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40405. 현진건의『운수 좋은 날』을 읽고
민구식
인력거를 끄는 가난한 주인공은 그 삶이 고달프다
간난 아이가 딸린 아내는 아프고
벌이는 신통찮은 인력거 꾼
순전히 운에 맡기는 장사가 대부분 빈곤 하지만
어느 날 운수가 좋은 날도 있어
손님이 많았고 돈도 좀 만져 본 날 술 한잔도 할 수 있었다.
술이 취해 갑자기 울다가 웃다가 친구를 속이는 짓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은 작가의 치밀한 계획 속에 있는 작전이다
독자를 불안하게 해 놓고 속이는 행동으로 반전하는 주인공은 친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속이는 것이다. 불안하게 긴장을 시켰다가 풀어지게 해 놓는 반전으로 당시 세상의 운수라는 것을 말한다.
반전은 그렇게 돈이 좀 생긴 운수 좋은 날
아내가 좋아하는 설렁탕을 한 그릇 사서 들고 집엘 갔는데
그 설렁탕이라는 것이 살과 뼈를 삶아 고아서 만든 것이다. 살과 고기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긁어 삶고 우려낸 것, 서민들의 고통을 짜낸 것의 결과라는 상징성이 있다
설렁탕의 내용을 알고 보면 먹고 싶다는 의욕이 일지 않는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그런 설렁탕을 가지고 간 집에는 아내가 죽어 있었다
죽은 아내의 싸늘한 젖을 빨고 있는 간난 아이를 보는 아버지는
운수 좋은 날이 가장 운수가 나쁜 날이었다
세상살이가 좋으나 나쁘나 운수가 좋으나 나쁘나 거기서 거기라는 메시지가 있는 부작용의 시대는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어쩌면 시대에 상관없이 잘 사는 시대나 못 사는 시대나, 잘 사는 사람이 있으면 못 사는 사람도 있고 그만한 통증을 앓고 있는 사회는 멈추지 않고 있지 않은가?
1920년대 식민지 하의 하층민 삶이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말하려는 사실주의 현진건의 작전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