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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디자인과 2학년
4736708 류순하
내인생의 영화
베티 블루 37.2° Le Matin / Betty Blue, 1986
어쩌면 영화보다도 포스터가 더 유명한 영화. 내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이 영화의 포스터를 처음 접했던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받아쓰기를 하고 덧셈 뺄셈에 끙끙대던 어린 나이. 당시 대학생이었던 사촌언니의 방에서 베티블루의 포스터를 발견했다. 방의 한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던 이 포스터는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짙은 블루톤에 신비스러운 느낌의 여인. 금방이라도 빨려들 듯 매력적이고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강렬했다. 지금도 이 포스터를 볼 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설레고,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포스터를 봤을 때는 우울하고 어둡고 굉장히 짙은 느낌이 났다.
그리고 한동안 베티 블루의 존재에 대해서 한동안 잊고 지냈다. 사실 그때야 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 채널시간을 일일이 챙기기도 힘든 나이니까, 영화에 대해선 거의 백지장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게다가 여러 차례 가위질에 난도당한 18세 영화를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나의 베티블루는 점점 가슴한구석의 추억에 눌려 빛을 바래고 있었다.
민증이 나오고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 영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21살이 되었을 때 문득 내 뇌리속에 흐릿한 존재였던 베티가 나의 감성을 두드렸다. 그리고 바로 영화를 찾아다녔다. 내 어린시절 내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주었던 베티를 찾아서.
영화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막상 3시간에 육박하는 긴 영화를 보는 것은 결코 금방 되어지는 일은 아니었다. 매번 친구들과 비디오나 디비디를 보러 다녀도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만 꺼냈을 뿐 잘 봐지지 않는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굉장히 우울한 날씨의 여름날이었다. 컴컴한 집에 나혼자 이불 하나 둘둘 감고 , 침대에 걸터앉아 아무 생각 없이 베티블루를 보았다. 시작부터 채도가 강하고 무겁고, 격정적이고, 하지만 웬지 아련한 오프닝을 말없이 지켜보며. 남주인공 조르주의 담담한 회상을 들으며. 베티블루는 일요일 오후 혼자보기 딱 좋은 영화였다.
영화는 간단하다.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이며 섹시한 여자 베티. 그리고 그녀를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그녀가 죽을 때까지 사랑해주는 남자 조르그. 영화는 이 둘의 사랑이야기이다.
남 프랑스의 휴양지에서 방갈로를 관리하며 살고 있는 조르그 앞에 나타난 베티. 그녀는 강렬하고 육감적인 외모만큼이나 자유롭고 충동적이며 연인 조르그를 향한 사랑은 숨이 막힐 정도로 절대적이다.
어느 날, 우연히 조르그가 쓴 글을 읽은 베티는 그의 재능에 반해 그의 작품을 출판할 수 있도록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미 수차례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던 조르그는 인생이 순조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소극적인 글쓰기와 친구에게 맡은 피아노 파는 일에 재미를 붙이지만 조르그의 재능에 집착하는 베티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갈수록 광기어린 집착을 보인다. 그 와중 베티는 임신을 하고, 조르그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행복해 한다. 하지만 그 임신은 사실 베티의 상상임신. 상상임신을 한 것을 안 베티는 정신 이상을 보이고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병원에서도 결국 스스로 두 눈을 찔러버린다. 아름다운 머리카락도 잘려나가고, 그녀의 광기는 계속되지만, 조르그는 끝까지 그녀를 사랑해준다. 그 광기의 절정에서, 마침내 조르그는 그녀를 베개로 질식사시킨다. 그리고 그 녀를 자유롭게 해준다. 그리고, 그녀의 평생의 바람대로 조르그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들의 사랑은 시종일관 격정적이다. 주위사람들에게 욕을 하기도 하고, 뺨을 맞기도 하며 가끔은 피도 보인다. 막무가내로 사랑하는 듯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아름다워보인다. 그리고 이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에 여자의 나체가 프린트된 타이를 매고, 조르그를 무시하는 출판사에 찾아가 협박을 하고, 피자가게에서 베티에게 무례하게 군 손님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얹은 피자를 주는등의 비정상적인 행태들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기이한 난동에 조금씩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그들이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불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계산하지 않고.
