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인 조광래 감독의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아집스러운
대표팀 운영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임을 미리 밝힌다.
다만 명확히 해두고 싶은 점은 이 글의 의도가 현 조광래 국대 감독님을 흔들거나 경질론 따위를 주장하자는
것이 아니며 과거 축구국대감독 중 결과론적인 성공을 거둔 감독들의 공통점이 충분하게 주어진 시간과 기다림
이었음을 상기하며 현 조광래 체제를 지켜보자는 중론에는 동의함을 밝힌다.
개인적으로 한국축구사에 국가대표 감독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감독을 꼽으라면 거스 히딩크와 허정무를 꼽겠
다. 전자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겠지만 허정무 감독에 대하여는 통상적인 포털에서 찬성과 반대가 2:8쯤,
축구전문 커뮤니티에서 7:3정도의 여론으로 느껴진다.
한국축구는 히딩크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도 좋다고 할만큼 한국축구의 패러다임에 일대 혁신을 가져다 준 2002
월드컵이 지난 후 우리 대표팀 감독으로 움베르트 코엘류, 조 본프레레, 아드보캇, 핌 베어벡, 허정무가 차례
로 역임되었다.
그간의 역사를 짧게 뒤돌아보면 오만에게 3:1, 몰디브에게 0:0이라는 컬처쇼크를 국민에게 안겨주며 너무 빨리
대두된 경질론 때문에 어떤 성과를 보여주기도 전에 너무 빨리 경질된 코엘류, 3골을 먹으면 4골을 넣으면 된
다는 공격축구 철학속에 오히려 이란에게 4:3으로 나가떨어지며 물러난 본프레레, 무엇을 평가하기엔 역임기간
이 짧았던 아드보캇,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지향하며 한국축구에 4백의 기본토대를 완성하였으나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경기 내용을 지루함과 지리함으로 가득 채웠던 핌 베어벡, 그리고 월드컵 원정 역사상 첫 16강을
달성하였지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비난과 조롱, 심지어 가족까지 들먹이며 모욕적인 인신공격을 당해야 했
던 허정무 감독, 그리고 지금 현재의 조광래 감독의 시대가 되었다.
2011 아시안컵 우승컵을 또 다시 일본에게 넘겨주며 3위에 머물러야 했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하여
아쉬었던 국민들과 축구팬이 많을 것이다. 아시안컵의 우승이라는 의미는 대외적으로 아시아에서 우선 결과적
으로 가장 성과를 이룬 국가대표라는 상징성과, 각대륙별 우승팀들과 돈 안들이고 수준 높은 대전을 치를 수
있는 컨페더레이션스 컵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이렇듯 아시안컵은 월드컵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실리와 명분을
다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대회인 셈이다.(23세 이하라는 자격제한이 있는 올림픽은 잠시 논외로 하였다)
이 아쉬운 결과에 대하여 단적으로 말하자면 2011 아시안컵 우승을 가져올 수 있었던 가장 쉬운 길은 적어도
아시안컵 종료시까지는 허정무 체제로 가는 것이 가장 쉽고 합리적인 선택였다는 것이다. 조광래 감독으로 가
더라도 아시안컵 후가 타당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2010 월드컵이 끝난 직후의 허정무 감독에 대한 국내 포털의 여론은 눈뜨고 보기 힘들정도였다. 전술이
없는 감독, 인맥으로 염기훈을 기용한 감독, 운빨과 선수빨이 전부인 무능한 감독, 나아가 허정무 감독의 가족
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내어 목불인견의 인신공격과 악질적인 테러를 서슴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의 2010년 월드컵을 되새겨보면 조별예선은 둘째 치고 2010년 월드컵 16강전 대 우루과이전은 외신
의 극찬을 받은 경기내용이었다. 정성룡과 이영표의 판단미스로 너무 허무하게 내어 준 선제골이 아니었다면,
수아레즈 일생일대의 골대 맞고 안으로 튀어 들어간 럭키골이 아니었다면, 경기 내용상으로 우루과이를 압도했
던 그 날의 16강전 결과는 참으로 아쉬웠다.
그러나 원정 첫 16강의 성적표를 받아 온 국대감독에게 국내여론은 차갑다 못해 야유와 힐난으로 가득하였고
허정무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하였다.
