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와이프와 센텀으로 쇼핑 겸 데이트를 나갔습니다.
간만의 데이트에 비가 와서 와이프는 투덜거렸지만 전 내심 즐거웠죠.
낭만과 비는 빼 놓을 수 없을 뿐더러
맛있는 음식과 곁들여진 알콜은 비오는 날이 더 맛있잖아요.
미리 검색해둔 고기달인으로 갔습니다.
백화점에서 10분정도 걸어가면 도착하더군요
깨끗한 빌딩의 1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메뉴는 역시 칼삼겹과 칼집 넣은 생갈매기살이네요.
얼마나 자부심이 있으면 상호명이 "달인"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기전까진 몰랐는데 와이프가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사무실이 바로 앞이더군요.
걸어와서 몰랐다는 ㅋㅋ
기본찬이 나왔는데 고기먹는데 필수적인 파절이, 상추, 생마늘이 나왔습니다.
와이프님께서는 이 세가지 없으면 아주 싫어하십니다.
명이나물과 절인무도 나오고, 간단하지만 필수적인 모든 것이 부족함 없네요
숯이 들어왔는데 큼직하니 오래도록 먹어도 추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고기 굽다가 불이 약해져서 잘 안굽히면 안타깝잖아요
불판위의 젓갈은 갈치순태젓입니다
경상도에서 잘 먹는 젓갈로 갈치 내장으로 만드는데 잘 다져서 건더기 없이 걸죽하게 먹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김장하실때 애용하신 젓갈로 저한테는 고향의 맛이라 이름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맛은 비리지 않고 짜지 않아 정말로 제주식의 멸치액젓보다 좋았습니다.
생갈매기살로 2인분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하면 사장님이 주방이 아닌 카운터 옆에 마련된 대형 도마에서 손질을 해주십니다.
칼질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입니다.
저울도 있어 한층 믿음이 갑니다.
고기가 손질되는 동안 계란찜도 주시네요.
고기 먹기전 워밍업하기 딱이죠.
술도 안취하고 취하더라도 위 보호도 되고 ^^
손질된 칼집넣은 갈매기살이 나왔습니다.
와이프는 삼겹은 좋아면서 비계는 싫어하는 특이한 성향이라 갈매기살로 주문했습니다.
저는 항정, 가브리, 갈매기살 등 특수부위 좋아하지만
갈매기살은 비계가 적지만 쫄깃한 식감에 특유의 향이 있을 수 있어 혹시 와이프 입맛에 안 맞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나저나 칼질이 진정 예술입니다.
갈매기살은 갈비뼈 안쪽에 붙은 살로 소로 치면 안창살이지요.
돼지 한마리당 나오는 양이 적어 매니아층이 있으며 운동량이 많은 힘줄부위라
쫄깃하고 육즙 또한 많습니다.
다만 쫄깃한 식감으로 인해 약간 질기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고 (특히 냉동 드신분),
내장 옆 부위라 부패가 빨라 신선하지 않으면 냄새 난다는 분들도 계시죠
고기달인에서는 전혀 냄새 없고, 부드러운데, 칼질까지 더해져서 더 부드럽습니다.
와이프가 살코기 부위인데 부드럽고 맛있다고 얼마나 잘먹던지
데려간 보람이 있어 저도 흐뭇~~
칼집효과는 고기가 부드럽기도 하지만 겉을 태우지 않고도 속까지 고루 잘익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고
굽기도 편하지요 ^^
첫고기는 소금으로 고기본연의 맛을 보고, 다음엔 갈치순태젓으로 먹는데
이 젓갈이 비리지 않고 짜지 않고 고기와 기막히게 어울려
오늘은 소금보다 무조건 너다
와이프는 무조건 쌈이죠.
그러고 보면 저와 와이프는 참 다릅니다.
그녀는 육식파, 전 해산물
그녀는 닭고기도 가슴살 등 살코기, 전 껍질과 날개
그녀는 고기는 쌈 회도 쌈, 전 고기는 소금 회는 간장
그녀는 날 사랑하고, 전 그녀를 사랑하고 (죄송합니다. ㅋㅋ)
자꾸자꾸 구워서 소맥과 자꾸자꾸 먹습니다.
칼삼겹살을 안 먹어볼 순 없겠죠.
1인분만 부탁했습니다.
삼겹살은 숙성되어서 나온다네요.
갈매기살은 원래 숙성하면 안되는 부위구요
삼겹살이 선홍빛으로 깨끗합니다. 신선한 고기를 잘 숙성시켰네요.
그녀의 취향대로 삼겹이지만 비계가 과하진 않아 더욱 좋습니다
고기달인 사장님의 칼솜씨가 삼겹에서 더 빛을 발하네요
갈치순태젓 리필 받았습니다. 갈매기살보다 삼겹이랑 더 어울리네요.
지방 많은 부위가 젓갈과 더 맛있는 건 당연하죠
칼삼겹은 구우면 꽈배기 되는건 아시죠? 그래서 전 꽈배기 삼겹이라 부릅니다.
비주얼이 꿀꽈배기 과자 같지 않나요?
맛도 기가 찹니다.
불판을 바꾸고 양념으로 넘어갑니다.
생을 먹었으니 양념도 먹고 가야죠. 양념갈배기살 2인분 입니다.
과하게 달지 않은 양념이고 생고기보다 얇게 썰려 있고 칼집도 들어가 있으니 더 부드럽습니다.
즉석에서 버무려 나온 양념이랍니다.
갈매기살은 숙성안하니깐요
그녀와 본의아니게 계획적으로 낮술은 즐겼습니다.
사장님께 식사메뉴 추천 부탁드리니 한우된장도 있으나 게장찌개 추천해주시네요.
우리가 낮술이 과한거 눈치채셨나 봅니다.
매콤하다고 하더니 진짜 매콤하고 시원했습니다.
큼직한 꽃게 넣은 된장에 얼큰하고 아리한 매운맛으로 속이 확 풀리네요.
2인이서 5인분이나 먹고도 밥을 몽땅 비우게 하는 밥도둑입니다.
밥을 비벼 김과 싸먹으라고 하네요.
마무리도 더없이 훌륭한 찌개였습니다.
다른 고기집에 가도 생각나겠는걸요
센텀의 맛집은 잘몰라서 검색 후 오게 된 집이지만 너무 맛잇게 잘 먹어서 단골이 될 거 같네요
집이 멀어 좀 아쉽네요
첫댓글 와우
간만에 제대로 보게되는 멋진 후기입니다.^^
가서 먹어보고 싶네요 ㅎㅎㅎㅎㅎ
저도 올해 안엔 데이트를 고기달인에서 해봐야겠습니다 ㅎㅎㅎㅎㅎ
멋진 그이와 아름다운 시간이 되시기를요
식감이 느껴지는 맛깔스런 후기네요.
잘 봤습니다^^ 꼭 한번 가볼게요~
갈매기살 추천합니다 ^^
많이 사랑하시나봐요 ^^ 멋저요
고기를요? 많이 사랑하죠 ^^
@김선달 ㅎㅎㅎㅎ 빵 터졌네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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