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엽서
-김경미
단 두 번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지요
그것도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년 혹은 이년 전일까요? 내 이름이나 알까, 그게 다였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서 아무도 없는 때 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 하늘 밑에서 좋은 그림엽서를 보았을 때 우표만큼의 관심도 내게 없을 사람을 이렇게 편안히 멀리 있다는 이유로 더더욱 상처의 불안도 없이 마치 애인인 양 그립다고 받아들여진 양 쓰지요 당신, 끝내 자신이 그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 몇자 적다 이 사랑 내 마음대로 찢어 처음 본 저 강에 버릴 테니까요 불쌍한 당신, 버림받은 것도 모르고 밥을 우물대고 있겠죠 나도 혼자 밥을 먹다 외로워지면 생각해요 나 몰래 나를 꺼내보고는 하는 사람도 혹 있을까 내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복할 리도 혹 있을까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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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굵은 입술을 가진 산두목 같은 사내와
좀더 오래 거짓을 겨루었어도 즐거웠을거라며
스물네살에 비망록을 남긴 감각파 시인 김경미
사람의 인연이란 더구나 남녀 사이의 그것이란 참 오묘하고 알다가도 모를 것이다
날 알지 못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하게 될 수도 내가 모르는 그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수도
그녀가 흘린 미소가 나를 향한 것이 아닐 수도
내가 베푼 친절이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수도 그리고 그녀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순간이 내게는 영원일 수도 내가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그녀에게는 추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에겐 내가 친구라 해도 내게는 그녀가 애틋할 수도 그녀가 나를 사랑이라 불러도 내 심장의 박동이 더 빨리 뛰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다
사랑이란 지독히 일방적일 수 있는 불공정거래이며 그래서 더러 착각하고
우리는 자주 이기적이 된다
'나 몰래 나를 꺼내보고는 하는 사람도 혹 있을까'
첫사랑의 마지막 엽서가 당도하는날
하롱하롱 꽃잎 졌던가 낙엽 굴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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