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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남녀] 18
S#1. 영지 방 / 밤
17부 엔딩 연결....
영구 : 그 사람은 집 나와서 어디서 산대?
영지 : 집을 나오다니?
영구 : 몰랐어? 부모랑 싸우고 집 나왔대. 오늘 그 집 어머니 다녀가셨어.
영지 : 정말이야?
S#2. 영지네 동네 / 밤
내리막길, 영지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간다. 영지, 뛰어가는 표정 위로.
영지(E)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예요. 우린 어울리지 않아요. 당신을 힘들게 하는게 사랑은 아니쟎아요. 우리 그만둬요.
나 때문에 준우씨가 힘든게 싫어요. 이제 편한 길로 가세요. 우리 헤어져요. 우리 이걸루 끝내요!
준우의 차가 세워진 곳. 준우 없다. 영지 둘러보는데 준우, 생수병 을 하나 들고 차로 오다가
준우 : 영지씨..
영지 : (숨차 헉헉) . . .
준우 : 왜 나왔어요? 나 보구 싶어서 왔구나.
영지 : . . . . .
준우 : 무슨 할말이 있어서 온거예요? (이마에 땀 닦아준다) 땀나요. 뛰어 왔나부네. 아니 코피까지 흘려놓구 왜 또 뛰고 그래요.
영지 : 준우씨....
준우 : (앉으며 등 내밀고) 엎혀요! 내가 집까지 올려다 줄게.
영지 : . . .
준우 : 영지씨, 어부바!
영지 : 우리요.... 우리 말이예요.....
준우 : .......(일어서서 눈 맞추면)
영지 : . . . . .우리 헤어지지 말아요.
준우 : (미소) 그 말을 할려구 여기까지 뛰어내려왔어요?
영지 : 네....
준우 : 잘했어요.
영지 : 나 한번만 안아주세요.
준우 : (영지 안아주는)
영지 : (준우 품에 안겨) 이제 좀 덜 무섭다.
준우 : 무섭긴 뭐가 무서워, 내가 있는데.
영지 : (준우 품에서 눈 감고)
준우 : 또 뛰어올꺼면 말하구. 내가 대신 뛰어오게.
영지 : 아뇨. 오늘은 이걸루 끝.
준우 : 그럼 잘 자요.... (영지 볼에 쪽!)
S#3. 영지네 동네 일각 / 밤
영지, 걸어 올라온다.
영지(E) : 아무도 모르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요. 오늘은 내가 준우씨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당신 마음속에도 내가 있다는 것,
이루어 질 것 같지 않은 꿈도 섣불리 깨진 않겠다는 것! 이것만 생각할래요.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최선을 다해요. 다행히 그 누구도 내일 일은 모르니까요.
영지, 미소.
S#4. 영지네 동네 / 아침
영지, 힘차게 뛰어 내려온다.
S#5. 수퍼마켓 앞 / 아침
영지, 씩씩하게 자전거에 물건 싣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밝게 인사하며.
영지 : 지금 출근하세요? 안녕히 다녀오세요.... 안녕하셨어요? 어제 배달 해 드린 쌀 맛있죠? 또 들르세요. . . .
메모체크하며.
영지 : 사이다 한 박스, 배추 하나, 파 한단.... 이건 305호. 빨래비누랑 락스....는 세화 유치원....
라면 한박스는 비디오 가게. 오케이! (수퍼 안에다 소리친다) 다녀오겠습니다!
영지, 자전거 페달 힘차게 밟으며 떠나고. 자전거에 스마일 표시 그려진 삼각 깃발, 펄럭인다.
S#6. 준우 사무실 / 아침
이른 아침. 창 밖으로 빛이 새 들어온다.
작은 담요 덮고 소파에서 추운 듯 웅크리고 자고 있는 준우. 감기가 오는지 기침 몇 번.
준우, 자다 가 몸을 뒤척하는데 소파 아래로 쿵 떨어진다.
준우 : . . . . . .
S#7. 아트센터 화장실 / 아침
세수하는 준우. 수건에 얼굴 닦다가 재채기를 몇 번. 에취.... 에취.....
