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사순 시기가 막바지에 이른 느낌입니다.
봄이 얼마나 빠르게 오고 있는지 실감하면서
부활 축제가 그만큼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벌써 봄꽃들이 피어났습니다.
매화, 산수유 등이 피어나는 것보다
이름없는 작은 꽃들이 울타리 안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나고
냉이꽃도 피었습니다.
어제는 도라지를 캤습니다.
3년 묵은 도라지밭에서는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네요.
그래서 먹거나 (나누어 먹거나)
작은 뿌리들은 옮겨 심을 요량으로 캤는데요.
아주 곧게 잘 자랐습니다.
껍질을 벗겨 초고추장으로 양념을 해서 무쳐 먹기에 좋겠군요
.
장광(장독대) 옆 작은 꽃밭에 꽈리 씨를 뿌렸습니다.
올해에는 꽈리를 많이 키우고 싶습니다.
늦가을에 붉게 달린 꽈리들이 아름다울 것입니다.
지금 작은 방에는 부화기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한 번에 달걀 16개를 부화기에 넣었는데
올해에는 20개를 넣었습니다.
작년과 조금 다르게 4개 더 넣는 바람에
더 신경을 써서 체크해야 합니다.
이제 일 주일 지났으니
2주일 후면 병아리 삐약거리는 소리를 듣겠지요
.
텃밭 대신 정원을 만들 생각으로
올해는 나무를 몇 그루 심었습니다.
보리수 두 그루와
대추나무, 체리나무 한 그루씩 심었습니다.
아줌마는 채마밭을 더 좋아하고
나는 아기자기 나무들이 모여 사는 정원을 더 좋아합니다.
아줌마는 오늘도 내가 출근하는 기회에
시내에 나와 대파씨, 아욱, 쑥갓 씨 등을 사가지고 들어간답니다.
아줌마의 농사 욕심은 못 말립니다.
진달네집에서 감자 심고 남았다니까
그걸 몽땅 가지고 와서 감자씨도 심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땅이 모자랄 것입니다.
지금도 심을 것이 많거든요.
홍화씨와 우엉씨,
생강과 토란과 울금은 어쩌려고 저리 욕심나게 심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지치기도 좀 했습니다.
그냥 멋대로 자라게 했더니 안 되겠어요.
그래서 잣나무, 매화나무, 철쭉, 수국, 가시오가피 등을 손질했습니다.
농사 이야기는 끝을 모릅니다.
이만 그쳐야겠습니다.
어제 성 요셉 대축일에 축하 메일과 메시지 많이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낮에는 동생 신부들이 와서 점심을 함께 하였습니다.
꿩탕이 맛있다고 해서 근처 가든에서 배 부르게 먹었습니다.
식후에는 고스돕도 한 판 벌렸는데
두 동생 신부가 축하금조로 넉넉히 잃어주었습니다.
실력이 대단하지요? 소위 정치고도리를 칠 정도니까요.
나는 하느님이 편들어 주시지 않으면
지갑이 아무리 두툼해도 금방 바닥이 날 겁니다.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구기일입니다.
누님에게서도 축하 전화가 왔습니다.
누님은 그 늦은 나이에도 본당 수녀로 나가는 것이 마냥 기쁜가 봅니다.
제주 고산 본당으로 다시 가게 되었답니다.
모쪼록 남은 사순 시기 경건하게 지내시고
기쁨과 활기 가득한 부활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주님 안에 잘 계시기를!
2015년 3월 20일
성 요셉 한국교회의 공동 수호자 축일 다음날
정요셉 신부
첫댓글 하느님이 편들어주지 않으면...이렇게 말씀하시는
겸손의 자리에 계신 신부님을 바라보며
나라는 인간은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