몇 십채의 방갈로에 페인트를 칠해야 하는데도 짜증한번 부리지 않고,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핑크색 페인트를 얼굴에 가득 묻힌 채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을 수 있을까. 달리는 마차안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랑하는 이에게 ‘쥬뗌므!’라고 외칠 수 있을까. (이 장면에서, 베티로 나온 베아트리체 달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중의 하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이렇게 말 해주고 싶다.)
결국은 격정적인 사랑의 벽이 무너져 베티는 정신이상증세를 보이지만, 난 이들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닫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베티를 죽음에 이르게한 조르그의 행동도 베티에 대한 사랑의 한 방법이었으며, 베티의 죽음으로, 그리고 조르그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함으로써 사랑은 영원에 이르른다고 생각되어진다.
광기도, 집착도 사랑의 한 표현 방식이라고 영화는 내게 말해주는 듯 했다. 그들이 함께 지내던 방갈로에서, 그리고 옮겨간 친구의 집에서, 그리고 피아노 가게와 저택에서,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정신병원에서 그들의 사랑이 구석구석 담겨있다. 그들을 회상하면 짙은 공기의 한여름 밤이 생각난다. 어두운 톤의 블루도, 나무로 대충 지어진 방갈로와 야자수도, 베티가 인정사정없이 찔러대던 포크의 날카로운 날까지. 모두들 그들을 위해 만들어 진 것처럼 잘어울리는 것들. 나는 그들의 사랑과 사랑에 빠졌다.
임신을 하기에 가장 적정한 온도는 37.2도라고 한다. 타이틀의 37.2는 이를 넌지시 의미한다. 베티는 37.2도에 이르지 못했던 것일까. 어쩌면 그녀는 37.2℃를 넘어서서, 그 뜨겁고 격렬한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였던 것이 아닐까. 겁 없이 활활 타오르는 사랑도, 절정이 지나 재만 남은 사랑도 그 어떤 것도 소중하고 아름답다. 1986년, 프랑스의 남부, 뜨거운 여름날로 돌아가 쥬뗌므를 외치는 그 시간으로 문득 돌리고 싶어졌다. 그 가장 행복했을 시간에 베티는, 그리고 엄마의 뱃속에서 태아였을 나또한 37.2℃가 아니였을까.
내 인생의 감독
장진 감독
출생 : 1971년 1월 1일
출생지 : 서울특별시
직업 : 영화감독, 필름있수다 대표
데뷔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천호동구사거리'
데뷔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
2000 제36회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
2005 제4회 대한민국영화대상 각본상
필모그래피
개같은 날의 오후(A Hot Roof) / 각본
1995 | 한국 | 코미디 | 108분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 각본
1996 | 한국 | 드라마 | 94분
기막힌 사내들(The Happenings:Amazing Men) / 각본
1998 | 한국 | 코미디 | 108분
간첩 리철진(The Spy) / 각본
1999 | 한국 | 드라마, 코미디 | 105분
동감(Ditto) / 각본
2000 | 한국 | 판타지,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110분
극단적 하루 / 각본
2000 | 한국 | 37분
킬러들의 수다(Guns & Talks) / 각본
2001 | 한국 | 드라마, 코미디 | 120분
묻지마 패밀리(No Comment:No Comment Family) / 각본
2002 | 한국 | 코미디 | 99분
화성으로 간 사나이(A Man Who Went To Mars) / 각본
2003 | 한국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107분
아는 여자(Someone Special) / 각본
2004 | 한국 | 코미디 | 107분
1.3.6 / 감독
2004 | 한국
소나기는 그쳤나요 / 감독
2004 | 한국 | 35분
웰컴 투 동막골(Welcome To Dongmakgol) / 각본
2005 | 한국 | 전쟁, 드라마, 코미디 | 133분
다섯 개의 시선(If You Were Me 2) / 감독
2005 | 한국 | 113분
고마운 사람(Someone Grateful) / 감독
2005 | 한국 | 24분
박수칠 때 떠나라(The Big Scene) / 감독
2005 | 한국 | 코미디, 미스터리, 드라마 | 115분
거룩한 계보 / 각본
2006 | 한국 | 드라마, 액션 | 126분
사실 「내 인생의 영화」에서 아는 여자와 베티 블루를 놓고 굉장히 고민했었다. 두 영화 모두 나를 영화에 몇 번이고 풍덩풍덩 빠뜨렸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결국 베티가 여자를 이겼다. 아는 여자 이야기를 빼먹기도 섭섭하고, 내 인생의 배우에서 이야기할 사람과도 뗄레야 뗄수 없는 사람이기에 장진감독을 선택했다.
