뭐야. 나가는 길에 들렀어.
아미 :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문여사 : 아침부터 이렇게 찾아온 데는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
아미 : . . . . .
영지, 오렌지 쥬스를 두 사람 앞에 갖다 놓는데.
문여사 : 서두르자, 정원장.
아미 : 뭘요?
문여사 : 뭐긴 뭐야. 결혼이지.
아미 : . . . .
영지 : . . . .!! (쥬스놓고 식탁쪽으로)
문여사 : .....솔직히 말할게. 미국에서 어머님 전화를 받았어.
아미 : 엄마가 전화를 하셨어요?
문여사 : 얼마 전에 수술하신거 알아 몰라?
아미 : 알아요.
문여사 : 수술 후에 괜챦아졌다가 다시 좀 안좋아지고 계신가봐.
아미 : 엄마가요?
문여사 : 뭐 크게 걱정할 껀 아니라고 말씀하시고 목소리도 정정하겐 들렸는데...
아무래도 더 나빠지기전에 결혼을 서둘렀으면 하는 눈치셨어.
아미 : . . . . .
영지 : (싱크대에서 행주로 접시 닦으며 듣고 있는). . . .
문여사 : 김교수 댁에도 내가 넌지시 운을 띄워두는게 좋겠지? 결혼 얘기 빨리 진행시키자구.
아미 : . . . . 그러세요.
쨍그랑 깨지는 소리. 떨어져 깨져 있는 큰 접시.
영지, 당황해 접시조각을 치우고 있다.
아미 : 괜챦아요? 안 다쳤어?
영지 : 네... 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워서....
아미 : . . . .
영지 : (말없이 조각 치우고. . . )
S#22. 웨딩샵 앞 / 낮
꽃으로 장식된 웨딩카 서 있다. 영지, 쇼윈도우 앞에서 걸려있는 웨딩드레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웨딩드레스 입은 아미와 예복입은 준우, 웃는 얼굴로 나온다.
영지 : . . . .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아미 : 이거 받아 영지씨! (부케를 던져주고)
준우 : 우리 어때요? 잘 어울리죠?
영지 : 제주도의 북소리는 다 잊으신거죠?
준우 : 그게 뭔데요?
다른 신랑 신부, 샵에서 나와 차에 탄다.
영지, 멍하니 서 있다가 걸어가는.
영지 : 이젠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S#23. 청주 전시장 / 낮
관계자와 함께 공예품들을 구경하는 준우.
준우 : 이쁘네요... 저도 미국에서 공부할 땐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었었는데..... 이런건 어떻게 만든건가....
준우,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손가락 딱!
S#24. 목공 작업실 / 낮
(홍대 앞 목공소 작업장 같은)
준우, 원목을 고르고 있다.
준우 : MDF말고 원목으로 보여주세요. . . .이건 무슨 나무예요? (두드려 보고) 아, 소나무요..... 혹시 참나무도 있나요...
준우, 책상 만들기. 컴퓨터 화면에 완성된 그림 떠 있다. 사각형에 다리 네 개 아주 심플한 디자인.
준우, 줄자로 나무를 재고, 선을 긋고..... 보안경을 쓰고 나무를 켜고 있다.
인부 : 병 나겠어요, 쉬엄쉬엄해요.
준우 : 디자인이 심플해서 오늘 내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무를 켠 톱에서 눈처럼 날리는 톱밥. 준우, 땀 흘리며 열심이다.
준우 : (땀 닦고 물 마시며) 여기다 인두로 글씨 새길 수 있죠?
책상 완성. 책상 한 켠에 인두로 지져 만든 글씨. <서영지의 책상>
S#25. 준우네 거실 / 낮
차 마시는 문여사, 준우 부, 모, 준미.
준우모 : 저희도 뭐 시간을 끌 생각은 아니었으니까요.
준우부 : 그나저나 그 댁 어머님이 편챦으시다니 상견례는 당분간 힘들겠군요.
문여사 : 다행히 많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신 것 같아요. 회복되시는 대로 아버님하고 한국에 나오실 겁니다.
준우부 : 잘됐구만.
준우모 : 그럼 식은 한 내년 봄쯤으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문여사 : 올 겨울도 나쁠껀 없지 않아요?
