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중 일 FTA'를 체결하면...
'NAFTA'는 모든 회원국이 역내의 관세 철폐를 포함하여, 역외 공동관세 및 단일 통화 도입을 통해 경제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EU의 경제공동체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 모든 회원국에게 최혜국대우를 보장해 주는 다자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세계 무역기구이다.
'FTA'는 양자주의 및 지역주의적인 특혜무역체제로, 회원국에만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한다. 시장이 크게 확대되어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의 수출과 투자가 촉진되고 동시에 무역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협정대상국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산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도널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상호관세 부과가 '한 중 일 자유무역협정(FTA)논의'라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 중 일 FTA는 2019년 이후 협상이 중단되었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3국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 정치적 갈등, 국민정서 등으로 최종 타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맞서 한국이 '미국 없는 경제'를 구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한중일 FTA 협상 재개 추진 합의
9일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왕원타오 상무부장, 일본 무토요지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3차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한 중 일 FTA'협상 재개 추진에 합의 했다.
3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회복과 3국간 교역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3국 경제장관 회의는 2019년 12월 이후 5년여 만이다. 3국 간 장관회담이 중단됐던 것은 상호 간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한령을 내렸고, 이에 따른 우리 국민의 반중정서도 커졌다. 일본과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독도, 위안부 등에서 갈등이 계속됐다.
○ 미국 트럼프 정부 대항마로 등장
이러한 갈등에도 3국이 다시 모인 것은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중 일 FTA라는 경제블록화에 성공한다면 유럽연합(EU)을 넘어서는 거대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한국 중국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합산하면 23조7203억달러로, EU의 명목 GDP 약 18조6000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WTO 기준 지난해 1~9월 수출 상위 10대 국가에 3개국 모두 포함됐다는 점에서도 한중일 FTA(1위 중국, 5위 일본, 6위 한국)의 의미는 크다. 미국의 전방위 관세 위협에서 벗어나 안정적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 2016년 이후 3국간 경제적 이해관계로 무산
3국 간 FTA 논의가 무산된 또 다른 이유로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2016년 10차 협상까지 진행했고, 당시에는 협정 범위와 개방 수준까지 논의했지만 한 중 일은 모두 제조업 강국으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핵심 수출산업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협상에 걸림돌이 됐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산업에서 열위에 있었던 만큼 일본과의 FTA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의 FTA 체결 당시에도 중국산 농산물의 무관세 유입에 우리나라는 소극적이었다. 섣부른 계약이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후 1기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것도 한 중 일 FTA 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국과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국을 우방으로 여겨왔기에 한 중 일 FTA 추진과 관련, 미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논의는 미뤄졌다.
○ '한 중 일 FTA'에 엇갈린 의견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중일 FTA에 대한 부정적 긍정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정적으로는 한중일 간 이해관계나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한 중 일 FTA는 결코 체결할 수 없는 목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겨 있으며, 미국 한국 일본 간 동맹의 결속을 약화하려는 '쐐기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긍정적으로는 미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일종의 지렛대로 FTA 논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된다. 쉽게 뭉치기 어려운 한 중 일이 FTA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과의 향후 무역협상에서 긍정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2020년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한 중 일 모두가 가입돼 있는 만큼 과거와 달리 FTA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한 중 일' 협력방안 모색할 때
전문가는 "한국보다 더 친미 성향이 강한 일본조차 한 중 일 FTA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지금은 미국이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에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인 만큼 한중일 3국이 전략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