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남편은 맞은편 식탁에 제자는 오른쪽에
앉았다. 식당에서 ‘一(한일)’ 자형으로 앉고 그것도 옆 사람과 거리를 두고 식사한 걸
TV방송에서 본 생각이 나 꺼림직했다. 식사만 하고 나오려 했으나 대화는 실타래가 풀어지
듯했다. 위로와 격려의 말은 잊고 타임머신을 타고 옛 팔덕 교정으로
날아가 제자의 휴대폰에 담긴 졸업사진을 봐 가며 이야기를 펼쳤다. 제자 남편도 아내의 소녀시절 이야기라 귀를 쫑긋 세우고
추임새를 넣어가며 듣는 게 아닌가?
전남 담양으로 시집간
S제자가 밭에서 일하다 말고 날 보러 온다고
하니, 기다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드디어
S제자가 세수만하고 먼 거리를 단숨에
달려왔다. 조문한 뒤에 KBS 1TV방송 ‘TV는 사랑을 싣고’ 장면이 벌어진 게다. 나에게 큰절을 받으라며 바닥에 엎드리려
했다. 말려도 기어코 하겠다는 게다. 유가족과 조문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마 오면서 다짐한 게 틀림없었다. 그 제자의 맘을 받으며 서서 인사를 하게
했다. 내가 순창읍내에 근무할 때 만났다며 사진까지
내밀었다. 졸업 땐 키가 크며 얼굴이 길쭉했고 웃는 모습이
예뻤다. 웃는 얼굴은 그대로였다. 만우절에 어여쁜 아가씨가 교문에서 기다린다고 해서 나갔다
왔다는 나도 모르는 추억을 이야기해 한바탕 웃었다. 농사지은 깨로 짰다며 참기름 한 병을 선물로
받았다.
‘코로나19가 3월은 울게 했으나 4월은 벚꽃이 환하게 웃고 살자네요.’
지난 달 마지막 날, 지인들한테 보낸 문자 메시지다. 그 메시지가 내게 먼저 이루어질
줄이야. 장례식장에서 사회적 거리 생각보다 마음의 거리가 앞선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느라 두
시간이 넘었다.
나오다 또 전화로
Y제자의 목소리까지 들었다. 내 얼굴에는 올 때 본 벚꽃같은 미소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2020.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