양치질하는 준우. 화장실 칸안에서 물내리는 소리나고 직원 하나 신문을 들고 나온다.
준우 : 김과장님이셨군요... 누가 안에서 그렇게 애쓰나했네...
직원 : 왜 양치질을 여기서.....
준우 : 집에서 급하게 나오느라구요.... 깜빡 했어요.
S#8. 아파트 단지 / 아침
영지, 한 집에 물건 전해준다.
영지 : 사이다 한박스 배추 하나 파 한단....맞으시죠? 서비스로 맛있는 무설탕 캔디 한봉지 넣었거든요. 또 이용해 주세요.
영지, 뛰어내려와 자전거를 탄다.
S#9. 준우 사무실 / 아침
전기 면도기로 면도하는 준우. 면도하다가 기침 몇 번...
S#10. 아파트 단지 / 아침
영지, 자전거 타고 간다. 생각에 잠겨 있다.
영지 : . . . . . .
영구(E) : 그 사람은 집 나와서 어디서 산대?
영지(E) : 집을 나오다니?
영구(E) : 몰랐어? 부모랑 싸우고 집 나왔대. 오늘 그 집 어머니 다녀가셨어.
영지, 커브를 틀어 오던 방향과 다른 쪽으로 열심히 페달을 밟는 영지.
S#11. 아트센터 일각 / 낮
핸드폰을 귀에 대고 망을 보듯이 서 있는 영지. 주위를 살핀다.
(F) :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영지, 핸드폰을 내리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긴다.
S#12. 준우 사무실 / 낮
영지, 들어선다. 빈 사무실.
영지 : . . .준우씨.... 안 계세요?
영지, 들러본다. 한 쪽에 전기면도기, 포장 샌드위치 반 조각 남은 것, 칫솔 치약.... 편한 옷가지와 소파엔 담요.
영지 : . . . . . .
은희, 들어서다가 영지를 보고
은희 : 흣! 깜짝이야....
영지 : 안녕하셨어요?
은희 : 네, 안녕하세요.
영지 : 부원장님 어디계세요?
은희 : 큐레이터 미팅 들어가셨는데요. 두 시간 정도 걸리실 것 같아요.
영지 : 네에....
은희 : 미리 전화하고 오시지 그랬어요.
영지 : 요즘 부원장님 여기서 주무시나요?
S#13. 아트센터 일각 / 낮
전시장 안에서 내외국인 큐레이터 3~4명과 얘기중인 준우. 영지, 유리문 밖에서 준우를 바라보고 서 있다.
영지 : . . . . .
준미(E) : 스토커예요?
영지 : (깜짝 놀라) !!
준미 : 여기가 어디라구 와요, 오길.
영지 : ..........
준미 : 아버지 출근하셨어요. 얼른 가주세요.
영지 : (돌아서 가는데)
준미 : 유용하게 잘 쓰고 계신거죠? 오빠를 단념하겠다는 싸인으로 알아들었는데, 우리는.
영지 : . . . .(의아)...그게 무슨. . .??
준미 : (2층으로 시선) 헉! 아버지 나와요, 빨리 가세요. 빨리요.
영지 : (후다닥 달려나온다)
영지, 후다닥 나오며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S#14. 영지네 마당 / 낮
세숫대야에 물 떠놓고 가만히 앉아있는 영민.
영구,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영구 : 너 무슨 고민 있냐?
영민 : . . . 아니.
영구 :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영민 : 그냥.... 시험이 얼마 안남아서 그러지.
영구 : 하긴....
영민 : 오빠, 언니가 그 아저씨랑 잘 될까?
영구 : 모르지.... 부모랑 싸우고 집까지 나왔다는데... 잘 모르겄다.
영민 : 깨질 것 같지 않어? 가난한 여자랑 부잣집 도련님 연애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쉽지 않쟎아.
영구 : 기분 나뻐. 딱 까놓고 우리가 뭐가 부족하냐.
그 놈보다 돈 없구, 집안이랑 학벌 딸리고 키가 좀 작다는 것 빼곤 뭐가 부족해.
