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문학고을 주최 충청지부 주관 하반기 서천 문헌서원 호텔 한마음 워크숍 백일장
<수필 부문 금상작>
문헌서원에서 나에게 묻다 / 권성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문헌서원의 기와지붕 위로 빗줄기가 내려앉았다. 처마 아래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오래된 나무 기둥과 빈 마당 사이를 조용히 채웠다. 저마다 다른 방향에서 뻗어 나온 지붕들은 하나의 마당을 품고 있었다. 낯선 곳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비가 오는 날의 서원은 맑은 날과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햇살 아래에서는 건물의 윤곽이 먼저 보이겠지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이 먼저 느껴졌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람들과 이곳에 왔다. 살아온 곳도, 걸어온 길도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을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인연이란 참 묘하다. 평생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을 사람들이 어느 날 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나누게 되는 일이니 말이다.
나는 그동안 인연에 관한 글을 여러 번 썼다.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아쉬움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사람의 이야기로 썼다. 그런데 정작 그 인연들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깊이 물어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누군가에게는 무심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다치지 않으려고 물러선 순간, 상대에게는 그것이 외면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 좋은 인연을 바라왔으면서 정작 좋은 인연이 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돌아보게 된다.
마당에 비가 내린다.
지붕은 비를 막아 주지만 비가 내리는 일을 막지는 못한다. 모든 사람의 관계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대신 막아 줄 수는 없지만, 잠시 비를 피할 자리를 내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처마가 되어 준 적이 있었을까?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나는 다시 처마를 올려다본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뻗어 나온 지붕들이 한 마당을 품고 있다. 그 아래 서서 생각한다.
내가 지나온 인연들 가운데 누군가에게는 나 역시 비를 피할 작은 처마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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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선 수필가님의 좋은 글에 감흥이 일어 화답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마음에 쏙 드는 시노래를 제작해 주신 매니저님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번 수필을 읽으며 그 마음이 자연스레 시로 열렸습니다.
작은 처마의 노래
권성선 매니저님께 · 윤슬연 임화택
비 내리는 문헌서원
기와 끝에 맺힌 빗방울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마음들이 한자리에 모였네
누군가의 시에 선율을 얹고
누군가의 그리움에 노래를 입혀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
먼 곳까지 건네주신 분
작은 윤슬 하나에 빛을 주고
연꽃 향내 삶에 꽃을 피우고
그리움은 행복이 되어
소중한 인연에 닿아 시노래가 되었네
마음의 윤슬 반짝이는 밤
그리운 이의 가슴에 닿도록
보이지 않는 마음의 길 위에
꽃댕강나무 꽃으로
따뜻한 다리를 놓아주셨네
지붕은 비를 막아 주지만
내리는 비까지 막을 수 없듯
우리 서로의 아픔을 대신할 순 없어도
잠시 쉬어 갈 처마는 될 수 있겠지요
작가님이 건네주신 그 선율 아래
누군가는 그리움을 달래고
누군가는 오래 묻어 둔 마음을
조용히 꺼내어 안았으리라
문헌서원 처마에 내리던 비
그 빗소리 이제 노래가 되어
인연의 마당을 적시고 있네요
저도 작가님께 작은 처마 하나
마음으로 지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건네주신 고마운 선율
제 시노래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때마다
그 노래에 담긴 작가님의 마음도
함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