준미 : 아이구... 결혼 일찍해봤자 뭐가 좋아요. 그냥 봄이 좋을 것 같네요.
준우부 : 내 생각에도 겨울은 좀 급한 것 같아. 봄쯤으로 정해둡시다.
문여사 :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준미씨는 잠깐 나 좀 볼까?
S#26. 준우 방 / 낮
준미를 끌고와 준미의 머리를 쥐어박는 문여사.
준미 : 어머! 왜 때려요.
문여사 : 좋은 신랑감 구해줬더니 왜 딴 짓하고 다녀. 바람피우지, 지금?
준미 : 어머! 무슨 소릴 하시는거야.
문여사 : 모델같은 남자랑 술 마시고 춤추는거 본 사람이 있는데.
준미 : 그게 언제적인데요, 두달 전에 끝냈. . .(하다가 입막으며) 흡! 나 왜 이러니.
문여사 : 너무한거 아냐. 의사남편 의사남편 노래를 불러서 제일 실력있고 좋은 집안의 남자를 소개해줬구만.
준미 : 얼굴이랑 키는 심하게 미달이었어요. 그걸 아셔야죠.
문여사 : 바람 피우는걸 들켰다고 생각해 봐. 조박사 댁에서 날 얼마나 원망하시겠어.
준미 : 걱정마세요, 문여사님. (엉덩이 샐룩샐룩) 제가 꼬리는 많지만 결코 길지 않습니다. 절대 밟히지 않아요. 흐흣!
S#27. 영지 방 / 낮
영지, 책 읽고 있다. 영구, 문 벌컥 열며.
영구 : 야, 나와봐! 빨리!
영지 : ??
S#28. 영지네 마당 / 낮
커다란 원목책상 들어온다.
준우 : 어. . .어. . .조심조심. . . .
영지, 방에서 나온다. 준우와 인부 2명 책상과 의자 들고 들어온다.
영지 : 이게 뭐예요?
준우 : 선물이예요. 영지씨 책상이요. 이 책상, 내가 직접 만들었어요. (탕탕 쳐보며) 이쁘죠?
영지 : . . . .(어이없고 기분 안좋은). . . .
준우 : 영지씨 방 저쪽인가요?
S#29. 영지방 / 낮
문 앞에서 책상들고 낑낑대는 인부들.
영구 : 관둬요 관둬! 방이 너무 좁아서 못 들어온다니까.
준우 : (밖에서) 둘 자리가 없나...
영지 : (밖에서 버럭) 그만두고 당장 나와요!
S#30. 영지네 동네 일각 / 낮
영지와 준우 마주 서있다. 영지는 자존심 상하고 화가 나 있고, 준우는 머쓱.
영지 : 뭐하자는거예요?
준우 : . . . 사과의 선물이예요.
영지 : 부원장님이 나한테 뭘 사과하는데요?
준우 : 거짓말한 거, 약속 안 지킨거 미안하다구요.
영지 : 전혀 미안하실 꺼 없는데요.
준우 : 영지씨....
영지 : 이제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
준우 : 화 풀어요 영지씨.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 안좋았는지 알아요? 영지씨가 이걸 받아줘야 나도 마음이....
영지 : 자기 마음 편하자고 내 속을 이렇게 뒤집어놔요?
준우 : . . .
영지 : 손바닥만한 집, 쥐구멍만한 방에 사는거 다 알면서 어쩌자고 저런 걸 갖고 들어와요?
준우 : . . .미안해요.... 사이즈 가늠을 못했어요....
영지 : (버럭) 가져가세요, 당장!
준우 : (서운) 영지씨, 내가 사과하쟎아요.
영지 : 사과하실 일 없다니까요, 글쎄. 나 지금 기분 무지 안좋아요.
준우 : 알아요, 나두.
영지 : 나한테 거짓말을 해서 기분 나쁜게 아니라, 준우씨를 거짓말하게 만들고 난처하게 만든 내 상황이 싫어요.
그래서 기분이 안좋다구요.
준우 : ................
영지 : 저 책상, 꼭 부원장님 같아요. 보기엔 멋지고 갖고 싶지만 내 방에 어울리지도 않고 놓을 수도 없쟎아요.
