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일기-애플수박 의형제
귀한 인연 하나가 생겼다.
의형제의 인연이다.
그 인연, 2015년 5월 26일 화요일인 바로 오늘 오전 8시 정각을 막 찍는 그 시각에 맺어졌다.
그것도 SNS 중의 하나인 페이스북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다가 순식간에 맺어진 인연인데, 내 고향땅 문경 마성에서 애플수박 농사를 짓는다는 마흔셋의 농꾼 박인규가 그 주인공이다.
내가 형을 하고 그가 동생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의형제의 인연이 맺어지는 지, 그 페이스북 메시지 대화의 그 전문을 여기 그대로 옮겨 적는다.
먼저 박인규 그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박인규 / 기분 좋은 아침 맞으셨습니까..? 윤선달님 소개로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저는 경북 문경에서 큰 사과 크기만 한 애플수박을 재배하는 박인규입니다. 이렇게 메세지로 인사드린다는 것이 아직은 서툴기는 합니다만 사이버상으로 먼저 인사드림을 용서하십시요..^^;; 사이버상으로나마 소통의 창구로써 자주 문안 여쭙겠습니다. 제가 재배하는 애플수박 입니다..
기원섭 / 애플사과의 주인공이시군요. 나도 문경에 종종 다니는 편이니, 가면 한 번 뵙도록 할게요. 마침 오는 6월 14일 일요일에 나의 모교인 대구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문경새재를 가기로 했는데, 그때 애플사과에 대한 홍보가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참고 하세요...
기원섭 / 문경이 고향이신가요? 내가 점촌초등학교 8회, 문경중학교 13회인데..나와 어떤 인연이 혹 있을까요? 아하~~애플수박이로구나...미안해요...
박인규 / 저는 마성면 오천리(저부실)에 본가가 있습니다.. 동성초교, 마성중, 문경고 졸업 입니다..
기원섭 / 마성에 봄마을이라는 시설이 있는데, 거기 김우화 이사장이 나와는 대구고등학교 동기입니다.
박인규 / 네.. 그러시군요..
기원섭 / 동성초등이면...이정인이라는 내 중학교 동기동창이 동성초등학교 졸업했고, 친구의 부인인 김영자 여사가 또 그 학교 출신입니다. 문경읍 입구 문경주유소 안방마님 문은자가 내 또래 친구고...읍내 새마을건재 김윤기와 그 부인 김순자와는 가깝게 지내는 사이입니다.
박인규 / 제가 동성초교 34회 입니다..아마 제가 한참 후배일껍니다..^^;;
기원섭 / 부천어물, 새재축산, 다미칼국수..모두 나와는 인연이 있지요. 읍장은 중학교 후배고, 읍사무소 이성우계장도 나와 인연이 깊어요...마원 남호슈퍼도 인연이 있고요...요래조래 따져보면 그 인연이 참 재미있겠어요. 내가 농사 짓는 곳은 교촌탑골길 48-16입니다. 몽인정사 바로 아랫집이지요. 650평 정도에 참깨 들깨 호박 수박 참외 오이 토마토 상추 파 마늘 같은 걸 기르고 있어요...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애플수박에 관심을 좀 가져야겠어요. 내가 48년 생이니...어찌 되실까요?
박인규 / 와~ 네트웍이 엄청납니다..! 메신저로 인사드리게 됨에 너무 반갑고 또.. 영광입니다..여가 있으실 때나 문경에 오시면 연락주십시요.. 저 역시 농산물유통을 겸하고 있어서 서울(가락동)에서 하루 이틀정도는 머무르고 있습니다. 삼촌뻘의 연배시니 추후 어떻게 호칭을 불러야 할지..^^;; 제가 올해로 43세 소띠입니다.
기원섭 / 좋아요.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요. 서울 오면 내게 연락하시고, 내가 문경가면 또 연락할게요. 선달이가 만들어준 인연이니, 우리 잘 이어갑시다. 나에 대한 호칭은 그저 '형님'이 좋고, 아니면 내 신분이 '법무사'이니 그리 불러도 좋습니다. 그저 편하게 편하게 가입시데이...소띠라고 하니...소띠 동생 하나 둔 걸로 하겠습니다.
박인규 /네.. 말씀하신데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원섭 / 앞으로 문경에 큰 힘이 될 동생 하나 얻은 걸로 하겠습니다. 우리 서로 아름답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길을 연구해보기로 합시다.
박인규 / 그럼 ....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ㅡㅡ^~
기원섭 / 그렇게 의형제 하나 맺어진 겁니다. 서울 와서 기념주 한 잔 합시다. 선달이 우리 집사람 같이 한 자리에서...서울 서초동에서 보입시데이...날 좀 잡으이소~~~
박인규 / 형님께서 통보해주시면 서울로 곧장 쏘겠습니다..
