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희망자 명단에 내 이름이 버젓이 나와 있었다.
자신도 아직 망설이고 있는 세미나 참석여부가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업무상 전후좌우를 살펴도 무리한 계획은 아니다.
몇 가지 일만 미리 처리한다면 토요일 오전에 나갔다가 일요일 오후에 귀가 하는 외출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싶어 마음으로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날자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9월26일 토요일 12시 정각에 버스는 운현궁 정문 앞에서 출발한다.
그러자면 여기서 10시 28분에 떠나는 경춘선을 타야한다.
청량리에서 환승 할 때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시간 내에 도달 할 수가 없다.
집을 나서는 시간 10시5분.
대성리역 도착10시 20분,
매표를 하고 홈까지 수 십 계단을 올라가는데 10시 25분,
약 3분정도 기다리면 청평 쪽에서 들어오는 기관차를 만날 것이다.
이런 계획을 세우면서 전날 밤을 보내는데 마치 소풍가는 어릴 적 설레임이다.
그날 아침 여섯시쯤 눈을 떴다.
오늘 일어날 일들과 만나게 될 유명 에세이스트 들을 떠올리는데
마음은 벌써 유성 스파피아 호텔에 도착한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이유 있는 이유가 생긴것이다.
막 잠에서 깨어난 아내가 조심스러운 음성으로 나를 부르는 것이다.
“여보~ 나 왜 이러지? 나 어지러워....”
첨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사혈 침을 찾아 손끝을 따면서
피가 잘 안 나오네 어쩌구 하는데 내 정신이 뻔쩍 드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잠시 어지러운 증세야 누군들 없으랴.
오랜 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도 어지럽지만 세태가 빨리 변화하는 것을 바라봐도 어지럽고
하늘에 흘러가는 뭉게구름을 올려다봐도 어지럽다.
단순히 잠깐 어지러울 뿐 일 수도 있는 이 증세로 우리는 왜 이렇게 긴장을 하는가.
아내와 나는 혈압약 을 먹어야 할 만큼 고혈압 증세가 있는데다가 연전에 가족 중 하나가 뇌혈관 질환으로 어려운 일을 당했는데 그때의 증상이 바로 어지러움 으로부터 시작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부터 우리는 어지러운 증세에 대해서 깊이 우려하며 지내고 있다.
우황청심원을 찾아 먹었어도 증상이 멎는 것 같지가 않다.
병원으로 갑시다. 내 한마디에 아내는 얼른 옷을 입고 준비를 한다.
새벽 여섯시를 조금 넘긴 시각,
자동차를 몰고 읍내 종합병원 응급실을 향한다.
아직 출근하지 않은 담당 의사를 기다리는 하염없는 시간을 보내고
뚜렷한 증세는 알 수 없지만 시간 내어 정밀 검사를 받아보자는
의사의 소견을 듣기까지 10시 가까이 되었다.
이제 집으로 가는데 소요시간이 20분, 세수하고 떠날 채비하는데 십오분...
그런데 내가 타야할 기차는 그만 출발 하겠다며 기관소리를 길게 울린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어도 이미 모든 것은 늦었다.
여러 에세이스트들과의 첫 대면의 긴장감이나 불확실한 관계성에서 오는 부담스러움이 사라져 오히려 편해졌다며 생각을 바꾸려 하나 억지논리다.
망설임 끝에 참석할 것을 결정을 했으나 전혀 예기치 않았던 급박한 상황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이 서운하다.
그 날이 그렇게 지나고
후기를 열어보는데 많은 유명 작가들의 초상이 빼곡하게 실렸다.
그 일만 아니었다면 저 화려한 사진들 가운데
아마도 몇 장은 내 것이 되었을 것이고
입 큰 선생과도 함께 어울렸을 것이지만 많은 미인작가들과 통성명이라도 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사회를 맡은 영광스러움을 어떤 민원에 의해서 중도하차 하게 된 지영 아우님의 딱한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것도 궁금하다.
나는 에세이스트 카페에 가입하고 겨우 두 번의 모임에 참석했던 경력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낫 설기만 한 여러 문우들게 한발 더 가깝게 다가설 기회를 놓친 것은
또다시 시도해야할 앞으로의 내 과제가 아닐는지....
두 번의 만남으로 알게 된 몇몇 안면 있는 분들을 제외한다면
전혀 초면인 그들과 뜻밖의 좋은 우정을 나누게 되었을 런지도 모를
이번 세미나에 불참하게 된 것이 내내 섭섭할 뿐이다.
