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동풍과 서풍 사역
이사야 40:6~8, 말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외치라 대답하되 내가 무엇이라 외치리이까 하니 이르되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리 하라
찬송가 186장(영화로신 주 성령)
오늘 본문 말씀에 ‘여호와의 기운이 붊이라’는 말씀에서 ‘기운’은 ‘바람’으로서 히브리어 ‘르와흐’입니다. ‘르와흐’는 바람, 성령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여호와의 바람은 여기서 성령을 가리킵니다. 성령은 바람과 같은 팔레스타인에는 동풍과 서풍이 서로 다른 반대의 역할을 합니다. 서풍은 지중해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서 많은 비를 동반하여 목초지들을 살리는 생명수 역할을 합니다. 반면에 동풍은 아라비아 사막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으로서 며칠만 계속 불면 팔레스타인의 모든 풀과 나무들은 다 시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여호와의 바람 역시 이 두 가지가 다 있어서 사람들의 삶을 살리는 일도 하시고 마르게 하시는 일도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에게 외치라고 명한 말씀은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폴이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고 하는 말씀이었는데, 이는 인생의 삶에 성령의 동풍으로서 사람들의 인간적인 영광을 떨어뜨리는 마르게 하는 사역을 가리킵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훗날 예수님 앞에 나타나서 사람들의 마음을 낮추어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말씀으로 준비한 세례 요한의 사역을 가리킨 예언입니다. 세례 요한은 세상에 나타나 사람들의 마음 속에 교만을 꺾고 그들 속에 뼈속까지 스며든 죄성을 낱낱이 들춰내며 회개의 쟁기로 갈아엎어서 마음을 낮추게 하여 자신들의 의로움으로 얼마든지 구원받을 수 있다고 자만하던 유대인들을 주님께 인도하는 사역을 감당하였습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 앞에서 오셔서 사람들이 속고 있었던 인생의 의로움과 인간의 세상적 영광이 얼마나 허무하고 연약한가를 드러내는 사역을 하셨습니다. 그분의 날카로운 말씀의 화살은 사람들의 굳어버린 양심을 찔러서 “어찌할꼬.” 하며 엎드리게 만들었고 자신들이 이방인과 다를 바 없이 전적인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 없이는 지옥에 떨어질 자임을 깨닫고 하나님의 은혜를 갈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인생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의로움의 아성이 무너져야 합니다. 영원한 쇠하지 않는 하늘의 영광을 얻기 전에 먼저 잠깐 빛나는 것 같지만 결국 영원히 어둠으로 사라져버리는 육신의 영광의 초라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깨달음은 인간 스스로부터 오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위에서 부어주시는 성령의 일하심으로 깨달아집니다. 성령께서 영원하고 참되고 진정한 영광과 행복을 주시기 위하여 먼저 사람들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게 하고 사람이 추구하는 영광의 헛되고 무익함을 자각하게 만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절대로 하나님의 영원한 영광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성령을 보내어 이와 같은 일들을 자기의 택한 백성들 안에서 시행하시곤 하는데, 예를 들어 모세를 하나님의 택한 백성들을 애굽에서 건져내어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는 귀한 사역을 감당하기 위하여 먼저 애굽 궁중의 세속적 영광이 유한함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역사하시어서 애굽 바로 왕에게 모세의 행각이 드러나 그 궁중에서 쫓겨나 목숨을 위하여 광야로 달아나서 거기서 사십 년 동안 일개 목동으로 지내게 하셨습니다. 그 사십년 동안 미디안의 광야에서 장인 이드로의 양을 치면서 모세는 성령의 풀을 마르고 들의 꽃을 떨어지게 만드는 쇠약하게 하는 역사를 경험하게 합니다. 그러면서 그 내면 속에 하나님 한 분에게만 소망을 두고 이 지상의 소망을 내려놓고 하늘의 영원한 영광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다윗도 이스라엘의 왕위에 올라 세상 부귀 영광을 누렸지만 그의 삶 속에서 이런 저런 세상적인 고난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밧세바의 일로 인한 하나님의 징계를 겪으면서 그는 성령께서 자기를 낮추시고 인간의 영광을 좀먹는 것 같이 쇠하게 하시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많은 질병에 시달리며 원수들의 비방과 음모 속에서 괴로워하면서 세상 영광의 헛됨을 깊이 자각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있었던 다윗은 시편 39편 말씀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게 