기원섭 / 쇠뿔은 단김에 빼라고 했지요...이번 주 일요일 저녁이나...아니면 다음 주 초인 월요일 화요일... 일단 그 세 날 중에서 선택 한 번 해보세요...
박인규 / 유월 둘째날(화요일)이 어떠십니까..?
기원섭 / 이번 주 일요일은 아내가 문경을 가게 되어 있어요...나는 그날 서울 근교에서 골프를 치게 되어 있고, 그 일행들과 술을 한 잔 하게 되어 있는데...만약 날이 괜찮다면, 내가 일행들과 헤어져 문경으로 갈 수도 있어요....그 또한 참고 하시고...
박인규 / 아.. 네 알겠습니다.스케줄에 맞추겠습니다..!
기원섭 / 그러면 일요일 문경, 아니면 화요일 서울...둘 중에 하나 선택하세요.
박인규 / 형님께서 편하신 시간으로 정해주십시요.. 일욜에는 문경에서 경작중이라 아무때나 괜찮구요.. 화욜에는 가락동에 오전 업무가 있어 올라가는 날이기에 또한 괜찮습니다.
기원섭 / 오케이! 아내와 상의해서 연락할게요... 오늘 아침 대화는 여기까지 함세...//
내 그렇게 박인규 그 친구와 페이스북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알까기 골프’라는 제목의 골프조크를 담은 책을 펴내서 일약 서점가의 선풍적 인기몰이를 했던 화제의 인물 윤선달의 도움이 있었다.
다음은 그가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그 전문이다.
「모처럼 망중한을 즐기시네요. 나고야 몸성히 잘 다녀 오세요. 중간에 낙오하면 아니되지요. 누군가가 낙오야(?)라고 하니까요. 문경에서 군인올림픽 다음으로 화제거리를 몰고 올 청년을 소개합니다. 혹시, 페북친구 신청 오면 받아주세요. DGB금융지주 회장 겸하신는 박인규행장과 동명이인입니다. 한때는 농구코트에서 슈터로서 명성을 날린 분과도 동명이인!」
글 중에서 ‘낙오야(?)’라고 한 것은, 내가 3박 4일의 일정으로 일본 나고야로 여행을 하게 된 사실을 페이스북에서 챙겨보고, 잘 다녀오라는 뜻을 담아 비유한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여행 중임을 빤히 알면서도 서둘러서 페이스북을 통해 내게 박인규 그를 미리 공개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하고 그 소식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 참에 박인규 그로부터 오늘 이 아침에 페이스북으로 문자메시지가 수신되었고, 문자로 주고받은 그 대화 끝에 그렇게 일사천리로 의형제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20분 정도 이어진 문자메시지 대화였다.
그 대화에서 나는 그의 인간됨됨이를 전부 읽었다.
우선 열린 그 마음이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선뜻 나서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그 마음가짐, 그것이 곧 마음이 열려있다는 상징이었다.
그리고 찬란한 극복이었다.
누구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애플사과’라는 그 신 품종이 그냥 길거리 동전 줍듯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 숱한 땀과 눈물을 흘렸음이 틀림없을 것이고, 그 과정을 견뎌냈으니 그것은 찬란한 극복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열린 마음과 찬란한 극복, 내 모두 좋아하는 삶의 덕목들이다.
나로서는 박인규 그와 형이라 부르고 동생이라 부르는 그 인연이 감지덕지 할 수밖에 또 없다.
우리들 ‘햇비농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도움의 사연, 마치 앞 텃밭에 한 송이 피어오른 흑장미처럼, 아니면 보랏빛으로 무리지어 핀 창포 꽃처럼, 그 하나하나가 모두 곱고 아름다운 빛깔의 사연들일 것이다.
그리고 애플수박만큼이나 달콤할 것이다.
내 그래서, 그 인연을 이름 하여 ‘애플수박 의형제’라고 했다.
첫댓글 애플 수박... 하난 사 가지고 올꺼지 ??
두고 볼것이니 알아서 해라.
많이 사와도 된다. 구경좀 하자..... 아니 먹어보자.
그래야 나중에 사든지 하지... 맛도 안보고 어떻게 사냐 ???
더럽게 바쁘네. 어제 일본에서 왔다고 하더니 벌써 문경에 간거여 ???
이번 주말인 일요일에 가서 의형제 식을 할건데ᆢ
애플 수박 한번 보고싶다 뭐가 다른지
수박 맛좀 보여 달라고 하였더니 엉뚱한 소릴 하는구먼요.
일요일 의형제 맺는 의식이 수박 맛하고 다르잖아요.
나도 의형제 맺으면 애플 수박좀 주려나 ㅋㅋㅋㅋ
종태도 의형제 맺으려 가자... 아님 둘이서 어떻게 의형제 식을 하는지 보고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