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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기반시설을 활용한 지역문화 발전전략
광주북구 문화의 집 운영사례를 중심으로
김호균|전국문화의집운영협의회장 ·광주북구문화의집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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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지역문화의 해'와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지역문화와 문화민주주의
지역문화의 활성화, 무엇을 실천해야 하며 무엇이 문제인가
지역 문화기반시설을 활용한 지역문화 발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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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의 거점, 문화의집
지역에 조성된 다양한 문화기반시설들 가운데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문화주체가 되어 가장 활발한 문화활동을 해내고 있는 곳이 문화의집이라 할 수 있다. 문화의집 설립 목적 자체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기에 문화의집에서 형성되는 지역문화는 그 성격이 전문적이기보다는 대중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측면이 강하다. 반면에 지역민들의 정서와 문화적 욕구가 가장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형태로 반영되고 표출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문화의집은 지역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실현하고, 지역색이 살아있는 문화활동을 가능케 하는 지역문화의 밑불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곳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실제적으로 전국 대부분의 문화의집들이 그 조성 과정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치단체가 관리를 하는 형태를 띠고 있기에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원, 백화점 문화센터 등과 별반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확보방안까지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여기에서는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사례를 중심으로 문화의집을 이용한 지역문화발전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문화의집 운영방향
강조했다시피 문화의집은 국민 모두가 골고루 문화향유를 체험하고, 직접 창조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복지’적 기능을 담당하는 복합문화시설이다. 즉, 주민 모두가 문화를 스스로 즐기고 만들기 위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여건에 따른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를 일구어 지역공동체의 구심적 역할을 해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화의집이 다른 문화시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를 개념화하면 ‘문화자치’ 또는 ‘문화민주화’와 ‘지역공동체 일구기’가 바로 문화의집의 이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의집 기본 개념이 지역문화운동과도 그 맥락이 같기 때문에 문화의집 운영주체는 시인처럼 섬세하고, 운동가처럼 열정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운영의 개념과 원칙이 명확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어떤 풍랑에도 좌초되지 않고 문화의집을 끌고갈 수 있는 나침반이요, 등불인 셈이다.
흔히들 관 주도가 낳은 비경영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하나의 방법들로 마케팅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문화의집 역시 문화마케팅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마케팅이 단순하게 수익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공공성과 문화복지를 가치로 내건 문화의집 같은 문화기반시설의 경우 앞서 밝힌 바 있는 존재이유를 실현해 가는 것 자체가 마케팅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집은 바로 운영자 중심의 공간이 아니라 이용자 중심의 공간이며, 이를 위한 체계가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도 될 것이다.
이용자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
그렇다면 전시나 공연, 그리고 행사를 치르는 데 있어서 이용자 중심의 운영방법이란 어떤 것일까.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전시 행사의 사례로는 광주북구 문화의집 5월 전시를 소개하고 싶다. 그 첫 번째 전시가 바로 20주년이 되는 5월에 열린 《나를 인화해보는 오월전》이다. 전시 내용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정민룡(31)씨의 《금남로에서 만난 20년》사진 전시와, 비디오 작가 조수란(31)씨의 5·18 당시 충격으로 실어증을 앓는 주인공을 다룬 영상 다큐 <그 날의 그림자>, 슬라이드 이미지 <기억의 집>으로 꾸며진 전시에 당시 언론보도 내용이나 시, 계엄사의 육성방송 등을 소재로 한 텍스트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기획전시였다.
특징적인 부분은 이 볼거리들을 둘러보면서 20년 전을 회고하고, 자신의 80년대를 되돌아본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나를 인화해보는 코너’에서 사진의 주인공이 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흑백사진으로 촬영을 해서 바로 당일에 인화를 한 다음 전시장 한 벽면에 주민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되어 전시에 참여한 주민들은 그 날 이후 생활에 쫓기며 살이 찌고, 흰머리가 나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20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1주일 동안 200여 명의 주민들이 사진의 주인공이 된 《나를 인화해보는 5월전》은 바로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전시회였다. 이 전시회의 또 다른 성과로는 조수란씨의 영상 다큐 <그 날의 그림자>의 주인공인 실어증 환자가 이 다큐에 출연한 이후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고 세상과 화해했다는 사실이다.
