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플라워> 이소연 지음, 창비
삶의 경험 속 풍경들이 시로 나타나는 모습이 좋다.
이소연 시인의 시는 지나치게 어렵지 않으면서 독자에게 자신을 개방하며 따뜻하게 다가간다.
맨 마지막 시의 말 '나를 가족을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삶 / 그런 게 시인가 한다.'는 말과 가까운 시들이다.
한편 이소연 시인은 페미니스트 시인으로서도 눈여겨보게 된다.
이 시집에서는 코번트리 성주의 코번트리 부인을 시인의 페르소나로 내세워
세상의 고통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여성의 모습을 살려내고 있다.
또한 다른 예술가들이나 하는 협업과 도봉구 등 지역의 기획들, 쓰레기 시낭송회 같은 것은
페미니스트로서의 자의식과 현실참여가 시와 함께 자연스럽게 꽃피는 모습이라 신뢰가 간다.
또 한편 함석헌기념관이나 방학동 은행나무, 북서울미술관, 도깨비 시장 등 내가 살던 곳의 풍경들이
시에 나타나서 반갑기 그지 없다.
'응답하라 1988'을 보며 내가 살던 쌍문동 우리 동네 이야기 같아 놀랐던 기억과 같다.
황동혁 감독이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의 그 황동혁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고,
나 스스로의 무감각에 놀라기도 했지만, 우리의 유년기 골목인 강북의 이야기들이 이렇게
다양한 장르로 등장하는 것은 역시 반가운 일이다.
지나치게 어려운 시들이 많은 때에 현실과 밀착해 함께 숨쉬는 시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차례 =
제1부•수건은 시간을 옮긴다
우리 집 수건
사슴뿔 자르기
콜리플라워
관람
집 옮기기
모른 척하기
버렸다, 불 질러 버렸다
코번트리 부인
휴 그랜트의 아내 코번트리 부인이 퓰리처상을 받았다
저 꽃은 저물 무렵
연필선인장 키우기
보석감정사
애덤
돌려세우기
제2부•후회는 인간을 통해 말하고 싶어 한다
기부
블루베리를 씻어 요구르트에 섞어 먹는 아침
사람 없는 그림을 보다가
나는 걷는다
밤에 먹는 사과
코번트리 부인이 앙코르와트에서 가져오지 못한 것들 1
죽도록, 중랑천
충실한 슬픔
경춘선 숲길
듣는 동안
앨리스의 상자
침묵도 입술을 연다
머그컵
제3부•새로운 이끼
내 안에 누가 있다
경건한 그림자
변명
해몽
음력의 가계
양서류적인 코번트리 부인
완벽한 이야기 1
완벽한 이야기 2
도깨비시장 그리기
오목놀이
푸른빛의 말
창 속의 내가 나를 보는 오후
제4부•맺히는 것들이 모두 비상구로 보여
거울의 방
숲의 마감
옮겨 앉을 준비
코번트리 부인이 앙코르와트에서 가져오지 못한 것들 2
혼자
코번트리 부인의 튤립 한송이
작게, 굽은 등을 하고
새들의 안부를 묻는 아무
서진이의 하굣길
집
보풀
해설|김태선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