영민 : 다 부족하구만.
영구 : 아침부터 왜 자학을 하고 그래?
영민 : 어짜피 안될꺼면.....
영구 : 어짜피 안될꺼면 뭐?
영민 : . . . .아냐. . . .
S#15. 영지 방 / 낮
영민, 들어온다. 옷 속에서 흰 봉투 꺼낸다. 잠시 멈칫거리다가 영지의 노트북 위에 놓고 일어선다. 문으로 가다가 선다.
영민 : . . . . . (돌아본다. 흰 봉투). . . .
영민, 과감하게 문을 나서다가 다시 후다닥 들어온다.
영민 : 언니, 미안해! 나 딱 청바지 하나만 사 입을께! (봉투들고 나가고)
S#16. 은행 / 낮
영민, 번호표 들고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띵동~ 소리가 나면 창구로 간다.
영민 : (봉투에서 백만원짜리 수표를 한 장 꺼내) 현금으로 바꿔주세요.
행원 : 뒤에 이서하시구요,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영민 : 네.
백만원 다발을 받는 영민. 돈을 보고 놀란 눈, 침을 꿀떡 삼킨다.
S#17. 준우 사무실 / 낮
준우와 은희 들어온다.
준우 : 두달 동안 적자라고 부담을 주시니까 프레젠테이션 하는데도 괜히 긴장이 되더라구요.
은희 : 그래도 잘하셨어요.
준우 : (기침)
은희 : 감기 드셨어요?
준우 : 점심먹구 약 먹을려구요.
은희 : 참.... 아까 그 분 다녀가셨어요.... 머리를 똑 자르셨던데요.
준우 : 영지씨가 왔다갔어요?
은희 : 네. 여기서 지내시느냐고 묻더라구요.
준우 : . . . . . .
S#18. 수퍼마켓 앞 / 낮
영지, 앞에 놓인 차 트렁크에 라면박스와 음료수 실어주고 있다.
영지 : 감사합니다! 여행 잘 다녀오세요!
일식도시락 종이가방을 든 준우, 걸어온다.
준우 : 영지씨!
영지 : . . . . .
준우 : 점심 같이 먹을려구 왔어요!
파라솔에 앉아 생선초밥 도시락 먹는 두 사람. 영지, 말없이 먹고 있다.
준우 : 날도 쌀쌀한데 좀 궁상인가? 그래도 난 영지씨랑 같이 있으면 늘 봄날 같으니까.
영지 : 힘들게 왜 여기까지 와요?
준우 : .....아침에 다녀갔다면서요.
영지 : 네.
준우 : 나 요새 일이 많아서 잠깐 나와서 지내고 있어요.
영지 : . . . .아닌거 같은데요... 나 마음 아파요.
준우 : 마음이 아프긴 뭐가 아파요. 내가 뭐 노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 어디 이 세상 살겠어요?
든든한 남자친구를 믿어야지 말이야.
영지 : .......
준우 : 내 여자친구는 씩씩한게 기본인데.... 영지씨 지금 마이너스 10점이야.
영지 : 그래서 지금 맘 아픈데도 도시락 열심히 먹고 있쟎아요.
준우 : 영지씨! 전투에서 이기려면 말이예요, 전술이나 훈련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영지 : . . .
준우 : 투지예요, 투지. 싸우려는 의지! 사랑에서 중요한건 그럼 뭔지 알아요? 두 사람의 조건? 비슷한 취향? 아니예요.
같이 가고 싶은 마음, 그거 하나! 같이 있고 싶은 마음 하나면 돼요.
영지 : (미소) 알아요.
준우 : 아는 사람이 왜 약한 소리를 해요.
영지 : 미안!
준우 : 뽀뽀하까?
영지 : 미쳤어요, 동네에서?
영민, 걸어오다 두 사람 보고 멈칫. 준우, 영민을 본다.
준우 : 어? 저기 막내 영민씨 아녜요? 영민씨!
영민 : . . . .(도망갈까 하다가 걸어오는) 안녕하세요?
영지 : 넌 학원 안 갔어?
