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글자와 함께 하는 여행기
글자 풍경이라니…
책 제목이 독특해서
눈길이 가던 책이란다.
책을 읽어보니
책제목 그대로 글자에 관한 책이란다.
글자와 함께
하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었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난 글자체에 관한 이야기가 한 가득 실려있단다.
언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글자체 그러니까
폰트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란다.
지은이는 유지원이라는
그래픽 디자이너 겸 대학교수신데,
아빠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분이란다.
저자 소개를
보니, 얼마 전에 김상욱 교수와 함께 책을 내신 그 분이 바로 이분이었구나.
지은이 유지원님이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본 여러 글자들에 관한 이야기란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무심히 지나쳤던 글자들이 이렇게 다양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길거리에 거닐면서
간판이나 교통표지판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글자를
다시 보게 되더구나.
그리고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더구나.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만난 글자 이야기와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담겨 있다 보니 그곳에 가고 싶게 만드는구나.
1. 글자 이야기
글자의 모양이
그 글자를 쓰는 사람들의 성향이 나타난다고 하는구나.
그 예로 이탈리아와
독일을 들었는데,
독일의 글자는
좁고 어둡고 뾰족한 반면에
이탈리아의 글자는
둥글고 넓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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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폭이 좁고 어둡고 뾰족한
독일의 글자들과 달리, 이탈리아의 글자들은 햇빛을 받아 몸을 활짝 폈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변화해 가는 풍광 그대로, 글자들의 풍경도 마치
검고 빽빽하며 수직성이 강한 침엽수의 숲이 점차 사라져 가면서, 둥글고 넓은 활엽수 잎들이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돋아나는 듯한 모습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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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네.
유럽 대륙에
있는 나라들 중에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가 없다고 말이야.
그랬나? 하나도 없단 말이야?
우리가 하도
영어, 영어 하니까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가 많다고 무의식으로 생각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많지 않구나.
유럽에서는 정말
영국만 영어를 쓰는 건가?
유럽 사람들은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 같더구나.
지은이가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영어로 문의를 했더니,
온통 프랑스어로
답변을 해주었다는 거야.
기분 나쁘다는
거지, 프랑스에 물어보면서 감히 영어로 물어본다고?
자존심 강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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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라이프치히에서 학위논문을
쓰던 시절에, 한번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자료를 청하는 문의를 영어로 써서 우편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얼마 후 우편함에 답신이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꺼내어 보니
답신과 자료들이 온통 프랑스어였다. 아시아식 이름에 독일 주소를 가진 지구상의 누군가가 고급 프랑스어를
번역없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일까, 그들은? 그때도
문득 깨달았다. 프랑스인에게든 독일인에게든 영어란 국제공용어이기 이전에 불편한 외국어일 뿐이란 사실을. 사람에게 그가 처한 지역과 그곳의 풍토, 언어, 공동체는 생각보다 깊숙이 개입한다. 세계화의 시대에도 지역의 실체는
공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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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시대에
온 세상의 모든 글자를 다 담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유니코드라는 것이 있단다.
지구상의 모든
글자 하나하나를 유일한 코드로 암호화하는 것이지…
한글의 한글자
하나하나 모두 유니코드화되어 있다고 하니 참 신기하구나.
새로운 글자를
발견되거나 만들어지면, 그것도 새로 유니코드로 바꾼다고 하니,
인터넷에 유니코드를
검색해봤더니,
세상에는 참
많은 글자들이 있더구나.
도대체 “ఘ” 이런 글자는 어떻게 읽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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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유니코드라는 체계에의 영감은 이런 시적인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다. 유니코드는
현재 13만 여개에 이르는 글자들을 포괄하고, 포함된 글자의
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유니코드의 모든 글자에는 16진법의
고유번호가 주어진다. 유니코드는 인류를 거쳐간, 알려진 모든
문자들을 포용하고자 한다. 사용인구가 소수라고, 심지어 더
이상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배제하는 법은 없다. 쐐기 문자에서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고 존재했던 모든 글자들이 지금도 유니코드의 자리들을 차곡차곡 채워 가며 바벨탑을 쌓아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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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글 폰트
우리 나라의
글자체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단다.