그러나 병원에 가야할 아내로 인해서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는
일말의 후회도 있을 수 없다.
하필이면 바로 그 날 그 시간 이어야 했던 개연성에 대하여는 좀 더 깊이 연구해야할 일 인성 싶다.
이와 같이 에세이스트 가을 세미나에 참석 할 수 없었던 이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나를 기억하는 몇몇 문우들께 고하는 바입니다.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며....
서 대 화 드림.
첫댓글 선생님을 뵐 수 있다는 설레임이 있었는데 너무 아쉽게 되었습니다. 언제라도 뵐 날이 있겠지요. 회복이 되신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더 좋은 기회에 만나뵙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내는 회복이랄것도 없이 그냥 가라앉았지만 이 추석 연휴 지내고 정밀검사 할 계획입니다. 6,29 작품 내용이 요즘도 마음을 울립니다. 작품도 그러하지만 작가의 인품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답니다.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군요. 먼 곳에서나마 꼭 참석하려고 했던 그 마음이 어떠했으리라고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뵙고 싶네요. 조만간 서울 나들이라도 한 번 하실 기회가 있으시겠죠. 다시 뵈올 때까지 늘 평안하시길 기원 합니다. 물론 형수님도........그리고 대화형님 제가 사회 도중 하차라는 말은 농담이니 걱정하지 마셔유.
세상일이란 그러한 사소한 일 까지도 마음먹은대로 되질 않습니다. 번개라도 있는날 다시 만나기로 합시다. 그런데 도중하차란 농담이었다니 다행입니다. 난 또 무슨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어 공직수행에 부적합 판정이라도 받은줄 알고...
선생님 , 이번 세미나의 불참을 서울서 만회하시기를 !
전해주 선생님도 참석치 못하신듯.... 우리끼리라도 한번 기회를 만들어 볼까요? 좋은 문우로서 오래 교우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학수고대하던 세미나에 전날 도착하여 참석했답니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
선생님, 댁에 급한 일이 있으셨군요. 왜 안오시나 많이들 기다렸답니다. 매정한 기관차 소리는 원망마시고 회복되신 것이 다행입니다. 다음 합평회 때 뵙지요. ^*^
기다려 주셨다니 고마울 뿐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건강에 대해서 더 신경을 쓰게 되는군요. 우린 솥뚜껑 보고도 늘라는 형편이 되어 더욱 그러했답니다. 건강하십시요.
지난번 번개팅에 그 먼길을 오셨는데. 추석 명절 잘 보내시고 다음에 서울서 또 뵐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지난번 상수동 번개때 안동댁을 첨 뵈었지요. 2차가 시작되는 시간에 건물뒤쪽으로 꼬리를 감추시는 님의 모습을 보면서 전 애써 외면했답니다. 저도 실은 종종 그런식으로 자리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앞으로는 2차 모임의 애애한 분위기에도 휨쓸려 보심이 어떠하실런지요? 이번 세미나 사진에서 여러번 뵈었습니다.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안동댁이 그럴 양반이 아닌데 그날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선생님은 꼭 오시리라고 믿고 두리번거리며 찾았읍니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군요. 가끔 김지영샘이 번개팅을 여는데 그 때 꼭 참석 하시면 됩니다. 두 분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나를 기억하시고 찾으셨군요. 고맙습니다. 좋은기회에 만나기로 합시다.
저도 못갔습니다....간다고 하고선.....
가만히 보니깐 윤강 아우님 사진도 보이질 않아. 그래 짐작했답니다. 여기 모임이란 계속 될것 같으니 다른기회에 또다시 만나기로 합시다. 아마도 지영아우님이 생존해 있는한 번개는 자주 발생되지 않을까? 그렇지요?
치 윤강님과 서대화님과 남상은, 그리고 마니야님이 이번 세미나의 귀빈이라고 떠들어댔는데 미챠요. 아직도 삐짐! 그나저나 사모님 건강은 잘 챙기셔요. 그리고 담엔 함께 오시어요.
못가기로 결정되고서 정은샘 전화번호를 찾았는데 어째 그리 기억이 안날까? 수필집을 다 뒤지고 난리를 쳤는데도 연락을 못했네요. (자기 수필집에 핸폰번호라도 좀 적어놓지않고) 그럼 회사에 연락을 할까 했지만 사무실은그시간 엄청 바쁠 시간이라 나보다 더 정신이 없을거라고 스스로 판단. 하여간 그렇게 되었으니 다음에 한번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