허정무 감독과 조광래 감독의 전술체계는 상당히 괴리가 큼에 따라 새 대표 감독직을 수락한 조광래 감독은 이
전의 대표팀 색깔을 지우고 기본 구도부터 다시 그렸다. 시간상으로 너무 촉박하였고 그 결과 우리가 볼 수 있
었던 그림의 완성본은 2007년 베어벡 시절과 동일하게 아시안컵 3위를 보는 것에 그쳤다.
K리그 시절부터 경남FC를 지켜봤던 팬들이라면 벌써 공감하시겠지만 조광래 감독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축구
는 아마도 스페인과 FC바르셀로나, 혹은 아스날이 보여주는 축구인 듯 싶다. 2011 아시안컵 조별예선 첫경기
대 바레인전에서 국민들과 축구팬들은 유기적인 패스웍과 끊임 없이 뛰고 또 뛰는 조광래식 아름다운 축구에
반하였을 것이다.
조별예선 2경기 대 호주전에서도 조광래호는 후반 20여분까지 호주를 쉴 새 없이 몰아붙였고 보는 이들로 하여
금 절로 열광과 탄성을 자아내게 했지만 후반 중반이 지나고 경기 말미로 갈 수록 한국 선수들의 체력은 눈에
띄게 저하되고 활동량이 급격하게 저하됨에 따라 조광래 전술의 한계는 빨리 드러났다.
허정무 감독과 조광래 감독의 전술상의 차이점은 크지만 유사한 기본토대가 있는 데 그것은 거스 히딩크 감독
이 물려주고 간 수비전술 상의 능동적인 압박이라는 점이다. 4백을 토대로 지능적인 풀백(조용형)과 주축 볼란
티어(김정우)에게 많은 책임과 활동량을 요구하며 덕분에 경기 피로가 누적되거나 제 기능을 못하면(대 아르헨
티나전) 김정우의 롤에 과부하가 걸리고 팀 밸런스가 저하되던 허정무 체제에 비하여, 조광래는 공격능력을 가
진 풀백(이정수, 곽태휘)과 양 사이드 백의 잦은 공격가담(이영표, 차두리), 미들라인마저 공격성향이 강한 미
드필더(구자철, 기성용, 이용래)로 채우고 끊임 없는 무브먼트를 요구하기 때문에 팀 전체에 체력적인 부담이
엄청난 것이다.
축구에 있어서 하나의 팀이 '토너먼트' 대전에 출전할 때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는 목표가 어디까지인가 라는
점이다. 월드컵에서라면 '16강'이 목표랄 수 있겠지만 아시아의 제왕을 자칭하는 대한민국이라면 아시안컵에서
는 적어도 '우승'이 목표가 된다.
그렇다면 우승을 목표로 하는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하나의 팀이 치러야 할 경기는 6경기가 되고 당해의 팀은
그 6경기를 치를만한 체력적인 안배가 되어었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공개된 인터뷰에서 2011 아시안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대 인도전을 앞두고 조광래 감독은 '조별 순위에 개의
치 않겠다'라고 공언하였으나 두껑을 열어보니 이미 호주전에서 벌써 방전되기 시작한 베스트 11을 일말의 변
경점 없이 재투입하였다.
이렇듯 베스트 11이 이미 조별예선에서 체력을 소진하고 8강 이란전에 연장까지 가는 악전고투 끝에 신승을 거
두고 4강에 이르러 운명의 한일전을 맞게 된다. 그리고 이 시점에 대표적으로 이청용과 지동원, 구자철 선수는
체력적인 한계에 이르렀고 대 일본전 선수 소개 장면에서 이청용과 지동원 선수의 눈 밑에 선명하게 드리워진
길고 긴 다크서클은 이날의 경기 결과를 미리 예견하게 해 주었다.
전쟁으로 치자면 조광래 감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각개 전술은 있을지언정 전체적인 전략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팀이 체력적인 한계에 이르러 갈 때 플랜B, 토너먼트에 있어서의 팀 밸런스와 체력적인 안
배, 베스트 11을 제외한 후보 선수들과 주전과의 실력적인 갭을 줄이는 것 등이 비교적 고려가 덜 되어지고 있
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은 이미 K리그 시절부터 결장이 드물었으며 EPL로 건너가 볼튼 소속으로 출장하기 시작하는
그 사이에는 휴지기간이 거의 없었다. 1988년 생의 이 젊은 대한민국 차세대 에이스는 근3년 여를 쉬지 않고
달려왔다.
