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반전의 맛이 아닐까?
선친 요절, 모친 개가(改嫁)로 세상에 던져졌다. 13세부터 33세까지 짜장면 배달원을 시작으로 공군부대 문관, 자동차 정비, 전기기사, 철공소, 신문배달, 모터수리, 전자제품판매, 가스기사, 볼링장 기계기사, 운전학원 강사, 덤프차기사, 트레일러기사, 지게차기사, 레커차기사, 공인중개사, 북아프리카 노동자, 검정고시학원 강사, 도시가스설계, 고압가스 충전소, 주유기 수리기사, 주유소 건설, 페인트칠, 도배장판, 심야온돌공사 업체 등에 종사하면서 다수의 자격증과 면허증을 취득하여 삶의 기반을 마련했다.
33세 때, 수원시청에 기능직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공무원으로 생활했지만 기죽지 않고 떳떳하게 활동했다. 공직 생활하는 동안, 학문을 병행했다. 검정고시를 통해 성균관대학에 진학해 3년 조기 졸업했다. 이후 석사를 4개(문학2, 정치학, 사회복지학), 박사를 2개(철학, 문화정보학) 취득했다. 총 27년 간 공직에 종사하는 동안, 공무원노동운동을 병행(18년 종사)하면서 노조위원장을 6선(13년)했다. 아울러 경기대학교와 장안대학교, 수원대학교 등에서 17년째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14년 전, 노조위원장 출마했을 당시 에피소드가 있다. 조직이나 인지도 면에서 상대후보에 비해 속된말로 게임이 안 됐다. 오로지 시민들께 행정서비스를 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기본권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좌우간 나는 조각배로, 상대는 항공모함으로 불릴 만큼 어마무시한 존재였다. 즉 조각배와 항공모함의 대결로 불린 것이다. 온갖 사연이 있지만, 결국 51% 對 49%로 역전승했다. 당시 공무원노동계에선 ‘조각배가 항공모함을 침몰시킨’ 대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잊지 않는 신조(信條)가 있다. ‘무엇이 되었냐?’가 아닌 ‘어떻게 살았냐?’를 중시한다. 지난 해 수원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잊지 않은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시민들을 살려내고, 시민들을 편안하게 하자는 게 그것이다. 인지도를 위해 출마선언과 출판기념회를 소박하게 했다. 출마기자회견장엔 1명의 기자가 왔고, 출판기념회엔 250명이 다녀갔다. 폭망했는 줄 알았는데, 어마무시하게 남았다. 견물생심이라고, 마음 변할까 싶어 수익금 전액(614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후다닥 기부했다.
아무튼 ‘어떻게 살았냐’를 잊지 않고 살고 있다. 시민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선 가능한 빚을 지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다. 지금 각 후보들의 선거사무소를 보라. 규모에 놀라고 종사하는 이들의 규모에 또 놀란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마무시한 출판기념회, 선거사무실 개소식, 후원회 사무실 개소식 등의 이름으로 시민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말이 도움이지, 처음부터 시민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짓들이다. 한마디로 빚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고도 정치가 깨끗해지길 바라는 건 연목구어다.
출마선언하면서 모두가 시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마무시한 빚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당선되면 어떤 형태로든 빚을 갚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 논공행상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대체로 부정과 불평등이 만연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다. 무엇이 되기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건 자칫 도둑질을 해서 덕(德)을 쌓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닌 의지의 문제다. 남들은 그렇더라도 ‘나는 절제하는 소신이 필요’한 이유다.
여하튼 세상살이가 재밌는 것은 반전의 맛이 아닐까 싶다. 강원도 산골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아무 것도 없었다. “야! 이 새끼야”에서 “해영아”로 불리고, “해영아”에서 “김기사”, “김해영씨”, “김과장”, “김사장”, “김주사”, “김지부장”, “김위원장”, “김소장”, “김교수”, “김후보”로 호칭이 이어져오고 있다. 사리사욕(私利私慾)없이 소박함을 잊지 않은 결과라 믿는다. 이렇게 행복한 삶이 또 어디 있을까? 이렇게 세상을 개척해서 사는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면 더 즐겁고 행복하고 재미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곧 잘 착각한다. 100년도 살기 어려움에도 영원한 삶을 기획한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금방 늙는다. 귀(貴)한 사람이나 천(賤)한 사람이나 한 끗 차이다. 귀하다고 까불면 금방 천한 사람이 되고, 천한 사람도 면모를 일신하면 곧 귀한 사람으로 변모된다. 잘났다고 느낄 때 부족한 사람을 이끌어주면 더불어 행복해진다. 누구나 때 되면 늙고, 병들어 죽는다.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살면 그만이다. ‘무엇이 되었냐’가 아닌 ‘어떻게 살았냐’를 상기하면서 말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 존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