2001년에도 광주의 지역성에 맞춰 5월전을 기획하여 전시했는데 전시제목은 《꽃으로 본 오월전》이다. 5·18 21주기를 맞아 꽃 속에 숨은 사회적·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살펴보려한 전시회이다. 5월 그림을 대표하는 화가김경주, 박문종, 송필용 등 12명의 지역작가를 초청해 한국 민중미술의 서정적 아름다움과 함께 ‘광주성’을 전망하고 가늠해보는 자리다. 이 기간 5월18일에는 5월화가 홍성담씨의 “광주5월미술사”가 슬라이드와 접맥한 강좌방식으로 열렸다. 이날 강좌는 광주북구문화의집에서 미리 일본 ‘교토라쿠사이네트워크’ 회원과 교토사회문화센터 이사장 및 회원 30여 명을 초청하여 만든 자리였지만, 국내 미술애호가들도 많이 참석했다. 이 전시의 특징적 요소는 딱딱한 미술전시에 흡인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이다. 우선 5월을 표현하는 소재 자체를 정서적으로 친근한 ‘꽃’을 소재로 하였고, 여기에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공감각적 코드를 결합해보려는 시도를 했다. 전시제목에서도 나타나듯 꽃으로 5월을 보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꽃을 가사로 삼으면서도 5월을 상기할 수 있는 노래를 기획, CD로 구어내어 전시기간 내내 틀어놓았으며, 매일 다른 방향제를 전시장 곳곳에 배치하여 그림 속의 꽃향기에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공간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통해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도 친근함을 주기도 했다.
문화를 통한 지역공동체 만들기
문화민주화의 개념은 이제 일반인도 예술을 향유하는 주체로서 서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광주북구 문화의집에서는 서예나 천연염색, 도예 등의 수강을 마치면 꼭 전시회를 열곤 하는데, 단순한 결과물 전시를 넘어 그 결과물을 지역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연결을 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올해 봄에 열린 광주북구 문화의집 생활도예반 회원들의 전시회인 《흙으로 빚은 행복한 만남》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시회는 눈으로 보는 전시와 함께 밥상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다기세트로 다과를 나누면서 도예의 향기와 질감, 멋까지 감상할 수 있게 한 체험전 형식이다. 전시 내용도 단순히 생활도예품을 진열해놓은 것이 아니라 다과차림상, 잔치상,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먹던 아침밥상 등 인간관계 회복을 기원하는 주제를 전시기호로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전시회 기간동안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사실 프로그램 수강생들 사이의 관계가 일주일에 한두 번 본다고 해서 쉽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로 발전하기가 쉽지만 않다. 날마다 같은 길거리에서 시장을 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곤 하지만 서먹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도예회원들만이라도 서로 마음 터놓은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도예회원 가족을 초청하여 ‘우리 서로 인사해요’라는 특별이벤트를 꾸몄다. 도예회원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컸다. 자신들의 작품을 가족들에게 구경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함께 앉아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었으며 나중에는 레크레이션까지 가미한 행사를 진행하여 생활 도예품을 매개로 가슴의 장벽을 허무는 자리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컨셉의 전시는 광주북구 문화의집 창작미술반 어린이들에게도 전이됐다. 이름하여 《우리 옆집 사람들 展》(7월28일~8월4일)이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도 잘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안타까움을 아이들에게마저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의도에서 전시기획은 이루어졌다. 실제로 출품할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어떤 어린이는 어느 일요일 아침에 직접 처음으로 앞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아저씨를 만나서 그 모습을 담아냈다는 후문이 들려오기도 했다. 《우리 옆집 사람들 展》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이웃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실험전이었다.
이러한 지역공동체의 회복에 대한 노력은 공연기획에서도 의도적으로 삽입된다. 연극이든 음악이든 공연 자체로도 흥미로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것이 문화의집에 왜 필요한가를 물었을 때는 약간의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기획공연을 할 때에는 반드시 문화의집이 목적하는 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에 열렬한 호응을 얻은 바 있는 ‘아빠와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 ‘북구문화의집 송년라이브콘서트-살다보면’, ‘부부를 위한 가을콘서트-이솔리스티의 사랑’ 등의 면면에는 문화의집의 의도가 의연중에 숨어있는 것이다.