준우씨도 나한테 그래요.
준우 : . . . . .
영지 : 다신 저한테 연락 안하셨음 좋겠어요.
영지, 돌아서 걸어간다. 준우, 말없이 서 있고.
S#31. 영지네 마당 / 낮
마당에 덩그마니 놓여있는 책상. 달구와 영구, 그 앞에서 보고 있다.
달구 : 자기가 직접 만든거라고 가져왔단말이지.
영구 : 네. 방에다 쑤셔 넣을려구 애쓰다가 그냥 포기하고 영지가 데리구 나갔어요.
영지, 들어온다.
달구 : 그 놈은 갔냐?
영지 : . . . . .네.
달구 : 내 그 놈 처음 봤을 때부터 미친놈이다 싶었다. (발로 차며) 코 딱지 만한 방에다 이걸 어떻게 놓으라구 가져와, 가져오길.
영지 : . . . . . .
달구 : 내다 버려 이거! 영구 너 가서 재활용 수거하는데다 놓구 와.
영구 : 이 무거운걸 귀챦게 어떻게 옮겨.
달구 : (빗 자루 들고와 내리치고 걷어차며) 그럼 이거 다 뽀개. 뽀개서 아궁이에 때버려.
영지 : (막아서며) 하지 마요. 흡집나겠어.
달구 : 흡집나면 어떠냐. (빗자리루 때리며) 쓸모도 없는걸 이걸 이걸. . .
영지 : 하지마. (달구와 잠시 몸싸움, 빗자루 뺏어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달구 : . . . .
영지 : 이건 제가 알아서 처리할께요. 그만 들어가세요.
달구 : (한번 더 걷어차고 마루로)
영지 : . . . . .
영구 : 생쥐야. . . . 그 사람이 너 진짜루 좋아하는거 아냐?
영지 : . . . . .
밤. (동네 가로등 인서트 들어가도 좋겠고) ...비 부슬부슬 내린다.
영지, 커다란 우산을 받쳐들고 책상 앞에 앉아있다. 책상이 비를 안 맞도록 우산으로 잘 가려주고.
영지의 등은 우산이 안 자라가 빗물로 젖고 있다.
영지, ‘서영지의 책상’ 이라 찍힌 글씨를 만져본다. 책상도 쓰다듬어보고.... 애잔한 눈길.
영지 : .. . . . .이쁘게도 만들었네. . . .
영구, 마루로 나와 소리친다.
영구 : 야, 너 언제까지 그러구 있을꺼야?
영지 : . . . .비 그칠 때까지.
영구 : 일기예보 보니까 밤새 비온대. 밤새 그러구 있을래?
영지 : 응.
S#32. 준우 방 / 밤
준우, 우울하게 앉아있다. 팔에 난 상처 바라본다. 노크소리, 준우모 들어온다.
준우모 : 얘, 너 팔에 그게 웬 상처야?
준우 : 아무것도 아니예요.
준우모 : 많이 났는데 여기저기....
준우 : 전시장에서 작업하다가 좀 긁혔어요.
준우모 : 일요일날 골프가기로 했다. 정원장한테도 그렇게 얘기해 줘.
준우 : 네.
준우모 : 그리구 니 결혼 봄쯤으로 생각해 두면 어떻겠니? 정원장이랑 아직 구체적인 얘긴 없었지?
준우 : 결혼은 좀 천천히 생각하면 안돼요?
준우모 : 정원장 어머님 건강이 안 좋으신가보더라. 그래서 결혼을 좀 서둘렀으면 하신대.
준우 : 뭔가 마음이 움직여야 결혼을 하는거 아니예요? 엄마 아버지랑 결혼할 때 그냥 조건좋고 사람 나쁘지 않아보이니까 하자
그러셨어요?
준우모 : 왜, 정아미랑 무슨 일 있니?
준우 : 아뇨. 없어요. 그리고 아미씨 좋아요... 좋은데... 아직 이 사람이랑 평생 같이 살고 싶다.. 여기까지는....
준우모 : 너 미적거리다 정원장 놓칠라. 그만한 신부감이 어디 흔한 줄 아니?
준우 : . . . . .