2011 아시안컵을 치르는 와중에도 동일 포지션에 대체 선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선3경기 인도전에 어김
없이 나왔고 심지어 마지막 6경기인 3,4위전에도 출장하였다. EPL복귀 후 오언 코일 볼튼 감독은 이청용의 체
력을 안배하기 위하여 울버햄튼전에 후반 23분 교체하였고, 2월6일 새벽(한국시각) 토트넘 원정에서는 아예 선
발명단에서 제외하고 후반 22분에 투입하였다.
그리고 조광래 감독은 2월10일 터키 원정 국가대표 평가전에 또 다시 이청용을 호출하였다. 오언 코일이 분노
하여 한국국대로의 잦은 차출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결과가 않좋으면 해임당할 수도 있는 소
속팀 감독이 아까워서 아껴쓰는 재원을 고작 '평가전'을 참여시키기 위하여 불과 며칠 전에 잉글랜드로 날아간
선수를 다시금 터키로 불러 내는 조광래 감독이다.
조광래 감독이시여, 이청용은 현대판 노예가 아니다. 아니 현실은 청노예 맞지만서도.
당신이 그리고 있는 원대한 퍼즐에 아마 이청용은 가장 중요한 조각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조각이 파손되면 최
종적으로 가장 손해 보는 사람은 아마 당신 아닌가?
대 터키 원정전은 분명히 '평가전'이다. 이런 경기가 오히려 또 다른 전술 시험을 하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
낼 좋은 기회 아닌가 말이다.
당신의 선수이자 축구팬들의 선수 그리고 대한민국의 아들, 조금 아끼자. 불쌍하지도 않나. 이번 차출은 확정
되었다손 치더라도 다음에라도 고려해 주셨으면 싶다.
사족을 달자면 나는 끝까지 당신의 안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축협이 그동안 저질러온 만행을 생각하면
아마 조광래 감독이 사임하게 된다면 그 다음에 올 감독은 십중팔구 더 무능한 감독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될 가
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축협 인사인 조광래 감독을 과감하게 선임한 축협의 용단에는 박수를 보
낸다. 마음같아선 선수로는 존경하지만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미덥지 않은 홍명보 감독의 올림픽 감독직까지 겸
임하면 좋겠지만 서도.
각설하고,
축협의 태도나 국내 여론, 축구팬들의 입장 그 무엇을 보더라도 당신을 시간에 촉박하여 닥달하는 사람은 없다
. 핌 베어벡은 아시안컵 3위하고도 쫓겨났는데 조광래 감독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는가.
그러니 제발,
길게 보고 오늘만 살고 말 것 처럼 선수를 혹사시키는 점은 결단코 고쳐주었으면 싶다.
일개 축구팬으로써 당신의 안티는 아니지만 이청용이 국대 평가전 따위에 부상이라고 신고하는 날에는 당신과
우리 축구팬은 그 날로 전쟁이다.
첫댓글 That's exactly what I wanted to say ! !
베어백 감독은 자진사임 아니였던가요? 태클은 아니구..제 기억에..ㅎ
아..그리고 저는 터키같은 원정경기는 이청용선수 본인에게도..분명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이청용선수의 생각이겠지요..
베어백 감독은 표면은 자진 사임이지만........
취임 초기 부터 이미 축구계 인사들에게 국대감독으로서의 권위를 전혀 인정받지 못했고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팬들이나 언론의 보호도 전혀 받지 못했죠..
뭐랄까 훈련은 하되 경기는 안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글 내용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지금 이청용의 상태는 누가 봐도 혹사 그 자체라고 봅니다.
이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 바로 휴식이지요. 휴식줍시다. 기왕 차출한 이상 무리하여 풀타임 출전시키지 말고
교체멤버로 일이십분정도 뛰게 해 주십시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완전 공감합니다.
나름 조광래감독에 대해 전체적으로 만족하지만 뭔가 조급하다라고 해야 할까나?...선수선발이나 기용등을 보면 좀체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뭐가 그리도 급한지...결국 선수들의 혹사는 후에 조감독님에게 부메랑이 되어 국대를 부상천국으로 만들어버릴수 있다는걸 알아야 할듯...조금씩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갔으면 합니다.다음달 국내평가전엔 유럽파들 특히 아시안컵에서 거의 풀로 뛰다시피한 선수들은 제발좀 쉬게 해줍시다.
유럽파 차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글쓴이님의 생각도 맞는 말입니다.
조광래 감독님은 주요 선수 부상에 대한 플랜 B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만 같네요.
그래도 조광래감독에 대해서는, K리그 용병 수 축소 발언 빼고는 지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