‘아빠와 함께 하는 숲속의 작은음악회’는 지친 가장들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가족과 함께 주말 오후를 보내는 게 어떻겠냐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래서 가끔은 공연도 보고 싶고, 음악회에 가고 싶지만 잠시도 가만 있어주질 않는 아이들 때문에 늘 TV만 지켜야 하는 엄마 아빠들, 격식 있는 공연장은 돈 때문에 혹은 아이들 때문에 엄두도 못내는 엄마 아빠들에게 눈치보지 않고 즐길 공연을 한 번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긴긴 여름밤, 잔디밭에서 공연도 보고, 귀신 이야기도 듣고, 아이들은 아빠 무릎에서 잠을 자기도 하는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볼 작정이었다. 우천으로 행사가 야외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애초에 행사의 의도한 바가 적중했던지 비가 오는데도 관객들은 공연장 가득 넘쳐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북구 문화의집 송년라이브 콘서트-살다보면’은 경제 한파로 그럴싸한 망년회도 갖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한 가족형 콘서트로 포지셔닝하였다. ‘부부를 위한 가을콘서트-이솔리스티의 사랑’은 마음이 쓸쓸해지기 쉬운 가을, 여인과 부부들의 애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일상의 고단함을 노래로 풀어주고, 이를 삶의 활력으로 되돌려주기 위하여 행사 사이사이에 주민 참여형 이벤트로서 ‘노래로 전하는 사랑’이랄지, 한해의 소망을 담은 편지를 관객들 서로간에 나누어볼 수 있도록 한달지 등 관객 중심의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지역내 인적·시설 활용한 프로그램 차별화전략
문화의집 프로그램 기획에 있어 공간을 제한하면 그 기획의 폭이 매우 좁아진다. 광주북구 문화의집에서는 지역 내 다양한 기반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3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린 지난해 4월에는‘광주비엔날레 열 배로 즐기기’ 프로그램을 특별 운영하기도 했다. 이는 미술감상에 관한 관심과 욕구는 있되 미술 전문지식이 부족한 초보 감상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비엔날레 재단의 협조를 통해 관람료 할인혜택을 받으면서, 전문 도센트(docent)의 작품 해설을 함께 들을 수 있어 호응이 높았다. 사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비엔날레 내부에서 시행해야 할 프로그램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떻든 지역내에서 수용하지 못한 틈새를 파악하여 다른 곳에서는 전혀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강좌의 효과는 지역축제에 새로운 관심과 애정을 주민 스스로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00년 4월에서 6월까지 1기와 2기로 나눠 실시된‘광주비엔날레 열 배로 즐기기’강좌에는 8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광주북구 문화의집 생활예술강좌의 하나인‘천연염색교실’의 경우엔 나주의 쪽, 장성의 감, 치자나 먹물 같은 남도의 아름다운 빛깔을 재현하면서 환경과 건강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천연염색으로 생활소품을 만드는 강좌다. 의미 있는 강좌이긴 하지만 개설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염색을 하려면 물을 많이 써야 하고, 때론 삶거나 말릴 수 있는 넓은 장소가 필요한데 광주북구 문화의집 내에 장소가 마땅찮았던 것이다. 고민 끝에 이론과 실습 공간을 분리하고 강좌를 맡고 계신 염색 전문가 동신대학교 이상필 교수의 작업실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강좌를 진행했다. 또한 인근 시골로 직접 감 채취 체험답사를 다녀오기도 하는 등 자연현장도 강좌의 공간으로 이용했다. 천연염색의 은은하고 격조 있는 아름다움에 매료된 회원들은 자신들이 손수 만든 염색작품으로 《남도의 풀과 꽃 그리고 색전》을 열었다. 감물로 멋을 낸 아이들의 생활한복, 황토로 염색한 이불과 요, 먹물 염색을 한 쿠션 덮개, 치자빛 식탁보, 쪽 염색을 한 머플러나 손수건, 퀄트 작품까지 전문가 솜씨 못잖은 작품들이 선보여서 회원들 가족은 물론 문화의집 이용객 모두가 감탄했다.
