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유증으로 인지 기능이 좀 떨어진 남편 때문에 고생하는 내 친구는
좋아하는 여행을 하지 못해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지난 해는 형님되는 시누님을 제주도 여행 보내드리고
2박 3일 말미를 얻어 저랑 전주를 다녀왔는데
그것 마저 없었다면 지난 한 해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지나갈 뻔 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며칠 전 83세의 시누님이 동생을 보러 오신 김에 1박 2일 허락을 받고
지리산 둘레 길 제 3코스에 도전했습니다.
인월에서 매동 마을을 거쳐 금계로 가는 코스입니다.
하필이면 일요일이라 저는 남편과 함께 이른 시간 예배를 드리고
서부 주차장에서 함양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자가용 없이 가는 것이라 더구나 짐을 메고 움직여야해서
어깨가 부실한 저는 최소한의 짐을 꾸렸지만 걱정이 됩니다.
거기다 월요일은 비까지 내린다니 우산의 무게도 버겁지요.
그런 나를 남편은 염려가 되어 차를 가져 가라고 하다가
서부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갔습니다.
혼자 해결해야하는 남편의 끼니 걱정은
친구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싶어 그냥 눈을 감았습니다..
거창 함양을 거쳐 인월에 도착.
점심을 먹고 찾은 안내소(월요일 휴무)는 문이 닫혀 있어서
먼저 여행을 마친 분(사진 속 모자 쓴 )의 안내서를 얻어서 출발합니다.
오후 1시
출발 지점을 조금 지나니 고마리가 곱습니다.
이제 예약한 매동 마을이 가깝습니다.
400년 된 소나무 아래에서 좀 쉽니다.
고사리가 이렇게 재배되는 줄 몰랐네요.
호두나무 감나무도 많네요.
해질 무렵에야 12~3km를 걸어 숙소에 도착
널찍한 황토방이 군불까지 넣은 채 기다리고 있네요.
평생 가족을 돌보지 않던 남편을 지난 해 보내고
초등학교 졸업도 하진 못했지만 억척스런 여 주인은
아들 딸 3남매를 대학까지 보내고
좋은 며늘과 사위에 손자들을 얻고
삼성 맨을 셋이나 두고 효도 받는 행복한 노년이 되었네요.
그래도 그 남편이 말년에 마늘도 다듬어 주곤 했는데,,,
잘한 건 생각 안나고 모진 말했던 게 남는다며 눈물 글썽이네요.
음식 솜씨도 좋아서 그만 이 집에 살고 싶습니다.
스무가지나 되는 반찬에 막걸리, 커피도 공짜로 주고
다음 날 가져가라며 무우 달인 물까지 얼려서 줍니다.
공부한 사람이 제일 부럽다는데...
공부한 나는 오히려 부끄러웠습니다.
부지런하고 정이 철철 넘치는 그녀가 내내 행복하기를 기도했습니다.
이런 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네요.
선인장이 제주도 뿐 아니라 여기서도 자라네요.
도시에서 보던 꽃 보다 싱싱하고 탐스런 코스모스
구절초
곳곳에 음식점도 민박할 곳도 많네요.
등고재를 넘을 때 부터 예고한 대로 비가 내립니다.
해가 반짝 난 것보다 걷기는 좋습니다.
떨어진 밤이 점심을 대신합니다.
물봉선 자주 쓴풀
개머루 작살나무
조 찔레
첫댓글 함께할 친구가 있어 부럽습니다.친구랑 함께 할수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요? 조용한 시골 풍경들이 그대로 전해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네요.
잠깐 비친 선배님 모자쓴 모습..직접 뜨신것 맞죠? ~~~
네 마지막 사진의 두그루 나무처럼 오랜 친구는 서로 의지도 되고 더구나 친구는 남편의 외도로 혼자서 아들을 기르고 열심히 살았는데 늦게 돌아온 남편이 병들어 힘들어합니다. 젊은 날 잘못을 갚을 새도 없이 짐만 되니 너무 딱하지요.
배경음악에 둘래길 살피면서 나도겁습니다 아우야 ...
어찌 이렇게 오랜만에 보네 .... 멀리 있다고 멀어 하지말고 자주 만나자...
언제나 반겨주시니 감사하지요. 자주 들러 선배님 고운 모습은 보고 간답니다.
우리 친구 혜숙이랑 많이 닮았네요.
친구를 위한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도 되었군요.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걷기 바래요.
오늘은 경주 가서 언니랑 걸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