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 머리에
노무현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우리 헌법을 개헌해야 한다며 대통령 4년중임제 개헌을 제의하고 머지 않아 국회에 개헌안 발의를 예고했다. 실제 학계와 언론계를 중심으로 대통령 단임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중임제 개헌에 대하여 여러 차례 논의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국회 선진헌법연구회 회장으로서, 노대통령의 말 대로 지난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명숙 총리를 상대로 현 정권의 개헌시도의 문제점을 집중 질의한 당사자로서, 대통령 선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이 시기에, 그것도 개헌을 실제로 추진해야 할 여당이 지리멸렬한 이 시점에, 대통령이 개헌을 제의하며 근거로 제시한 부분에 대한 허구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레임덕 방지를 위해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허구성
- 현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은 시스템의 문제라기 보다, 노대통령의 무능과 참여정부 구성원의 무능 부패에 기인한 것.
흔히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으로 단임제 대통령의 필연적 한계로서 레임덕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한다고 레임덕 문제가 사라지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해서 시행한다고 하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 1차 임기 4년 동안은 재선을 하기 위해 온갖 포퓰리즘적 정책이 만연하고 국가 재정을 거덜내려 할지 모른다.
현재 중임이 불가능한 노무현 대통령이 만약 중임이 가능하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보다 선동정치로 국민은 치를 떨어야 할 것이다.
군복무단축, 남북정상회담, 복지정책을 가장한 표심잡기 정책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부작용이 4년 내내 광풍처럼 몰아닥칠 것이다.
그리고 재선에 성공한 2기 임기 동안은 어떻게 되는가? 이것은 또 한번 4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시작되는 것이니 만일 시스템으로 레임덕이 시작되는 것이라면 그때부터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 아닌가?
결국 제도를 아무리 고쳐봤자, 노무현 대통령처럼 무능한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레임덕은 마찬가지이다.
혹자는 그렇게 말한다. 어쨌든 4년을 시켜보고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니냐고...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구조상 현직 대통령이 출마하여 선거운동을 해 대면 그 부작용이 어떨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떨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중임을 허용한다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레임덕 방지는 유능한 대통령이 선출되어 국민의 다양한 지지를 모아서 임기내내 안정적으로 국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마감하여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지 제도로써 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학자들은 굳이 레임덕을 막는 제도를 도입하려면 내각제 개헌을 해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3.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를 위한 개헌주장의 허구성
실제 학계를 중심으로 그간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거듭되는 선거를 줄여보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하여 나도 나름대로 상당부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면 필연적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이 국회에서도 압승을 하게 되고 결국 거의 대부분 여대야소 국회가 되어 국회의 견제기능이 상실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소야대가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여대야소도 무조건 바람직 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의회의 구성은 다양한 국민적 의사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대선과 총선을 함께 실시하면 총선은 온통 대선바람에 묻히고 결국 대선에 이기는 정당만이 살아남는 결과와 지역대결의 극단적 결과를 함께 초래하는 부작용도 있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 의회는 대통령 선거의 중간선거로 2년에 한번씩 의원선거를 실시하고 있으며, 상원의 경우 2년마다 3분의 1씩 선거를 하게 하여 일시적인 민심의 쏠림현상이 의회구성을 좌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선거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그 비용조차 만만치 않은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선거가 반드시 나쁜 것인가? 만일 노무현 정권을 상대로 하는 재보궐선거의 민심의 경고가 없었다면 오늘날 노무현 정권이 어떤 정치를 했을 것인가 상상해 보라.
4. 불가능한 개헌주장을 하는 이유,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허구성
헌법개정이 이루어지려면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의 의석분포로 보아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개헌이 이루어질 수 없다.
실제 한나라당은 이번 정권에서의 개헌은 반대한다는 당론을 수차에 걸쳐 공표한 바 있으며 이를 바꿀 가능성도 전혀 없다. 결국 개헌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되지도 않을 개헌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온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개헌을 주장해서 대선에 이르는 판을 흔들어 보자는 속셈임을...
아마 노무현 대통령은 머지 않아 개헌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향해 ‘국가 장래를 생각하지 않고 집권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수구반동세력’이라며 맹공을 퍼부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분의 속셈은 이미 국민들이 간파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5. 잠을 덜 깬 국민을 상대로 날벼락 개헌제의, 정치선전의 극치
개헌을 하려면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해야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에 대하여 개헌논의를 제의하거나 개헌을 위한 설득노력을 전혀 시도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아침잠에서 깨어난 국민을 향해 긴급 회견을 자처하여 개헌을 주장했다. 날벼락처럼........
개헌할 의지가 있으면 그렇게 했을까? 이는 오로지 선전용 개헌제의에 불과하다.
개헌선전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것은 대통령께서 아직까지도 국정을, 정치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 서서 잔여임기를 지속해 가겠다는 의지와 힘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한다.
결국 국민의 고달픈 삶과 희망은 그 어디에도 안중에 남아있지 않는 정치게임의 극치인 것이다.
6. 民無信不立
모름지기 정치는 국민의 신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정치재주꾼의 잔재주로서 국민의 민심을 도둑질해가려 해서는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온 국민을 바다이야기에 헤메게 하다가 얼마전에는 평화의 바다로 헷갈리게 하더니 이젠 아예 '개헌의 바다'로 온 국민을 밀어넣어 허우적거리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은 그런 류의 잔재주에 신물이 나 있다.
김재원 의원
2007.1.9
(이 글은 www.cyworld.com/go2020 게시판에 원문이 실려있습니다.)
첫댓글 김재원 의원님의 논리 정연한 글 잘 읽었습니다.. 동감 입니다...이글 올리신 쥬리안느 님 고맙습니다... 근혜님 화이팅 대한민국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