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이 만드는 부채의 종말
필자 김영익은 증권맨으로 유명인이다. 하나증권 부사장과 대신증권 리써치센터장 하나금융연구소 대표이사 등을 지냈고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그의 책은 이번이 3번째 읽는다. 기술혁명은 왜 반복해서 금융위기로 이어지는가? 이 의문을 그는 서술한다. 기술혁명은 언제나 인류의 진보를 상징해 왔다, 증기기관은 거리를 단축했고, 철도는 대륙을 연결했으며, 전기는 밤을 낮처럼 바꾸었다. 인터넷은 정보를 민주화했고, 스마트폰은 인간의 시간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은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기술혁명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며,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혁명은 다른 현상을 동반했다. 그것은 자산의 팽창이며, 자산 가격의 급등이고, 결국 신용의 위기다. 기대가 강할수록 자본은 더 빨리 움직이고, 자본이 움직일수록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 순환은 일정 시점까지는 번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항상 균열의 씨앗이 숨어있다.
19세기 철도 혁명은 산업화를 가속했고, 물류비를 혁명적으로 낮추었다. 도시는 확장되었고, 원자재와 상품은 전례 없는 속도로 이동했다. 그러나 철도 건설에는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했고, 채권을 대량 발행해서 충당했다. 투기적 자본도 경쟁적으로 투입되었다. 노선은 수요보다 빠르게 건설되고, 기대는 현실을 앞질렀다. 1873년 금융위기가 초래되고, 철도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투자자는 사라졌다. 1920년대의 전기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1929년 대공항의 붕괴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신용의 과잉이었다. 대공항은 가격 조정이 아니라 통화와 신뢰의 붕괴였다. 1990년대 인터넷 역시 혁명이었다. 웹은 세계를 연결했고, 정보의 이동 비용은 급격히 하락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그러나 자본은 수익보다 속도를 좇았다. 방문자 수와 크릭 수는 이익보다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가 급등했다. 그러나 2000년 들어 주요 지수가 80%까지 급락했다. 인터넷은 남았지만, 과도한 기대는 사라졌다.
역사는 반복해서 경고한다. 혁명은 상승을 만든다. 상승은 신용을 부른다. 신용은 가격을 밀어 올린다. 그리고 일정 지점에서, 신용은 한계를 드러낸다. 이 책은 기술을 부정하지 않는다. 기술이 얼마나 강력한지 인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묻는다. 지금 또 하나의 기술혁명 속에서 또 하나의 신용 확장을 목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술혁명은 인류를 진보시킨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그 진보의 속도를 시험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번에는 정말 다른가? 아니면 또 다른 반복인가? 필자는 묻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품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거품은 꺼져야 알 수 있다. 거품의 진단에는 명확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마다 자산에 기대하는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미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 경제주체는 자기가 추정하는 가격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레이 달리오’의 일곱 가지 기준이 있다. 1) 가격이 전통적 척도에 비해 높은가? 2) 가격이 미래의 이익을 과대평가하고 있는가? 3) 투자자들이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가? 4) 투자가 혹은 기업이 미래를 과다하게 구매하고 있는가? 5) 시장에 신규 참여자가 증가하고 있는가? 6) 시장에 낙관적 분위기가 팽배한가? 7) 통화정책 긴축 리스크가 거품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가? 이다.
레버리지는 더 많은 투자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레버리지에는 대칭성이 없다.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줄어들고 마진콜이 발생한다. 마진콜은 선택이 아니다. 강제 청산이다. 청산은 매도 물량을 증가시키고 매도는 가격을 더 많이 떨어뜨린다. 하락은 또 다른 마진콜을 부른다. 상승기에는 보이지 않던 구조가 하락기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작동한다. 은행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다. 통화를 창출하는 기관이다. 은행이 파산한다는 것은 단지 기업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예금이라는 통화가 함께 증발한다는 의미다. 1930년대 공황 때 9,000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다. 이는 단순한 금융위기가 아니었다. 이는 신용 체계의 붕괴였고, 통화 체계의 한계가 드러난 사건이었다. 결국 미국은 1933년 사실상 금본위제를 포기한 것이다. 위기는 통화 체제의 전환으로 마무리되었다. 큰 교훈을 남겼다. ‘가격보다 무서운 것은 신용이고, 신용 붕괴보다 무서운 깊은 것은 통화 수축이다.’