광주북구 문화의집처럼 열악한 조건에서는 특히나 이렇게 인적자원과 시설·단체를 활용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성과 함께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커다란 호응을 얻은 전시회로는 올해 4월에 열린 《이야기와 시가 있는 우리꽃전시회》가 아닐까 한다. 담양군 대덕면에 있는 야생화농장을 문화적 자원으로 인식했던 것이 ‘자연 그 자체’를 도심 안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었다고 본다. 문화관람실로 찾은 인원이 불과 며칠만에 족히 7~8천명이 될 정도였다. 이 전시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 중에는 이용객들에게 주는 세심한 배려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우리 야생화에 대한 해설은 물론 이를 이야기전으로 마련해 재미있게 풀어냈으며, 또한 야생화 재배법에 대한 강좌와 사진전, 슬라이드전, 영상전을 곁들여 함으로써 전시의 다양성을 제공하였다. 또한 동신대학교 관광정보과 교수를 비롯 학생들이 도센트 역할을 맡음으로써 전시효과를 배가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야생화가 필요한 관람객들에게는 산지가로 제공하는 직거래장터를 개설해줌으로써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가 있었다.
광주 북구 문화의집에서는 올해의 주요 방향으로 ‘자연과 생태문제’에 집착해왔다. 《이야기와 시가 있는 우리꽃 전시회》도 물론이거니와 지난 9월에 연 《한국의 물풀과 토종물고기와의 만남-강물아래 큰세상전》과 ‘물에 산에’라는 동아리와 연계하여 진행 중에 있는 ‘물에 산에 생태학교’ 또한 그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밖의 단체와 시설과 연계한 프로그램 사례로는 공연으로는 ‘두드락 타악포퍼먼스’이다. 사실 무료공연 행사가 추구하는 마케팅의 핵심은 보다 많은 사람이 관람하여 문화적 혜택을 입는 것일 것이다. 때문에 문화의집 문화관람실에 공연할 경우 50평밖에 되지 않아서 공연팀의 무대세팅조차 못할 정도다. 바로 이웃한 청소년수련관의 경우도 그다지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광주 북구 문화의집은 전남대학교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하여 대학 내 시설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해진 예산의 한계를 극복할 수가 있었다. 또한 주민들에게는 당초 예상대로 1,500명에 이르는 숫자가 관람을 즐겼으며 그 기회를 통해 젊은 층에게 문화의 집 활동에 대한 홍보의 계기로 삼기도 했다.
현재까지 3회에 이르렀는데 북구청에서 주최하는 북구문화아카데미는 기획력이 부족한 지자체와 문화단체에게 기획력을 제공하여 공동주관 형식으로 행사를 운영한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연간 예산 9백만원의 행사비용이 드는데 문화의집은 섭외 및 기획력만 제공하고, 행사 운영비는 전혀 들지 않은 채 광주·전남민족문학작가회의와 공동주관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광주 북구청 사회복지과와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내 문화유적을 안내할 문화자원봉사해설사의 동아리 양성 및 주민자치센터에서 활동해나갈 생활문화 기획자를 양성할 목표로 6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으로 광주북구 문화의집 관계자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체험 위주의 참여프로그램 강화
문화의집은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열려진 공간임과 동시에 다른 문화센터에서는 맛보지 못한 참신함이 있을 때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답사프로그램, 교육프로그램, 문화프로그램 등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곳과 겹칠 수가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차별화할 수 있는 내용을 집어넣는다면 새로운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광주북구 문화의집에서는 매년 몇 개의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중 하나가 요즘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천연염색을 현지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가을에 열리는 감물들이기 체험답사가 바로 그것이다. 주부들이 직접 감을 따고 으깨는 과정과 이를 직접 자신의 천에 물들이고 말리는 전과정을 현장에서 체험해볼 수가 있다. 올해의 경우엔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곳을 답사하면서 쪽염색가 황광석씨의 작업장을 코스에 삽입하여 직접 쪽물까지 들여보게 하였다. 비싼 쪽염색을 돈 한푼 들이지 않고 함으로써 천연염색반 회원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받기도 했다.