명조체, 고딕체, 궁서체를 비롯하여 수많은 글자체.
그리고 늘 새로운
글자체나 나오고 있단다.
그런 글자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만드는 한글의 폰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글자들을
디자인해야 할 텐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단다.
그리고 책이나
공식 인쇄물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명조체…
이건 언제 처음
시작 되었을까.
이 명조체의
최정호라는 분이 처음 설계했다고 하는구나.
그 전에 있던
궁체를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고 하는구나.
한 자 한 자
모눈종이에 적었다고 하는데 폰트를 만드는 일은
정말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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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명조체의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1916~1988)다. 최정호는 궁체 중 정체의 필법을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 즉
한글 글씨체인 궁체를 인쇄용 활자체인 명조체로 연결한 것이다. 20세기 중반, 최정호는 모눈종이에 한글 글자체들을 하나씩 설계해 나갔다. 이 설계용
도안을 활자 혹은 폰트의 ‘원도’라고 한다. 최정호는 명조체의 원도를 설계하려면 붓글씨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를 써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명조체는 궁극적으로 인쇄용 글자다운 면모를 가져야 하므로 서예와 달리 더 체계적이고 고른 모양새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따라서 작은 크기로 긴 텍스크에 적용해도 충분히 잘 읽히도록 명조체는
궁체보다 속공간을 크게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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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문서편집기에도 많은 폰트가 있단다.
어떤 폰트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폰트도 있어.
핸드폰에도 다양한
글자 폰트가 있단다.
다른 사람들의
핸드폰을 가끔 보면 독특한 폰트로 설정해서 쓰는 사람이 있더구나.
아빠는 몇 년
전부터 새로 출현한 ‘맑은 고딕’이라는 폰트가 맘에 들더구나.
꽤 사용했는데도
잘 질리지 않고 말이지.
이 자리를 빌어서
맑은 고딕을 디자인한 분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ㅎㅎ
…
너희들도 앞으로
많은 글을 쓰게 되겠지.
손으로 직접
쓰는 글도 있을 테고,
디지털 기기로
쓰는 글도 있을 테고…
그런 글을 너희들이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아빠는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런 저런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쓰고 싶어지더구나.
핑계 같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생각만큼 많이 쓰지는 못하지만 말이야.
연필로 한 자
한 자 쓰고 정성스레 글을 쓰고 싶지만,
컴퓨터로 따닥따닥
두들기는 것이 전부구나.
아무래도 아빠가
글을 자꾸 쓰고 싶은 것은
점점 그리움이
쌓여서 그런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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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순우리말 ‘글’과 ‘그림’은 어원이 같다. ‘긋다’에서
왔다고도 하지만, ‘긁다’에서 왔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글과 그림은 그 자리에 부재하는 화자, 소리, 대상이 흔적으로 남은 것이다. 부재하는 것들은 그리움을 일으킨다. 흔적과 자국이 마음에 남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부른다. 그리움도 글과 그림과 어원이 같다. ‘글’도 ‘그림’도 본질적으로 부재하는 무언가와 더 잘 연결되고 싶고 더 잘 소통하고 싶은 ‘그리움’을 동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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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국민학교 4학년 때였다.
책의 끝 문장
: 자국으로 남겨지고, 그리움으로 그려지고, 기억으로 새겨지고,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살아남아 생명처럼
생생한 심상과 이야기를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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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글자
풍경
지은이 : 유지원
펴낸곳 : 을유문화사
페이지 : 300 page
책무게 : 486 g
펴낸날 : 2019년
01월 30일
책정가 : 15,000원
읽은날 : 2020.06.25~2020.06.27
글쓴날 : 2020.07.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