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먹는 방법은 5대 영양소를 골고루 하루 세끼 적당히 배부르게 먹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삼시 세끼를 먹어야 건강하고, 특히 아침은 걸러서는 안 되며, 굶으면 근육이 소실되고, 요요현상으로 힘들게 뺀 살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2013년 그동안의 상식을 뒤엎는 식사법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올해 한 방송을 통해 ‘간헐적 단식’이 소개되면서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며, 많은 사람들이 직접 해보는 등 사회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은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먹어야 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말한다. 누구는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이 궁극의 건강법이라 말하고, 누구는 16시간 혹은 24시간씩 굶었다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간헐적 단식 방법은 크게 16:8 법칙, 5:2 법칙으로 나눈다. 우선 16:8 법칙은 전일 저녁 8시 이후부터 당일 아침을 거르고 16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오후 12시에서 8시까지 8시간 동안 두 끼를 먹는다. 또 하나는 일주일에 5일은 평소대로 먹고 이틀은 아침, 점심을 거르고 저녁 식사만 하는 ‘5:2 법칙’이다. 공복 시에는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지방이 연소되는데, 공복 시간을 최대한 유지함으로써 식사횟수와 식사량을 줄여 다이어트 효과를 보도록 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건강 트렌드 간헐적 단식?
의학박사이자 BBC의 다큐멘터리 ‘호라이즌’의 진행자인 마이클 모슬리(Michael Mosley)는 직접 단식을 체험하며 단식이 주는 신체 변화가 방영되는 과정에서 간헐적 단식이란 말이 등장했다. 모슬리 박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을 단식일로 정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위험 수준이었던 혈당 수치까지 낮췄다.
▲ 지난해 영국 BBC방송에서 처음 소개된 '간헐적 단식'(사진=BBC 방송)
그는 인간의 몸은 식량에 희박하던 때에 진화해 단식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주장한다. 식량이 풍부하다가도 결핍에 시달려야 했던 무수한 세월의 산물이라는 것. 하지만 하루 세 끼를 먹는 오늘날의 습관은 인류가 형성된 태곳적 환경과는 너무도 달라져 있다. 손만 뻗으면 먹을 것이 있고, 냉장고를 열면 쏟아질 듯 많은 음식들이 보관되어 있다.
보통의 단식은 허기짐과 스트레스가 심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단식 후에는 음식에 대한 열망이 더 커져 폭식으로 이어지고, 다시 전과 같은 몸 상태가 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간헐적 단식'은 살도 빼면서 동시에 노화 예방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간헐적 단식 치매 예방에 효과적
지난해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마크 매트슨(Mark Mattson) 신경과학교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매트슨 교수는 일주일에 하루 500칼로리를 줄이는 간헐적 단식이 알츠하이머, 치매, 기억력 상실 등의 발병을 지연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실험에서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쥐들은 정상 식단을 섭취할 경우 금세 치매를 일으켰다. 사람의 중년에 해당하는 한 살이 되면 이 쥐들은 대부분 학습과 기억력 장애를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 쥐들이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면 최대 20개월까지 어떤 가시적인 치매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이 쥐들은 실제로 수명이 다할 때가 돼서야 퇴행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각각 50세와 80세에 알츠하이머병의 징후를 나타내는 사람들의 사례에 빗댈 수 있다.
그래서 살은 빠지는 것인가?
단순히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고 해서 간헐적 단식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아니다. 단식 시간만 잘 지키며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것이 간헐적 단식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딱 16시간만 굶으면 된다고 해서 단식하고 8시간 동안은 마음껏 먹었어요.”
간헐적 단식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따라 했고 어떤 사람은 성공했고 어떤 사람은 실패했다. 간헐적 단식을 실패한 사람의 경우 그 원인으로 바로 과식과 폭식을 꼽는다.
5:2 단식이든 16:8 단식이든 간헐적 단식이 단식 이후 아무 음식이나 마음껏 폭식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모슬리 박사는 ‘적당히(reasonable)' 먹는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16시간 공복 후 8시간 안에 2끼를 과식하지 않고 적당히 먹으면 자연적으로 체중이 빠진다. 그러나 16시간 공복 후 첫 식사를 라면, 피자, 통닭 등 정크푸드를 먹으면 당연히 살이 찌게 된다. 간헐적 단식에 성공한 사람들은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양질의 괜찮은 음식을 충분히 먹게 되면 자연히 몸에 해로운 음식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고 식사량도 감소한다고 말한다.
또 1~2회 동안 적응기간을 두고, 단식 시간은 되도록 24시간을 넘지 않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평소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면 짧은 단식을 잘 버텨낼 수 있다. 그러나 성장기 청소년이나 임산부, 수유하는 여성은 절대 해서는 안 되며, 당뇨나 섭식 장애, 질병이 있는 경우에도 피해야 한다.
▲ 지난 18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간헐적 단식, 몸찬패스트처럼> 저자 강연회. 간헐적 단식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이날 강연에는 100명 이상이 참석했다.
SBS 스페셜 '끼니반란'편에 출연해 우리나라 간헐적 단식 성공 사례자로 소개된 조경국 씨 또한 자신에게 맞는 단식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개인마다 느끼는 어려움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므로 모든 사람이 동일한 방식으로 '간헐적 단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체질이나 성향에 따라 횟수와 강도를 조절하되, 단식 중에 일어나는 반응을 살펴야 한다. 또한 단식을 끝낸 뒤 과식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단식 후의 식사는 마치 단식을 하지 않은 것처럼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