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세계는 누가 혼자 많이 본다고 다른 사람이 덜 보게 되거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인기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즐기고 사랑하면서 더 빛이 날 수 있다. 혼자 보는 것이 아니기에 더 아끼고 질서를 지켜야 한다. 갈고 닦아야 빛이 나듯이 보고 또 보아야 똑바로 보인다. 작은 풀 한 포기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꽃이라고 하찮은 것이 아니다. 그냥 쉽게 꽃이 피는 것이 아니다. 이른 봄부터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 작은 나무는 작은 나무대로 바동거리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가물면 가물세라 장마철은 장마질세라 거센 바람의 시달림도 만만치 않다. 길가에 작은 풀은 까닭 없이 자주 짓밟힌다. 그래도 당연한 듯 망설임 없이 눈치껏 발딱발딱 일어서야 한다. 자연의 세계는 보상도 없고 이웃 걱정할 여력도 없고 누가 와서 부축할 수도 없다. 스스로 딛고 일어서야 한다. 자연의 세계라고 평화롭기만 한 것 같아도 냉정하다. 모든 것을 각자 해결해야 한다. 벌레가 날아와도 거절하지 못한다. 운명이고 숙명인 것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향기를 뿜는 것은 내 존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꿀을 찾는 벌 나비를 유인해 묻어있는 꽃가루로 수정하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꿀을 주며 수정을 할 수 있으니 자연도 공짜가 없는 셈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윈윈 하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이 어울려 빚어내는 신선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라 할 것이다. 일방적이 아니므로 나름대로 떳떳하면서 얄밉지 않고 생존을 위해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심술궂은 바람이지만 꽃가루가 휘날려 수정되기도 한다. 바람이 모처럼 꼭 필요한 일을 도와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봄철 개화기에 과수원은 벌 나비가 없어 수정이 안 된다고 인공수정을 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바쁘고 일손이 부족한데 안쓰럽고 답답하게 한다. 넝쿨에 씨방이 있는 호박꽃이 암꽃인데 제때 벌 나비가 찾아오지 않아 수꽃의 꽃가루를 만나지 못하면 호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