S#33. 바 Bar / 밤
술 마시는 아미와 이문.
아미 : 엄마 건강 더 나빠지시기전에 결혼도 그냥 서둘러서 할려구.
이문 : 김준우씨랑?
아미 : 응, 그 정도면 어디 내놔도 안 빠지는 신랑감 아니니.
이복언니들 코도 납작하게 해주고 우리 엄마보기에도 아주 자랑스런 신랑감이야.
이문, 술잔 내려놓고 아미를 한참 바라본다.
아미 : 왜? 뭐 묻었냐?
이문 : 아미야, 너 이복언니들이랑은 비교도 안돼게 성공하고 인정받긴 했지만 아직도 콤플렉스에서 못 벗어 나고 있어.
아미 : 내가?
이문 : 남들 눈에 니 행복을 맞출려고 하쟎아.
아미 : 남들 눈에 근사하게 보이는게 뭐가 나빠?
이문 : 만약 너랑 결혼할 남자가 널 사랑하는 마음보다 학벌좋고 돈 잘버는 의사여서 널 택했다고 생각하면 슬프지 않니?
아미 : . . . .김준우는 안 그럴꺼야.
이문 : 그 사람, 니가 이런 생각하는거 모르쟎아. 너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뭐야.
아미 : 그러는 넌? 죽고 못 산다고 난리쳐서 결혼한 첫사랑이랑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좋니? 가끔 한눈도 팔쟎아.
이문 : 그래, 죽네사네 해도 같이 살다보면 다 똑같고 시들해져. 그래도 뭐 때문에 버티는줄 알아? 이 사람 아니면 내가 죽겠다고
난리쳤던 기억, 헤어지자고 해놓고 열흘도 못 가서 그 집 앞에 찾아가 엉엉 소리내서 울었던 추억.... 그걸로 사는거야.
아미 : (비웃는) 흥!
이문 : 난 니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랑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 아미야.
아미 : . . . . . ..
이문 : 너 그 사람 아직 안 사랑해. 정말 사랑하는 다른 사람을 찾던가 아님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게된 후에 결혼해도 늦지 않아.
아미 : 그러다 엄마 돌아가시면? 이복언니들이 얼마나 고소해하겠어. 그 전에 할꺼야. 사랑 아니어도 할꺼야.
이문 : 불쌍한 인간, 정아미.
아미 : . . . . 솔직히 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닫힌 거 같아. 뭐가 사랑인지 알아 볼 수 있는 눈도 감겼구.... (술 마시고)
S#34. 바 앞 / 밤
비 내린다. 아미, 이문 취해있다.
아미 : 한잔만 더 하자. 응?
이문 : 일찍 들어가야 돼. 와이프랑 아침에 싸우고 나왔단말야.
아미 : 싸우고 나왔는데 왜 일찍 들어가니?
이문 : 조심해서 들어가. 나 먼저 간다.
아미 : 진짜 갈꺼야?
이문, 택시타고 가고.
아미 : . . . . 한잔 더 하고 싶은데. . . .
아미, 핸드폰을 만지작 걸린다. 번호를 찾아본다. 김준우...
아미, 잠시 이름을 보다가 다시 버튼을 눌러본다. 최도경, 이름에서 멈추고.
아미 : .. . . . .
비 그쳤다. 아미, 손을 내밀어 비가 안오네.... 싶은 표정으로 서 있는데 도경, 뛰어온다.
아미, 서 있는걸 보고 도경, 긴장하고 힘이 빡 들어간 표정으로 소매 걷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아미 : ?? (왜 저러나). . . .
도경 : 어딨어요? 이복 언니들.
아미 : 그런거 아닌데....
도경 : 그럼요?
아미 : 나와줘서 고마워요. 그냥 술 한잔 하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도경 : 깜짝 놀랐쟎아요.... 난 당장 나와달라고 해서 구조요청인줄 알았네. 이복언니들이 또 출동한 줄 알았쟎아요.
아미 : 같이 술 마시던 친구가 일찍 갔어요. 난 한잔 더 하고 싶었는데.
도경 : 그래서 또 전화를 쫙 돌렸는데 아무도 시간이 안된다고 해서 너한테 한거다, 착각하지 말아라 그 얘기 하실려고 그러죠?
