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경주다울 수는 없다,
경주교촌마을
전통의 향기란 이런 것이다. 고가(古家)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 신라의 국립대학이 있던 마을, 만석꾼의 숭고한 정신을 간직한 마을이라는
수식어가 전부는 아니다. 토기, 누비 등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이 다양하고, 한옥에서 맛보는 먹거리가 전통의 품격을 더한다. 보고
즐기고 누리며, 살아있는 전통을 만나러 경주 교동으로 가보자.
전통의 멋과 맛에 빠져드는 경주 교촌마을
천 년 수도 경주의 심장
돌담을 따라 멋스러운 한옥이 이어지는 교촌마을은 경주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교촌마을의 역사는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682년(신라 신문왕 2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대학인 국학이 세워진 곳이다. 국학은 고려 시대 향학, 조선 시대 향교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교촌마을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교촌’이라는 이름은 ‘향교가 있는 마을’을 뜻한다. 마을 가장 안쪽에 들어선 향교는 국학이 세워진
682년부터 오늘날까지 1,300여 년간 나라의 인재를 길러온 교육의 산실이다. 보물 1727호로 지정된 대성전을 비롯해 명륜당과 강학 공간이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악과 고전무용 등 전통 공연은 물론, 향교 스테이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공간의 맥을
이어간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되는 전통 혼례식은 놓쳐서는 안 되는 교촌마을의 볼거리다.
보물로 지정된 경주향교 대성전
[왼쪽/오른쪽]주말마다 진행되는 전통 혼례 체험/향교 스테이에 참가한 아이들
향교 옆에 있는 고가는 경주 교동 최 씨 고택(중요민속문화재 27호)이다. 만석꾼으로 이름난 경주 최씨의 종가로, 1700년경에 지어져
30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곳이다. 조선 갑부의 집이라는 명성에 비해 나지막한 솟을대문이 검소한 가풍을 전해준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단아한
사랑채가 반긴다.
곳간은 이 집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장소다. 웬만한 집 한 채보다 큰 건물 앞에 서면 이곳이 곳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12대를 이어온 최부잣집의 창고는 쌀 800석을 보관할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크고 오래된 목조 곳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간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실행한 공간이다. 보릿고개 때나 흉년이면 쌀 100석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준
조선판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 현장인 셈이다.
경주 교동 최 씨 고택의 사랑채
[왼쪽/오른쪽]만석꾼 최부자집의 소박한 대문/쌀 800석을 보관할 수 있는
곳간
곳간 앞에는 최부잣집에서 대대로 이어온 ‘육훈’이 있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만석 이상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라는 가훈이 한 자 한 자 가슴에 파고든다.
최씨고택을 나서면 경주교동법주를 판매하는 고택과 독립 유공자 최완 선생의 생가가
이어진다. 교동법주(중요무형문화재 86-3호)는 조선 숙종 때 최국선이 처음 담근 술로, 최부잣집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다. 최완 선생은 최
부잣집 마지막 종손인 최준의 동생이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모진 고문 끝에 요절한 그의 생을 기리듯 생가 마당 아름드리나무에 꽃이
가득하다.
독립 유공자 최완 선생 생가
무궁무진한 볼거리와 흥미진진한 전통 체험
교촌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토기공방에서는 토기 전시장과 도자기 체험장을 운영한다. 도자기 체험은 직접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빚고, 문양을 그려 그릇과 접시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작품은 말리고 유약을 입혀 굽는 과정을 마친 뒤 집으로 보내준다. 물레 돌리기와
흙을 만지는 느낌도 잊을 수 없지만, 직접 만든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는 즐거움이 으뜸이다. 주말에는 상시 체험이 가능하고, 평일에는 예약해야
한다.
직접 물레를 돌리고 도자기를 만들어볼 수 있는 토기공방 도자기 체험장
누비 체험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좋아한다. 비단에 바느질해서 만든 리본으로 장식한 머리띠, 매듭으로 만든 커플 팔찌, 누비 브로치
등이 인기다. 이곳에서 개발한 특수 바느질법 덕분에 네 살 이상이면 바느질 체험이 가능하다. 자신이 만든 머리띠를 하고 춤추는 아이를 보면
‘아이가 어떻게 바느질을 할까’ 라는 궁금증이 봄눈 녹듯 사라진다. 유리공예도 흥미롭다. 불을 쏘아 유리를 녹여서 작품을 만드는 신기한 체험은
물론, 유리로 만든 아기자기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교촌마을은 경주 도심에 있어 주변 볼거리도 무궁무진하다. 마을 안쪽 향교를 지나면
계림이다. 경주 김씨의 시조, ‘알지’가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는 계림은 울창한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이다. 계림을 나서면 대릉원, 첨성대,
월성으로 이어진다.
누비공방의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왼쪽/오른쪽]머리띠를 만들기 위해 바느질하는 어린이/흥미진진한 유리공예
체험
한옥에서 누리는 멋과 맛
교촌마을에는 한옥의 멋을 즐기며 음식을 맛보는 식당과 카페가 있다. 전통 한정식을 내는 ‘명가’는 품격 있는 밥상으로 조선 시대 양반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과 아름다운 한옥이 어우러진 식당으로 들어서면 대감 댁에 초대받은 듯한 착각이 든다. 유기에
담아내는 정성스런 음식은 맛과 건강, 품위까지 더했다. 장을 직접 담그는 것은 기본, 화학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치자 물로 지은 밥, 조선
시대 요리서 《수운잡방》에 나오는 서여향병, 치자 인진 쑥 식혜 등 눈과 입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 요리다. 한정식 외에 연잎밥정식도 이 곳의
인기메뉴다.
맛과 건강은 물론 품격까지 더한 밥상
‘가비’는 커피와 전통차가 맛있는 한옥 카페다. 큐그레이더(커피 감별사) 서필훈이 고르고 로스팅한 커피를 낸다. 창 너머 경주의 산과 들이
그림처럼 펼쳐진 한옥에서 맛보는 커피가 새롭다. 한옥과 어울리는 전통차도 일품이다. ‘풍악’은 해물파전과 막걸리로 전통의 분위기를 누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왼쪽/오른쪽]한옥 카페에서 맛보는 커피 한잔의 여유/전통의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풍악
여행정보
경주교촌마을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교촌길 39-2
문의 :
054-779-6981~2
1.주변 음식점
명가 : 한정식 / 경상북도 경주시 교촌길 39-9 /
054-742-4284
가비 : 커피·전통차 / 경상북도 경주시 교촌안길 5 / 054-771-2524
풍악 : 해물파전 /
경상북도 경주시 교촌안길 7 / 054-746-0123
2.숙소
베니키아 스위스로젠호텔경주 :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465-37 / 054-748-4848
신라게스트하우스 : 경상북도 경주시 강변로 200 / 054-745-3500
이사금유스타운 :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465-24 / 054-745-1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