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바쁨이 핑계가 되어, 하루를 연기, 어제 가리봉동을 습격했다.
그 왁자지껄한 시골, 천진거리를 헤매던 사년전의 기억을 스프레이로 뿌려가며 오랜만에 목도하는 짱깨이들의 내음.
킁킁...., 틀리다,
골목을 헤매는 사람의 모양내도 거리를 뒤덮은 그 지겨운 한자체의 간판도 똑같구만.. 나한테 안겨오는 느낌은 틀리다.
이전에 그속에서 뒹굴때엔 고향처럼 살갑게 감겨오던 그네들의 풍내가, 이젠 그 속속들이에 매케한 이국적인 낯섬이 감지된다.
사년이 지났다. 그 사년만에 나도 이젠 완연한 엽전의 시각으로 그네들을 관망하게 된 것인지...
사태적응이 무지하게 늦는 나라는 중생도, 시간이, 이놈의 시간으로, 이 시간 덕택에 survival 연명해나가는구나.
깊숙이 들어갔다.
원래 짱깨이의 생리는.... 음습한 곳에 진주를 숨겨놓는 법, 골목골목을 기어들어가 겨우 터를 잡는다.
그리고 오랜만에 깨알같이 늘어선 간체자의 메뉴판,
구박받았다. 천진에서 뭘 먹고 다녔냐고, 도대체 아는 중국음식이 뭐냐고....
긁적긁적.
원래 까막눈 시절에 나의 배를 채우던 건, 그리고 주머니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아....
마파두부와, 닭고기 볶음... 그리고 양꼬치, 세가지 메뉴였는데.....
선배가 너무 흔하다고 무시한다.
그래서 옆에 있는 복무원 아줌마의 추천을 받아, 가지, 고기말아 튀긴, 지삼탕(?)을 시킨다.
붉으스름하게 익어가는 노릿내의 양고기와 소주 한병, 그리고 고구마 튀김처럼 묻혀나온 그 지삼탕을 앞에 두고, 붉으스레 불태워지는 선배의 얼굴과 두런두런 사는 속내얘기를 주고 받자니....
여자 얘기, 회사 얘기, 친구 얘기, 룸살롱 얘기, 군대 얘기...
사는 모양새는 비슷하군.
시간이 빠르다.
한시간 남짓 걸려 돌아온 집 한 구석 침대에 내 몸을 뉘이고, 산부가 되어 불러오는 내 뱃돼지를 맛사지하며 잠을 청한다.
그 천진의 나날들을 꿈꾸어보며....
통샤는 지금쯤 얘놓고 잘살고 있겄지....
이쁘겄다. 얘새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