아미 : 아뇨. 도경씨한테 젤 처음 했는데요.
도경 : 정말요?
아미 : 네, 부담없고 편하니까요. 잘 보일 필요도 없구.
도경 : 그 말은 안해도 좋았는데....
아미 : 가요.
S#35. 술 집 / 밤
술 마시며 얘기하는 두 사람.
아미 : 난 친구가 별로 없어요....
도경 : 성격이 이상하시쟎아요.
아미 : . . . .
도경 : 농담이예요. (이쑤시개로 토마토 콕 찍어주며) 토마토 드세요.
아미 : 싫어요.
도경 : (머쓱, 토마토를 먹는다)
아미 : 그런데 내가 제일 좋아하고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근데 나더러 인생 잘못 살았대.
도경 : (팔 걷어부치며) 누구예요. 데려와.
아미 : . . .그런데 그 친구 말이 맞는 것 같아....
도경 : 왜 또?
아미 : 솔직하지 못해, 난. 다 감추고 있어. 어쩔 땐 감추고 있는게 진짜인지 겉으로 드러난게 진짜인지 모를 때가 많아.
도경 : 나도 그래요.
아미 : 도경씬 아니예요. 얼굴에 다 보이는데.
도경 : 아닌데... 나도 비밀의 인간인데....
아미 : 도경씬 어떤 비밀이 있는데요?
도경(E) : 당신을 잡아 남자신데렐라가 되고 싶은거.
도경 : 하하하.... 그러구 보니 난 비밀이랄게 없네요... 엉덩이에 용 문신이 있는 것도 아니구.
아미 : 도경씨한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어.
도경 : . . . .?
아미 : 도경씨 그만하면 멋져요. 춤도 잘추고 섹시하고.... 키도 크고, 매력 있어.
도경 : (기대감에) 그래서요?
아미 : 어떤 옷을 입어도 다 잘 어울리니까 굳이 짝퉁 입지마요.
도경 : (큰소리로) 게임이나 합시다.
위스키 스트레이트 잔 20개 정도 놓여있는 테이블. 사이사이에 촛불들, 술잔사이로 촛불 예쁘게 일렁인다.
도경.아미 : 가위 바위 보!
도경이 진다. 한잔 마시고. (음악을 타듯 아주 스피디하게 만들어 주세요!)
도경.아미 : 가위 바위 보!
아미가 진다. 한잔 마시고.
도경.아미 : 가위 바위 보!
도경이 진다, 한잔 마시고. . . .
도경.아미 : 가위 바위 보!
시간경과 비어있고 비어있고 쓰러져 있는 잔들.... 도경, 테이블에 엎어져 있다. 아미도 많이 취해있다.
아미 : 도경씨, 오늘 고마워요. . .비도 오는데 이렇게 나와주구.... 진짜 고마워요. . . .도경씬 정말 편하고 좋은 친구야.
도경 : . . . .
아미 : 일어나요. 집에 안 가?
도경 : . . . .
아미 : 나 먼저 간다 그럼. 굿 나잇!
아미, 일어나 걸어나간다. 도경은 그대로.... 아미, 가다 돌아본다. 도경, 엎드려 있고.
아미, 어쩔까 잠시 주춤하다가 그냥 걸어나 가는데 쿵 하는 소리. 돌아보면 도경, 바닥에 떨어져 있다.
아미 : . . . .
S#36. 달리는 택시 안 / 밤
도경, 곯아 떨어져 있다.
아미 : 도경씨, 집이 어디예요?
도경 : . . . .
아미 : (도경의 무릎을 때리며) 도경씨...눈 떠봐요. 집이 어디냐니까.
도경 : . . . .
도경, 점점 고개가 아미 쪽으로 기울어 아미 어깨에 기댄다. 그런 도경을 잠깐 보는 아미....
아미 : . . . .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고)
S#37. 영지 방 / 밤
전화받는 영지.
영지 : 네, 선생님.
아미(F) : 영지씨.... 밤늦게 미안.....
영지 : 괜챦아요.... 선생님 술 드셨어요?
아미(F) : 응... 영지씨 근데 혹시 도경씨 집이 어딘지 알아요?