2000년 3월 10일 나스닥 지수는 5,048을 정점으로 2002년 10월 9일에는 1,114로 무려 77.9% 하락했다. 흥미롭게 위기가 은행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거품은 컸지만 금융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키는 구조는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레버리지가 낮았다. 가계와 은행의 부채 구조는 2008년과 달리 과도하지 않았다. 법정화폐 체제하에서 연준은 통화 공급을 유지하고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다. 나스닥이 80% 하락했지만, 금융 시스템은 유지되었다. 2000년은 시장이 스스로 기대를 수정한 사건이고 1929년 공황은 금융 구조 자체가 붕괴한 사건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기(저신용자 주택 담보 대출) 사건은 신용이 멈추는 순간. 체제가 흔들림을 보인 사건이다. 서브프라임은 도화선이었지만, 폭발을 일으킨 것은 신용 네트워크의 동시적 붕괴였다. 주택 가격 하락은 촉매였고, 시스템을 마비시킨 것은 신뢰의 정지였다. 금융 시스템은 가격 위에 세워져 있지 않다. 그것은 신용 위에 세워져 있다. 가격은 흔들려도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신용이 멈추면 순환이 멈춘다. 2008년은 바로 그 순환이 멈춘 순간이었다. 금리는 단순한 경기 조절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산 가격의 할인율이며, 위험 인식의 기준점이다. 할인율이 낮으면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는 상승한다. 자산 가격은 구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는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는 투자자와 금융기관 모두에게 위험 자산으로의 이동을 합리적 선택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수익률 추구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제도화된 구조가 되었다. 2000~2006년 미국 20대 도시 주택 가격은 104% 상승했다. 이는 자산가 상승이 아니라, 주택은 신용 창출의 담보였고, 가격 상승은 차입 확대의 정당성이었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가계의 순자산이 늘어난다. 순자산 증가는 추가 차입 여력을 만든다. 차입은 소비와 투자를 확대한다. 이는 다시 경제 성장과 자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 과정이 자기 강화적이다.
2000년 닷컴 버불 붕괴는 다른 통화 체제에서 발생했다. 이미 세계 경제는 금본위제를 버리고 법정화폐 체제로 전환한 상태였다. 법정화폐 체제에서는 통화 공급이 금 보유량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다. 중앙은행은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대표 정책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와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확대이다. 양적완화는 돈을 찍어 국채를 사들이는 것으로 연준의 자산이 2007년 8,907억 달러에서 2014년에 4조 4,977억 달러로 풀었다. 이 정책으로 금융 시스템 붕괴를 피했다. 금융위기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자산 가격의 거품이 아니라 통화 체제의 유연성이다. 금본위제였다면 위기에 대응할 정책 수단이 제한된다. 그 결과 금융위기는 통화 수축과 디플레이션을 통해 경제 전체를 붕괴시키는 대공황으로 확대되었다. 금융위기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는가가 아니라, 왜 떨어졌는가이다. 주식시장 폭락은 위기의 결과일 뿐이며, 위기의 원인은 항상 신용 구조와 통화 체제에 존재한다. 1929년 공황 시는 신용시장의 붕괴가 위기의 핵심이었다. 당시에는 예금보험 제도 FDIC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이 위험해 보이면 예금자들이 대규모로 돈을 찾아가는 뱅크런이 발생했다.
레버리지의 심리학; 왜 인간은 반복해서 과신하는가? 위기는 숫자 이전에 심리다. 버불은 하나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번에는 다르다“이다. 행동경제학은 합리적 존재라는 전통 경제학의 가정을 흔든다. 투자자는 모든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믿음과 경험을 중심으로 세계를 해석한다. 특히 과신과 확증 편향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만, 그 믿음과 충돌하는 정보는 쉽게 무시한다. 이 두 편향이 합쳐지면 시장에는 하나의 자기 강화적 순환이 형성된다. 가격 상승은 투자자의 확신을 강화하고, 강화된 확신은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며, 그 투자는 다시 가격 상승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회의론은 사라진다. 회의적인 목소리는 비관주의로 치부되고, 낙관은 점차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버블은 무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확신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미래를 믿기 시작할 때, 시장은 그 믿음을 가격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믿음이 충분히 강해지면, 가격은 현실보다 앞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격이 상승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라 필자는 주장한다.
2026.07.06.
AI 버블이 만드는 부채의 종말
김영익 지음
한스미디어 간행
첫댓글
올려주신 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주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