영화를 볼 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 편이다. 베티블루의 베티도, 아는 여자의 한이연도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대한 애착은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까지 번져나간다. 장진 감독의 영화에서는 빼어난 미남 미녀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나영과 원빈은 제외하고는) 그 각자 맡은 캐릭터들은 놀랄정도로 강한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다. 주연에서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그저 말 한마디 하고 지나가는 단역나 까메오 조차 반짝반짝 빛난다. 늘 그랬다. 주인공 한명의, ‘누구의 영화’가 아닌 출연한 배우들 ‘모두의 영화’였었다. 그가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와 연극들은 열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 각자의 독특한 캐릭터들은 잊혀지지 않고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는다.
내용의 범상치 않은 전개 방향과 구성, 그리고 특유의 재치 있는 유머와 위트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장르 불문하고 매 영화영화마다 배를 잡고 웃지 않은 기억이 없다. 조폭 시리즈나 가문 시리즈처럼 ‘유머를 위한 유머’가 아닌, 그냥 그 상황 상황과 허를 찌르는 대사가 재미있으니까, 웃기니까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최근에 개봉한 거룩한 계보도 좋았고 박수칠때 떠나라도 재미있게 보았다. 하지만 장진감독의 최고의 영화는 『아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라인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표현방식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 정재영과 이나영의 연기도 좋았고 매 상황상황의 귀엽기까지한 전개들도 좋았고 대사도 좋았고 OST도 좋았고 결말도 좋았고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당시 이연이처럼 짝사랑을 하고 있던 내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였다.
장진 감독의 영화를 본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나처럼 좋아 죽거나 아니면 악평을 늘어놓거나. 사람들의 식성이 제각기 다르듯 영화를 볼 때의 와 닿는 느낌들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의 어떤 영화를 보아도 감독의 색깔이 배어있기 때문에, 그의 영화는 확실한 매니아층이 있다. 독특한 발상과 가벼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유머,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센스들. 나는 가끔 감독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해지곤 한다.