영지 : 도경씨 집이요? 모르는데요.
아미 : 같은 동네랬쟎아.
영지 : 그래도 집까진 모르죠. 왜 그러시는데요?
아미 : 아냐... 밤늦게 미안해요. (끓고)
영지 : ??
S#38. 아미네 빌라 앞 / 밤
택시 서 있다.
아미 : 도경씨! 정신 차려봐요.
도경 : . . . . .
아미 : 아저씨! 제가 돈 더 드릴테니까 이 사람 좀 모텔에 데려다 주실 수 있으세요?
기사 : 그건 곤란하죠. 죄송합니다.
아미 : . . . . .
경비, 뭔가 싶어서 다가온다.
경비 : . . .정원장님 아니셔유. 무슨 일 있어유?
S#39. 영지네 마당 / 아침
마른 걸레로 싹싹 닦고 투명한 비닐로 책상을 덮어놓는 영지. 손으로 한번 쓰다듬는다.
문여사(E) : 김교수 댁에도 내가 넌지시 운을 띄워두는게 좋겠지? 결혼얘기 빨리 진행시키자구.
아미(E) : . . . . 그러세요.
영지, 가방 메고 나간다. 대문 닫다가 다시 한번 책상으로 눈길, 그리고 문 닫는다.
S#40. 아미네 거실 / 아침
영지, 들어서다 깜짝 놀란다. 도경, 담요덮고 소파에서 쭈그린 채 잠들어 있다.
영지 : . . . . .
아미 : (방에서 나오며) 왔어요?
영지 : 도경씨가 왜 여기....
아미 : 어제 우리 둘 다 술을 엄청 마셨거든. 콩나물 국 좀 해주라 영지씨. (옷 방으로)
영지 : . . . .(잠든 도경을 보고 서 있다. 화가 팍 나고)!
S#41. 아미 옷 방 / 아침
옷 고르는 아미. 영지, 들어와 문을 쾅 닫는다.
아미 : ...(얘가 왜 이러나).....??
영지 : 선생님,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아미 : 내가 뭘?
영지 : 최도경씨랑 어떻게....
아미 : (픽 웃는) 허! 우리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사람 거실소파에서 자고 있는거 보면 몰라?
영지 : . . . .
아미 : 막말로 내가 저런 남자를 유혹해서 데려왔겠어, 같이 잠을 잤겠어.
술 취해 몸도 못 가누는 사람을 길바닥에 버려두고 올 순 없쟎아.
영지 : 그럼 선생님은 어떤 남자를 유혹하고, 어떤 남자랑 자는데요?
아미 : (기분 상하기 시작) ....영지씨 아침부터 왜 이래?
영지 : 도경씨랑 술은 왜 드셨어요?
아미 : 마시면 안돼요?
영지 : 김준우 부원장님이랑 결혼 서두르잔 얘기까지 나온 마당에 왜 최도경씨가 이 집에서 자야할만큼 술을 마셨냐구요.
아미 : 도경씨야 술 마시기 편하고 부담없는 사람이니까.
영지 : 그럼 김준우 부원장님은요?
아미 : 그 사람은 다르지..... (대답하다보니 기분 나쁜) 그런데 내가 왜 이런걸 다 영지씨한테 대답해야 하지?
영지 : 선생님 이러시면서 선생님 아버님 탓하실꺼 없어요.
아미 : (거슬리는) 뭐야!
영지 : 저한테 뭐라셨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였는데 계산하고 남들 시선 생각해서 엄마를 버리고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구....
그것 때문에 그쪽 여자나 선생님 어머니나 다 불행해지셨다구.
아미 : 내가 최도경을 사랑하기라도 한다는거야? 절대 아니야. 착각 마.
영지 : 호감은 갖고 계시쟎아요. 저런 남자한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게 부끄러우세요?
아미 : . . .영지씨.... 주제넘는 소리 좀 집어치울래.
영지 : 저도 할 말은 해야겠어요. 선생님은 이중적이예요.
S#42. 아미네 거실 / 아침
도경, 눈 뜬다. 부스스 일어나며 여기가 어디지 둘러보는데 안에서 싸우는 소리 들린다.
