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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1992년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지배주주 또는 경영진의 사적이익추구에 대한 견제가 커졌고 전체적으로 보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도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또한 정보거래자로서 외국인 투자자는 기업의 내재가치 변화 없이 주가가 과열되는 테마주 현상을 진정시키는데도 기여하였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보유비중이 2000년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 위축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당국은 2023년 1월, 외국인 투자등록제도의 폐지 등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안을 발표하였는데 주식시장의 국제정합성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주요국에서 외국인 투자 규제는 전략적 가치가 있는 기업이 외국인의 통제를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개인별 한도뿐만 아니라 외국인 전체 합산 한도도 규제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 또한 상장주식의 장외거래에 대해서도 외국인 거래를 자국인 거래와 차별하여 규제하는 것도 검토가 필요하다. 영문공시 확대와 함께 감독정보의 영문화도 함께 추진되어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 파고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로 최근 부침을 겪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숙원이었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기대하며 그동안의 시장 저평가를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자와 함께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활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외국인의 투자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시장 접근성 개선에 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2000년 수준으로 하락한 외국인 투자자의 상장주식 보유비중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1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상장주식을 6.1조원 순매수하며 보유금액이 635.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 1월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비중은 26.9%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 보유비중은 1992년 자본시장 개방부터 2000년대 초까지 급격히 늘어나다가 그 추세가 꺾였으며, 2019년(보유비중 33.3%) 이후 다시 한번 감소하는 추세이다(<그림 1> 참조).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만 끼친다고 할 수는 없다. 외국인 투자자의 갑작스러운 경영권 위협으로 경영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다거나, 과도한 배당 요구로 인해 기업이 장기 투자 여력을 상실한다는 우려가 기업 경영진으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정보거래자인 외국인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지배주주 또는 경영진의 사적이익추구에 대한 견제가 커졌고 이 과정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전체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20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 보유비중의 뚜렷한 감소 추세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테마주와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거래자 역할은 기업의 내재가치 변화 없이 주가가 과열되는 테마주 현상에서도 나타난다. 최근에는 상장기업의 무상증자가 테마주의 소재로 빈번히 거론되고 있다.1) 대부분의 무상증자는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일시적으로 끌기 위한 일회적 사건으로 공시일과 권리락2)일에 급등했던 주가는 단기간에 원래의 주가 수준으로 돌아왔다(<그림 2> 참조).3)
그런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행태를 분석해 보면 무상증자 관련 테마주 현상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는 무상증자 공시일 및 권리락일에 개인투자자와 대비되는 매매행태를 보였다. 무상증자 공시일과 권리락일 투자자별 순매수 비중4)을 비교하면 개인투자자가 두 날 모두 대량의 순매입을 하는 것과 달리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순매도를 하였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가 공시일에 비해 더 많이 집중되는 권리락일에 기관투자자보다도 순매도 비중을 더 늘림으로써 권리락 효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그림 3> 참조).
테마주 현상에서 개인투자자의 대량 매수에 반대되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행태는 무상증자 관련 테마주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테마주에서도 비슷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테마주 매도에 공매도까지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이 위축된다면 기업의 내재가치 변화와 무관한 테마주 현상이 더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 접근성의 추가 보완 필요성
외국인 보유비중의 하락 추세 속에 정부는 2023년 1월 24일, 외국인 투자자의 편의성과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자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하기로 발표하였다. 특히 국제적인 정합성과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던 외국인 투자등록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투자 편의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동안 투자등록제도는 별도 ID 부여 및 실시간 보고 요건으로 인해 ID 발급에 따른 행정절차의 번거로움이나 포지션 노출의 부담은 물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합계좌(omnibus account) 사용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금융당국의 투자등록제도 폐지는 외국인의 주식시장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인의 지분 취득한도 규제를 비교하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전략적 가치가 있는 기업이 외국인 또는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못하도록 막는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5) 이에 비해 국내 외국인의 지분 취득한도 규제는 개인별 한도뿐만 아니라 외국인 합산 취득한도도 규제하고 있어 외국인이 투자를 하는 경우 다른 외국인의 지분까지 참고하여 투자해야 하기에 규제 효용성의 검토가 필요하다.6)
또한 이번 규제 완화로 외국인 투자자의 상장주식 거래를 원칙적으로 장내거래만 허용7)하였던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였는데 다양한 형태의 장외거래가 발달한 국가에서는 상장주식의 장외거래에 대해서도 외국인 거래를 차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장외거래의 한 유형인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의 국내 도입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외국인 상장주식 거래방식도 국제적인 수준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상장기업의 영문공시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8)인데 감독정보의 영문화 작업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시장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감독당국이 새로운 규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규제 배경과 규제 내용을 영문자료로 만들어 외국인 투자자 및 외국 금융기관에 해당 내용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맺는말: 이스라엘 선진국지수 승격 사례의 교훈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규제 완화가 MSCI 선진국지수로의 승격에 긍정적 역할을 하겠지만 선진국 지수 편입이 외국인 투자의 급증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2010년 MSCI 선진국지수로 승격되었으나 2019년까지 텔아비브증권거래소의 평균 일별 거래량이 37% 하락하고 주요 주가지수도 지루한 횡보 장세를 이어갔다. 상장기업 수 또한 2010년 613개에서 2019년 442개로 28% 감소하여 주식시장이 오히려 침체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MSCI 선진국지수 승격만으로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9) 따라서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주식시장의 접근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개선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1) 무상증자 관련 테마주 현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남길남, 2022,『무상증자 테마주 현상과 정보거래자 역할』,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2-21’을 참조한다.
2) 무상증자의 권리락일(공시일로부터 평균 11.1 거래일)에는 무상주 발행으로 발행주식 수가 증가하는 것에 따라 시초가격이 기계적으로 하락하게 되며, 이때 주식이 저렴해졌다고 착각을 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3) 특히 신규상장기업과 적자기업들이 무상증자를 주도했던 2022년에는 공시일 및 권리락일의 주가 급등과 직후 급락의 정도가 이전 기간에 비해 더 강하게 나타났다.
4) 순매수 비중은 순매수 수량을 총 발행주식수로 나눈 백분율 값이다.
5) 미국, EU 등 주요국에서 외국인 투자제한 대상은 주로 방위산업, 첨단산업, 핵심 공급망 산업이며 중요한 우방 국가는 제외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는 외국인 투자제한에서 제외되며 EU 국가들은 EU 또는 유럽경제지역(EEA) 국가는 제외하고 있다.
6) 외국인의 주식 취득한도 대상 주식은 33개 종목에 불과하지만 공공적 법인 또는 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외국인 주식 취득한도를 규제하는 경우 외국인 전체 취득한도(40% 등)를 설정하고 있으며 정관으로 1인당 취득한도(3% 등)를 함께 설정하고 있다.
7) 외국인 투자자가 장외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사전심사를 받아야 했다.
8) 금융당국은 2024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또는 외국인 지분율 30% 이상의 자산 2~10조원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영문공시와 2016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영문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하였다.
9) 외국인 투자자들이 MSCI 선진국지수로 승격된 이스라엘 주식시장 투자를 왜 꺼리게 되었는지 명확한 이유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지역분류가 선진국 내에서도 유일하게 중동으로 설정되어 있어 외국인 투자자에게 낯설다는 문제와 함께 국제적 관행과 맞지 않는 일요일 거래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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