영민 : 오늘은. . . 오후에 시험만 보거든.
준우 : 점심 먹었어요? 안 먹었음 같이 먹지.
영민 : 먹었어요. 저 가볼께요.
준우 : 언제 영구씨랑 같이 저녁 한번 먹어요. 내가 맛난거 사줄께요.
영민 : 네.... 감사합니다. (후다닥 가고)
영지 : 쟤가 왜 저래.... 오늘 이상하네....
S#19. 아미 진료실 / 낮
아미, 핸드폰으로 통화중.
(F) : 전화기가 꺼져있어....
간호사, 챠트들고 들어온다.
간호사 : 상담 한분 계세요.
아미 : 수술 중에 나한테 전화 온거 없었어요?
간호사 : 네, 없었는데요.
아미 : . . .찾아왔던 사람도 없구요?
간호사 : 없구요.
아미 : . . . 알았어요. 상담하실 분 안내해주세요. 참, 오후엔 수술스케줄 없죠?
S#20. 시골 밭 / 낮
도경, 멍하니 앉아있다. 큰 형 최도삼, 오며 소리친다.
도삼 : 도경아!
도경 : 어, 형!
도삼 :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앉아있어.
도경 : ....왜 나왔어?
도삼 : 점심 먹으래, 엄니가.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
도삼 : 너 걸후렌드 있다며. 아버지가 그러시더라.
도경 : 없어. 아버지가 잘못 아신거야.
도삼 : 야, 튕기지 말고 소개해 니 걸후렌드.
도경 : 아 진짜 촌스럽게... 걸후렌드는 또 뭐냐.
도삼 : 아버지가 니 방에 붙은 사진 보셨다는데... 이쁘다며.
도경 : 이쁘지.... 너무 이쁘지.
도삼 : 한번 데리구 와봐라.
도경 : . . . 나 혼자 좋아했었는데 나랑 안 어울리는 사람이어서 관뒀어.
도삼 : 뭐가 안 어울리는데? 그 여자 형편이 그렇게 어려워?
도경 : 그 여자가 아니라 내가 딸린다구.
도삼 : (눈에 힘주며) 그 여자가 감히 너한테 뭐래? 뭐하는 여잔데 너를 깔봐? 자기가 무슨 의사 변호사라도 된대?
도경 : 형, 쌍꺼풀에 힘 좀 주지마. 부담스럽다, 진짜. (확 걸어가고)
도삼 : (따라가며) 야, 그래두 니가 서울간 뒤론 이 동네에서 내가 얼짱이야!
도경 : 집안 망신이다. 어디가서 그런 얘기 좀 하지마.
도삼 : (따라가며) 그 여자 뭐하는 여자냐니까.
도경 : (펄쩍) 아 그만 좀 물어! 자꾸 생각나게 하지 좀 말란말야.
S#21. 성월 사무실 / 낮
성월, 기타치고 있다.
성월 :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영구 : 그만 좀 해요, 그 노래. 지겨워 죽겠네.
성월 : (입을 때리며) 도경이 자식 때문에 입에 붙었네, 붙었어.
영구 : 도경이 형은 언제 온대요?
성월 : 정리 되는대로 오겠지.
아미, 들어온다.
영구 : 어? 아미선생님이 여긴 웬일이세요?
아미 : 지나던 길에 점심이나 같이 할까하구 들렀죠.
영구 : 이 시간에 진료 안하시구 이 근처를 왜 지나가시는데요?
성월 : 음.... 도경이가 또 텔레파시를 보낸 모양이네.
아미 : 아, 그러구보니 도경씨가 안보이네요.
영구 : 도경이형 시골에 내려갔어요.
아미 : 왜?
성월 : 사람들 앞에서 도경이를 와플스쿨인지 뭔지 출신이라고 했다면서요.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그 학교가겠다고 지금 시골 내려갔어요.
아미 : 시골집이 어딘데요?
성월 : 어딘지 알면 가게요? 관두시죠.
아미 : . . . .
성월 : 아미씨는 왜 그래요? 사람 갖고 노는 것도 아니구...