아미(E) : 말이 좀 지나치지 않아? 나에 대해서 뭘 그렇게 안다구.
영지(E) : 제 말은 사람 갖고 놀지 말고, 남의 감정을 이용하지도 말라는 거예요.
아미(E) : 사람을 갖고 놀아? 내가?
영지(E) : 이용하고 갖고 노는거 아니면 이게 뭔데요? 선생님도 좀 솔직해지세요.
도경 : ??
S#43. 아미 옷 방 / 아침
영지와 아미, 팽팽한 긴장감으로 마주 서 있다.
아미 : 솔직해 지라구? 그러는 영지씨는, 우리집을 그만 두겠다는 이유... 김준우씨 때문 아닌가?
영지 : . . . . .!
아미 : 그 사람 좋아해서 불편해서 그런거 아니냐구.
영지 : . . . . . 네! 맞아요.
아미 : . . . . .
영지 : 선생님 대신해서 선보러 나갔던 날부터 저 그분 좋아했어요. 그 사람도 날 사랑했으면... 매일 그 사람 목소리를 듣고,
속상 할 때 힘들 때마다 그 사람한테 달려갈 수 있었으면....
아미 : . . . . . .(자신은 계산으로 잡고 싶어하는 준우를 영지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는데 묘한 감정....)
영지 : 제 수준에 맞지 않는 사람이란거 알고 단념할려고 했는데 잘 안돼서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제 다 지웠어요.
두 분 결혼 축하해 드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왜 ..........
아미 : 그래서 뭘 원해? 내가 말해줄까, 준우씨한테 서영지가 당신을 좋아 한다는데 어떡할까요.
S#44. 아미 거실 / 아침
옷방 앞에서 도경, 긴장된 표정으로 엿듣고 있다.
영지(E) : 네, 제발 말해주세요. 우리 집 파출부가 당신을 좋아한댑니다. 자기 주제도 모르는 저 아이를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아미(E) : 알았어요, 이따 출근하는 길에 전화걸어 줄테니까 걱정하지마.
영지 : 선생님 대신 선 보러 나간거, 저 무지무지 후회하고 있어요.
아미 :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건 후회 안하구?
영지 : 선생님은 잔인해요. 자기가 상처받은만큼 잔인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화가 나면서도 가슴이 아파요.
아미(E) : 그만 두고 싶음 곱게 나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주제넘게 참견하지 말구.
영지 : 네, 그렇게 할께요. (앞치마 벗어 패대기치며) 내일부터 여기 안 와요!
아미 : . . . . . . .
영지 나온다. 문을 벌컥 열다가 그 앞에 서 있던 도경 문짝에 머리를 쿵!
도경 : 아흐. . . .
영지 : . . . .
영지, 현관으로 나가고 아미 나온다.
아미 : 잘 잤어요?
도경 : 제가 여기서 잤습니까?
아미 : 어젠 고마웠어요 도경씨.
도경 : (둘러보며) 와. . .집 좋다아.... 50평도 넘어보이네요.
아미 : 도경씨, 내가 지금 출근해야되거든요....
도경 : 같이 나가요, 그럼.
아미 : 동네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먼저 나가세요. 제가 며칠내루 밥 한번 살께요.
S#45. 아미네 빌라 앞 / 낮
화가 나서 걸어나오는 영지. 걸어가는데 눈물이 난다.
영지 : 내가 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다 속상하고 다 싫어. 선생님을 만난 것도 싫고, 대신 선보러 나간 것도 싫고....
이렇게 끝나게 된 것도 싫어.
도경, 따라오며 부른다.
도경 : 영지씨..... 영지씨!
S#46. 식 당 / 아침
콩나물 국밥 먹고 있는 영지와 도경.
도경 : 아미씨네 집 진짜 좋다.... 영지씬 아침부터 아미씨 집에 웬일이예요?
영지 : . . .별일 아니예요. 이젠 갈 일 없어요.
도경 : 아미씨네 집에서 내가 자고 나왔다니.... 꿈 같다.
영지 : 아침밥도 못 얻어먹고 쫓겨난 주제에 뭐가 그렇게 좋아요?
도경 : 아침밥 얻어먹는게 더 이상하다.
영지 : 밤에 술 마시자고 부르니까 신나서 나갔겠네요.