내 인생의 배우
정재영
출생 : 1970년 11월 21일
직업 : 국내배우
소속 : 현 팬텀엔터테인먼트
본명 정지현
신체사항 키 : 180cm 체중 : 78kg (수시로 바뀝니다)
데뷔 1996년 연극 '허탕'
2003 디렉터스 컷 어워드 올해의 연기자
2004 제25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필모그래피
박봉곤 가출 사건(The Adventures Of Mrs. Park)...불량배 역
1996 | 한국 |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 101분
초록물고기(Green Fish)...캬바레 손님 역
1997 | 한국 | 드라마 | 114분
조용한 가족(The Quiet Family)...제비 역
1998 | 한국 | 코미디, 스릴러, 범죄, 공포 | 103분
기막힌 사내들(The Happenings:Amazing Men)...낯익은 기사 역
1998 | 한국 | 코미디 | 108분
간첩 리철진(The Spy)...잔머리 택시강도 역
1999 | 한국 | 드라마, 코미디 | 105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Die Bad)...segment 악몽: 성빈 형 역(우정출연)
2000 | 한국 | 드라마, 액션 | 98분
공포 택시(Ghost Taxi)...논스탑 역
2000 | 한국 | 코미디, 공포 | 91분
극단적 하루
2000 | 한국 | 37분
킬러들의 수다(Guns & Talks)...재영 역
2001 | 한국 | 드라마, 코미디 | 120분
피도 눈물도 없이(No Blood No Tears)...독불이 역
2002 | 한국 | 드라마, 액션, 느와르 | 120분
복수는 나의 것(Sympathy For Mr. Vengeance)...전처 남편 역
2002 | 한국 | 범죄, 스릴러 | 120분
묻지마 패밀리(No Comment:No Comment Family)...돈 뺏는 고교생 1 역
2002 | 한국 | 코미디 | 99분
묻지마 패밀리(No Comment:No Comment Family)...segment 사방에 적 - 애인 불지르려는 사내 역
2002 | 한국 | 코미디 | 99분
실미도(Silmido)...한상필 - 684부대 제1조장 역
2003 | 한국 | 전쟁, 스릴러, 드라마, 액션 | 135분
귀여워(So Cute)...세째 아들 뭐시기 역
2004 | 한국 | 코미디 | 117분
아는 여자(Someone Special)...동치성 역
2004 | 한국 | 코미디 | 107분
웰컴 투 동막골(Welcome To Dongmakgol)...인민군 장교 리수화 역
2005 | 한국 | 전쟁, 드라마, 코미디 | 133분
나의 결혼 원정기(Wedding Campaign)...신토불이 쑥맥 만택 역
2005 | 한국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 120분
박수칠 때 떠나라(The Big Scene)...꾸러기 역(특별출연)
2005 | 한국 | 코미디, 미스터리, 드라마 | 115분
마이 캡틴 김대출(My Captain, Mr. Underground)...문화재 전문 도굴꾼 대출 역
2006 | 한국 | 드라마, 코미디 | 104분
거룩한 계보...동치성 역
2006 | 한국 | 드라마, 액션 | 126분
사실,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셨던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선 영화, 감독, 인물 순으로 이불을 개듯 착착착 1분도 안되는 시간에 정해지고 있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던 영화, 내가 좋아하는 감독,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를 생각했다. 좋아하니까, 누군가에게는 달라지겠지만 나에게는 그 영화가 감독이 배우가 인생 최고의 것들이다.
정재영씨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다. 이 사람, 연기를 잘해서 좋고 주어진 배역들을 남다르게 소화해서 좋고 열정이 대단해서 좋다. (근데 유부남이라서 좀 슬프다.)
이 배우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가 2001년,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였다. 그때 ‘킬러들의 수다’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고, 그 영화에 출연했던 원빈의 인기도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원빈에 푹 빠져있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킬러들의 수다를 보았다. 네 킬러들 중에서 세 킬러들은 확실히 여러 가지 면에서 돋보였다. 얼굴에서 레이저를 뿜는 원빈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때 당시에도 유명 배우였던 신현준, 주목받는 신인배우로서 점점 입지를 굳혀나가던 신하균까지. 이 세 사람은 나름의 에피소드도 많았고 극의 흐름을 이끌어 나갔다.