영구 : 사장님 왜 또 오바하구 이러실까.... 아니예요 선생님, 아버지가 좀 다치셨대서... (내려갔어요).....
성월 : (영구의 말 끓어) 사람의 마음을 왜 그렇게 아프게 합니까? 싫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고....
실력 있는 의사라는 분이 왜 남의 맘을 메스로 쩍쩍 갈라놔요.
아미 : ....
성월 : 댁 같이 머리좋은 사람이 눈치 못챘다면 말이 안돼죠. 얼마나 좋아하구 있는데.... 해줄껀 없고 아미씨는 너무 좋고...
그 마음 못 추스러서 쩔쩔매는 놈 앞에 대고 와플스쿨 같은 얘길해요? 이 얼굴만 이쁘고 못 돼먹은 양반아.
아미 : . . .점심은 다음에 먹어야겠군요. 실례했습니다. (나가는데)
영구 : 사장님 지금 무슨 짓을 한거예요.
성월 : . . . 그러게!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거지?
영구 : 도경이 형이 좋아해도 그건 두 사람간의 일이지...
성월 : 그 자식을 생각하니까 내가 열이 받아서.... 한마디만 더 해야겠다. (뛰어나가려는)
영구 : (잡으며) 왜 이래 진짜.
성월 : (뿌리치며) 놔, 이거.
S#22. 성월 사무실 복도 / 낮
아미, 우울한 얼굴로 걸어간다. 성월, 뛰어나와 뒤에서 소리친다.
성월 :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17번지. 최칠복씨댁 삼남 최도경!
아미 : . . . .(잠시 멈칫 서고)
성월 :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17번지!
아미 : . . . . (안 돌아보고 걸어간다)
S#23. 도로 / 낮
달리는 아미의 차.
아미 : 최도경 멍청한 놈. . . .
운전하는 아미.
도경(E) : 나 지금 시골집에서 땅 파다가, 목숨걸고 달려왔어. 당신이 또 얻어 터질까봐.
아미, 쌩한 표정으로 계속 운전만 하는데
도경(E) : 우회전 하겠습니다. . . .(우회전) 직진 하겠습니다. 2시 방향으로 못 생긴 남자 지나가니 눈길 주지 마십시오.
도경(E) : 당신, 딴 남자한테는 구조요청 못하쟎아. 특히 당신이 잘 보이고 싶은 김준우같은 사람한텐 죽었다깨도 못하쟎아.
쪽팔려서.
아미, 달려가다 순간 핸들을 틀어 방향을 바꾼다.
S#24. 시골 동네 / 낮
흙먼지 일으키며 달려오는 아미의 차.
멈춰서서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에게 묻는 아미. ‘안흥면 소사리 찾아가는데요....얼마나 가면 돼죠?’. . .
동네 일각, 아미 걸어온다. 칠복과 도삼, 흙 고르고 있다.
아미 : 실례합니다. 말씀 좀 여쭐께요.
도삼 : 여쭈십쇼.
아미 : 혹시 최도경씨 댁이 어딘지 아세요? 소사리 17번지라고 하던데.
칠복 : 우리 도경이는 왜?
아미 : 도경씨를 아세요?
도삼 : 우리 막내가 최도경인데.
아미 : (도삼에게) 도경씨 아버님 되세요?
도삼 : 아니 나는 도경이 큰 형이구, 아버님은 이쪽.
칠복 : 내가 도경이 애비되는 사람인데... 우리 이쁜 아가씨는 누군가?
도삼 : 아...혹시 도경이 걸후렌드?
칠복 : 아! 그러구 보니 벽에 붙은 그 사진일세 그랴.
S#25. 도경의 시골집 / 낮
빨간 고추가 널려있는 마당. 도경, 마당 한 켠에서 나무를 꺾어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 (아님 다른 일을 해도 좋고)
도경, 힘든 듯 이마에 땀을 훔치는데
아미(E) : 도경씨!
도경 : . . .뭐야. . .이제 환청까지 들리네.
도경, 세게 나뭇가지 부러뜨리는데
아미 : 도경씨!