도경 : 다짜고짜 지금 당장 나와줄 수 있냐구 묻더라구, 그래서 긴급 구조요청인줄 알았죠.
영지 : 긴급 구조요청이라뇨?
영지 : 내가 정아미씨한테 그랬다구, 이복언니들이 또 찾아와서 난동부리면 언제든지 날 부르라구.
영지 : . . . . .
도경 : 그 말을 한 이후부터 전화벨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
영지 : 최도경씨.... 아미 선생님을 정말로 좋아하는거 아니예요?
도경 : 당연히 좋아하니까 잡고 싶은거지.
영지 : 아니 조건 때문에 잡고 싶은거 말구... 진짜로 좋아하기 시작한 거 같은데요.
도경 : . . . .아닌데....
영지 : 아니고 싶은거 아니예요?
도경 : 왜?
영지 : 진짜로 좋아하면 괴로워지니까.
도경 : 아는 척 하지마요. 아니야.
영지 : . . . .
도경 : . . . . .(괜히 큰소리로) 아줌마! 새우젓 좀 더 주세요.
S#47. 아미 진료실 / 낮
아미, 의자를 돌려 창 쪽으로 가만히 앉아있다. 핸드폰 들어 전화 하는.
아미 : 준우씨, 오늘 같이 점심 먹을래요?
S#48. 레스토랑 / 낮
준우, 아미 앉아있는 테이블. 웨이츄레스, 주문표 확인하고 있다.
웨이츄레스 : 브러컬리 크림 슾 두 개, 시저 샐러드 하나, 봉골레 스파게티 둘. 맞으시죠?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가고)
아미(E) : 시원한 콩나물 국으로 해장하고 싶었는데.....
준우 :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아미 : 그러게요. 그날 밤 이후 처음 만나는거쟎아요.
준우 : (미소)
아미 : 어머, 손에 상처 왜 그래요?
준우 : . . . 청주 전시장에서 일하다 좀 다쳤어요.
아미 : (손 만져보며) 잘못하면 흉지겠다.... 시간날 때 병원에 한번 오실래요?
준우 : 이 정도 가지구 뭘요.
아미 : (준우 손을 놓지 않고 바라본다)
준우 : . . . . .
아미(E) : 문여사님이 다녀가셨을텐데..... 결혼 얘기를 안 꺼내네...
준우(E) : 왜 갑자기 점심을 먹자고 한거지.... 결혼얘기를 할려고 이러나....
준우 : 영지씨는 잘 있어요?
아미 : (손 놓으며) 왜 저를 만날 때마다 영지씨를 물으세요?
준우 : . . . .아, 그랬나요? 그거야 우리 둘이 공통으로 아는 사람이...
아미 : 영지씨 잘 있어요. 바쁜지 이제 저희집 일 도와주는 것도 못 하겠다고 하네요.
준우 : 그래요? 무슨 일이 생겼나.....
아미(E) : 이 남자 멋지고 매력적이긴한데 최도경처럼 편하고 재밌는건 없어.
준우(E) : 이 여자 멋지고 매력적이긴한데 서영지처럼 애틋하게 다가오진 않아.
웨이츄레스, 슾 가져 온다.
웨이츄레스 : 슾 나왔습니다.
아미 : 와... 맛있겠다...
준우 : 이 집 브로컬리 크림 슾 유명해요. 드셔보세요.
아미와 준우, 웃으며 ‘ 맛있다....마늘빵 찍어 드셔보세요...’ 이야기하며.
아미,준우(E) : 그래도 결혼은 이 사람이랑 해야겠지....
S#49. 레스토랑 앞 / 낮
걸어나와 서로 다정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준우, 아미.
아미 : 점심 너무 잘 먹었어요. 다음에 제가 한번 쏠께요.
준우 : 좋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아미 : 그럼 들어가세요.
준우 : 수술 잘하시구요!
서로 각자의 차로 걸어가는 두 사람.
아미(E) : 서영지를 좋아하고 있는게 느껴져.... 하지만 다가서진 못 할꺼야. 내가 최도경한테 선을 긋고 있는 것처럼.
준우(E) : 서영지가 정아미의 의대 후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