그런데 한사람, 나오는 비중도 적고 별 다른 에피소드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그다지 잘생긴 것도 아니고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세 사람에게 묻힐 수밖에 없었던 한사람이 자꾸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도 내내 내 관심은 그에게로 쏠렸다. 그때 그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늘 조연이었던 그가 점점 주연의 자리에 오르고 지금은 단독주연까지 맡는걸 보면 내가 괜시리 뿌듯해진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정재영은 1996년 연극 '허탕'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오랜 연극 경험과 무명생활을 통해 얻은 기본기와 관록 뿐 아니라, 논리적이고 철저한 캐릭터 분석으로 매번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여왔다. 180cm의 훤칠한 키에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거뜬히 소화해 해는 그는 주로 연극무대를 통해 얼굴을 알려오다가 <박봉곤 가출 사건>으로 영화계에 데뷔해 <초록 물고기>, <조용한 가족>, <공포택시> 등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스크린에 얼굴을 익혔다. 사소한 몸동작 하나로 감독과 몇 시간에 걸친 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그의 집요함과 완벽주의가 없었더라면 스크린에서 그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허탕>, <매직타임>,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의 연극에도 출연한 정재영은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부터 주연을 맡기 시작하였다. 또 연극무대에서 친해진 장진의 영화에 합류하게 된 것은 <킬러들의 수다>에서 부터인데, 여기서 그는 사나이들의 비장미 넘치는 상황에 코믹적인 요소를 가미해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그리고 정재영은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등으로 기존의 터프한 톤의 연기와 아울러 코믹연기에도 재능이 있음을 증명했다. 진지한 페이스 안에서 코믹한 모습도 끌어내서 제법 능수능란하게 소화해 내는 재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 뒤 <피도 눈물도 없이>를 거쳐 <실미도>에서 설경구의 연기에 뒤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여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아는 여자>의 동치성 역으로 멜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그는 이나영과 호흡을 맞춰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설경구와 함께 연기하면서도 그는 절대로 뒤지지 않은 연기력을 과시했고, 거칠고 남성적인 눈빛과 말투, 그리고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열정은 내가 관심있게 지켜보던 배우에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개봉한 ‘아는 여자’로,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되었다. ‘아는 여자’ 영화 자체가 너무 좋았고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좋았다. 그리고 ‘웰컴투동막골’에서 보인 북한 인민군 역할까지. ‘웰컴투 동막골’은 개봉하자보았다. 처음 개봉했을땐 예매율도 저조했고 개봉하자 마자여서 입소문을 들을 새도 없었지만 영화 보면서 눈한번 안 깜빡거린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영화는 입소문을 거듭하면서 놀라운 흥행성적을 기록한다. (입소문 열심히 내고 다니던 나또한 놀랐다.) 그 뒤로는 정재영아저씨가 까메오라도 등장하는 영화는 다 찾아보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 뒤로 주연을 맡아 개봉한 몇몇 영화들에서 흥행에 실패하기도 하였지만 (덕분에 대구에 무대인사 오면 앞자리에 앉아서 꺅꺅 소리질렀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절대로 식지 않았고, 해를 거듭할 때 마다 발전하는 연기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최근에 개봉한 ‘거룩한 계보’에서도 그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연기력은 빛을 발한다. 킬러들의 수다에서 세 남자들에게서 가려져있던 그가 늘 주연만 맡으며 각종 쇼 오락프로에서도 빛을 발하는 정준호의 빛을 가리기 까지 한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다 뿌듯했다.
무슨 역할을 맡든지 간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그 캐릭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시킨다. 어떤 배우와 함께 연기하든지 간에 자연스럽게 상대배우와 섞여 나오고, 어떤 배우와 연기해도 어색함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그와의 인터뷰만 보아도 그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영화 한편한편 그리고 매 신마다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는지를 알 수 있다. 장진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나는 아저씨의 영화를 좋아할거고 매 영화영화마다 극장을 찾을 것이다. 그의 배우인생에서 머지 않아 찬란한 빛이 다가올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레포트를 마치며.....
사실, 늘 여태껏 ‘내 인생의-’라는 수식어는 왠지 거창하게 여기고 있었다. 인생을 내걸만큼의 무언가가 특별날 것 없이 살아온 내게 있을까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과제를 하면서 느꼈다.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배우’, ‘내 인생의 친구’ 그 시시콜콜한 『내 인생의 무엇 무엇』들은 절대로 깊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였다. 깊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진정한 결론이 아닐 확률도 높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내가 필이 확 꽂힌 무언가가 내 인생의 BEST of BEST이다. 누군가가 무심히 던진 질문에 10초 이내로 대답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내 인생의 최고의 보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