도경 : (놀라) !!!
아미 : 놀랬죠?
도경 : (눈을 비비고 본다)
아미 : 나예요, 아미. 아흐... 한참을 헤맸네... 나 목말라요, 물 한잔만 주세요.
도경 : . . . . .
S#26. 시골 동네 일각 / 낮
도경, 아미 걸어온다. 도경, 반가움 숨기고 틱틱거리는.
도경 :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아미 : 이성월 사장님한테 물었죠.
도경 : 왜 온거예요, 이 촌구석까지.
아미 : 전화를 계속 안받으니까 왔죠.
도경 : 내 전화 내가 안 받는데 무슨 참견입니까?
아미 : 화 났어요?
도경 : 내가 왜?
아미 : . . .연락 안돼서 좀 걱정했어요.
도경 : 내가 죽기라도 했을까봐?
아미 : 응.
도경 : 안 죽은 거 확인했음 됐죠? 올라가요 이제.
아미 : 화났네, 뭐.
도경 : . . . . .
아미 : . . . . . .
도경 : 올라가요. 해 떨어지기전에.
아미(E) : 보고 싶었단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오는데.....
도경(E) : 날 보러 여기까지 찾아온거야 정말? 당신 혹시 나 사랑하고 있니?
아미 : 그 날 여기서부터 서울까지 달려온거예요? 내가 거짓말로 문자 보냈던 날?
도경 : 몰라두 돼.
아미 : 미안해요.
도경 : 뭐가 미안하단거야.
아미(E) : 널 좋아하면서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거, 니가 날 좋아하는거 알면서도 내 옆에 두지 못하는거.
아미 : 그 날 거짓말 한거 미안하다구요.
도경 : 시덥쟎은 소리 집어치우고 얼른 올라가요.
아미 : 나 배고픈데.
도경 : 올라가다 휴게소에서 사 먹어. 당신 돈 많쟎아.
큰형, 뒤에서 도경의 머리통을 딱 때린다.
도삼 : 손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도경 : (아파서) 아흐.... 언제 왔어?
도삼 : 가시죠. 식사하세요.
아미 : 감사합니다.
아미, 도삼을 따라가는.
아미 : 동네가 참 정겨워요. 공기도 맑구.
도삼 : 오신 김에 고추도 좀 다듬고 일도 거들고 가시죠.
아미 : 일당 주실꺼예요?
도삼 : 5천원만 받으심 어떨까.
아미 : 만원은 주셔야죠, 하루 일당 5천원인데가 어딨어.
도경 : (따라간다. 큰 형과 아미가 웃으며 이야기하는 뒷모습 보며..... 미소)
도삼 : 그건 좀 생각해봐야겠는데요. 제 감자밭을 멧돼지가 다 망쳐 놨어요.
아미 : 얼마 전에 서울에서도 멧돼지가 한번 난동을 부렸는데....
도삼 : 그 놈이 그놈이예요. 내가 키운 감자먹고 서울 올라간거라니까. 우리집 감자가 그렇게 좋다구.
아미 : 그 감자 저도 좀 쪄주세요.
도삼 : 서울 올라가서 아가씨도 난동 부리게?
아미 : (깔깔 웃으며 도경을 돌아본다)
도경 : (얼른 미소 감추고 딴데 보는 척)
S#27. 도경의 시골집 / 낮
깻잎, 고추, 부추전.... 낡은 밥상에 한상 차려진 성찬. 칠복, 도삼, 도경 둘러 앉아있다.
아미와 어머니, 마루에서 나온다. 몸빼바지와 알록달록한 아줌마 세타를 입은 아미, V자 그리며 온다.
칠복 : 아이구.... 이뻐라. 선녀가 따로 없구만.
도삼 : 야... 그러구 나오니까 사이좋은 고부 같네. 너무 잘 어울린다.
어머니 : 차린 게 없어요.
아미 : 아니예요 어머님....
칠복 : 우선 이걸루 요기만해. 저녁엔 생선도 굽고 씨암탉도 한마리 잡을께.
아미 : 맛있게 먹겠습니다.