‘작가들과 함께 떠나는 봄길여행’이란 제목으로 떠난 문학답사는 답사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문학에 관심 있는 문화의집 시·소설의 독자 회원들과 광주·전남민족작가회의 소속 작가가 서로 봄길 위에서 데이트할 수 있는 특별 답사이벤트로 꾸몄다. 작가나 독자 모두 여행을 통해 흉금을 털어놓게 되었을 때 문학수업에 대한 실제를 깨닫고, 작가 또한 독자들이 요구하는 현실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해남 출신 작가인 고정희씨 생가를 방문하여서는 그곳에서 직접 시낭송회를 열어 문학답사의 묘미를 만끽하였다.
또한 다도 중심의 차문화 강좌에서 벗어난 차만들기 전과정의 생생한 체험으로 이론강좌는 문화의집에서, 현장 답사는 보성동다원과 연계 실시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경우엔 사진교실 운영 같은 경우가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사례에 해당한다. 사진교실은 이론과 실사를 겸할 수밖에 없는 실사를 나갈 때 의도적으로 북구와 담양군에 걸쳐 형성된 소쇄원 등과 같은 문화유적 답사와 병행하게 한다. 실사 현장으로서도 만점이지만 광주북구의 문화유적에 대한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로도 작용하게 되고, 나중에는 이를 주제로 전시회까지 함으로써 지역문화의 소중함을 전파하는 전령사 노릇까지 한 셈이다.
문화자원봉사를 통한 문화활동 참여확대
‘지역공동체 만들기’가 꿈이라고 했을 때 없어서는 결코 안될 분들이 바로 문화자원봉사자들일 것이다. 광주북구 문화의집도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이분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시 도움을 주는 일반자원봉사들도 문화의집의 커다란 활력소가 되어준다.
이밖에도 문화를 통한 나눔의 지역공동체 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노인들에게 침과 뜸을 무료로 놓아주는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광주북구 문화의집에서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이표환씨를 중심으로 체침교실 회원들이 참여, 매주 수요일마다 실시했다. 체침교실 회원들은 체침을 놓는 현장에서 학습하는 효과가 있고, 주민들은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가난한 이웃들에게 인기리에 진행되어 성황을 이루었다.
광주북구 문화의집에서 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는 ‘동화읽는 어른들의 모임’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저학년을 대상으로 독특한 ‘동화책 읽어주기’를 해주고 있다. 부모들과 동화를 함께 읽고, 어떤 책이 아이들에게 좋은지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예를 들어 소설가 이상이 쓴 동화‘황소와 도깨비’를 읽고 난 후, 직접 도깨비를 만든다든지, 아이들의 생각을 자극하는 소품을 활용해 친근한 동화읽기를 해준다. 동화를 읽어주는 대상은 주로 부모가 모두 직장을 가지고 있어 토요일을 무료하게 보내는 아이들이다. 문화의집 유아사랑방에서 그림책부터 창작동화, 전래동화, 위인전 등을 읽어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자원봉사 영역에서 가장 긍정적인 점은 자원봉사자가 또다른 자원자봉사자를 만들어 또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화목서당과 천연염색, 체침 등이다.
보다 탄력적인 운영을
마지막으로 반드시 생각해볼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주민들의 특성에 따른 운영시간의 탄력적 적용문제이다. 동계 19시, 하계 20시가 문닫는 시간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하다. 행사시나 요구가 있을 때는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편이지만, 상시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이 직장인 및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토·일요일에도 문을 개방한다는 점일 것이다.
끝으로 문화의집을 비롯한 지역내 문화기반시설이 담당해야 할 몫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주5일제 근무가 현실화되면 문화생활과 여가생활이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그 틈새의 한 축을 문화기반시설이 도맡게 될 터인데, 지금부터서 갖가지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직접 체험하고, 상호교류와 소통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문화창조’적 활동을 직접 영위할 수 있도록 제반사항을 뒷받침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