하사 내가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주께서 나의 날을 한 뼘 길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사람은 그가 든든히 서 있는 때에도 진실로 모두가 허사뿐이니이다 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같이 다니고 헛된 일로 소란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거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나를 모든 죄에서 건지시며 우매한 자에게서 욕을 당하지 아니하게 하소서 내가 잠잠하고 입을 열지 아니함은 주께서 이를 행하신 까닭이니이다 주의 징벌을 나에게서 옮기소서 주의 손이 치심으로 내가 쇠망하였나이다 주께서 죄악을 책망하사 사람을 징계하실 때에 그 영화를 좀 먹음같이 소멸하게 하시니 참으로 인생이란 모두 헛될 뿐이니이다”(시편 39:4~11)
다윗의 이 시편 기록은 여호와의 동풍 곧 사막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에 시달려서 생기를 잃어버리고 말라버리는 팔레스타인의 풀과 시들어버리는 들꽃과 같은 자신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의 택한 백성들에게도 이와 같이 성령의 동풍 바람을 보내어 육신의 속한 것들을 시들게 하고 마르게 하고 떨어지게 하시어서 인생의 허무함을 깊이 자각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인간의 영화를 좀이 옷장에 곱게 보관한 화려한 옷을 겨우내 소리없이 갉아먹어서 형편없이 못쓰게 만드는 것처럼 그처럼 찬란했던 인간의 영광도 하루 아침에 소리없이 사라지게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심히 건강하여 전쟁터를 오가며 모든 적들을 단칼에 물리치며 맨손으로 황소를 잡을 듯하던 강한 몸도 여호와의 동풍이 불어오면 이곳 저곳이 아프고 절리고 부러지고 쇠약하게 변하게 됩니다. 지극히 아름다웠던 용모도 변하여 세월의 흐름을 알리는 흰 머리가 머리를 뒤덮고 주름살이 이마를 장식하며 검버섯이 뺨에 여기 저기 피어나며 등이 굽고 잠이 잘 오지 않으며 눈의 창문이 어두워지고 사람들의 말소리도 낙엽 떨어지는 소리처럼 멀리서 들립니다. 그렇게 몸이 쇠약해가는 것 역시 여호와의 동풍이 불어서 인간의 연약함과 한계를 깊이 자각하게 만들게 하시어 인생의 헛됨을 알게 하십니다.
그러나 그렇게 성령의 동풍의 마르게 하시는 역사는 동일한 성령의 촉촉이 적시는 생명의 역사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모세가 사십년의 미디안 광야에서 인간의 영광을 마르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 후에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찾아오신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혀 주의 귀한 사역을 감당했듯이, 다윗이 주의 징계 속에서 더욱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를 소망하였듯이, 세례 요한의 마르게 하시는 동풍 사역 후에 예수님의 서풍 사역 곧 사람을 살리고 세우고 하늘의 놀라운 영원한 생명의 길을 얻게 하는 생명의 사역을 가능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도 성령께서는 우리를 은혜받게 하시고 영적인 사람으로 세워가시기 위하여 먼저 동풍 사역을 먼저 시행하십니다. 우리 안에서 모든 교만을 꺾고 우리의 가진 영광을 좀 먹듯이 소리 없이 깎아내리고 육신의 자랑을 꺾고 육신의 질병으로 시달리면서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알고 자신 속에 자랑하던 의가 하나도 없고 당연히 자신이 지옥의 밑바닥에 떨어질 죄인임을 철저히 알게 되어 오직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공로만이 유일한 희망이요 자기가 구원받을 유일한 길임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그래서 성령께서는 우리 삶 속에서 그런 일을 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적으로 실패하고 있고 낮아짐을 경험하고 있고 병의 시달림을 당하고 있고 세상적으로 비천함을 경험하고 영적으로도 가장 비천하고 어리석고 무능함을 깨닫습니까? 그것은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더욱 부요하게 하시려고 가난하게 하시고 우리를 더욱 존귀하게 하시려고 낮추시고 우리로 하여금 더욱 영원한 영광을 얻게 하시려고 지상에서 우리의 영광을 좀먹듯 잃어버리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 가운데 찾아오시는 성령님의 동풍 사역을 감사함으로 받으십시오. 인내하며 묵묵히 성령님과 동행하십시다. 그렇게 우리 겉사람이 쇠약해지고 우리의 세상 영광의 꽃이 떨어지고 우리가 시들어갈지라도 여전히 주님을 사랑합시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성령께서는 그의 서풍 사역을 통하여 우리의 내면의 속사람을 강건하게 하시고 영원한 천국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 향기를 우리의 삶에서 풍기게 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동풍과 서풍의 이중적인 사역을 우리 가운데 행하시어 우리로 하여금 영원하고 참된 영광과 행복을 우리로 추구하게 하시는 좋으신 성령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