둘러 앉아 밥먹는 도경, 아미, 칠복, 도삼.
아미, 밥을 푹푹 떠 아주 맛나게 먹는다. 칠복, 이쁘다는 듯 보고.
아미 : 음... 찌개 너무 맛있어요....
도삼 : 우리집 청국장 일품이죠.
도경 : 청국장도 먹을 줄 알아요?
아미 : 얼마나 좋아하는데. 음.... 김치도 너무 맛있다.
칠복 : 시장했구나....말 그만하고 어여 먹어요.
머리에 수건 맨 아줌마들 서넛 마당으로 들어서며.
아줌마 : 서울서 도경이 샥시감 왔다며?
아미 : . . . .
도경 : (아미 눈치보이는) 아니예요. 그냥 서울에서 온 손님이예요.
아줌마 : 아이고.... 곱다.... 미씨코리아 아녀?
도삼 : 이따 저녁에 오세요. 아버지가 잔치하실꺼예요.
S#28. 도경 시골집 마당 / 밤
동네 사람들 모여있다. 도삼, 노래부르고 있다. 흥에 겨워 신나게.
아미, 칠복, 어머니, 도경과 아줌마들 박수로 장단 맞춰주고. 노래 끝났다. 박수치고.
동네사람들 : 이제는 샥시! 샥시! 샥시!
도경 : 됐어요, 왜들 이래 진짜. . . .그만해 그만!
아미 : (벌떡 일어나 나간다)
도경 : . . . . .?
아미 : (숟가락 잡고 노래한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요. . .당신만 아세요 열 일곱 살이예요.
가만히 가만히 오세요. 요리조리로.... 노랑새 꿈꾸는 버드나무 아래로.
어른들 막걸리 돌리고 박수치고 춤추고 흥겨운 분위기.
도삼, 숟가락으로 대접을 치며 장단 맞추고 춤춘다.
아미 : 나는 얼굴이 붉어졌어요... 가르쳐 드릴까요 열일곱 살이예요.
가만히 가만히 오세요....요리조리로.... 노랑새 꿈꾸는 버드나무 아래로...
도경 : (미소). . . . . .
(노래를 끝까지 해도 지루하지 않으면 아줌마들 ‘앵콜앵콜’ 하는데까지 가도 좋고.
그럼 아미, 기다렸다는 듯 다른 노래 하나 또 시작. 사람들 웃고, 도경은 사랑의 눈길로 보며 박수장단 맞춰주고)
S#29. 중식당 / 밤
영지, 준우, 재순 앉아있다.
재순은 준우보고 반갑고 좋아 호들갑스럽다. 준우, 간간이 기침하고.
준우 : 처음 뵙겠습니다. 김준우라고 합니다.
영지 : 이 쪽은 제 친구 양재순이요. 고3때 같은 반이었구요, 몇 달전까지 백화점 주차장에서 같이 일했어요.
재순 : 어떤 분일까 너무 궁금했는데 진짜 멋지시다....
준우 : 재순씨도 엄청 미인이신데요.
재순 : 어머, 제가요? (호들갑스럽게 웃으며) 어떡해 어떡해..... 어쩜 그렇 게 보는 눈도 있으시냐....
영지가 준우씨 자랑 엄청 했어요.
준우 : 그랬어요?
재순 : 네, 맨날 자랑만 하다가 오늘에서야 보여주는 것 좀 봐.
영지 : 배고프다. 빨랑 뭐 시키자.
준우 : 스페셜 정식으로 3인분 하죠.
재순 : 빼갈두요!
요리 놓여있고 죽엽 청주류의 술로 건배하는 세 사람. 재순, 원샷 해버린다.
영지 : 야, 그거 독한 술이야.
재순 : 제가 오늘 너무 기분이 좋아갖구 말이죠... 두 사람은 왜 안 마셔?
영지 : 준우씨는 차 가져왔구, 난 이따 아르바이트 해야지.
재순 : 야! 이렇게 돈 많구 멋진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대리운전 알바를 왜 뛰어. 안 그래요, 준우씨?
영지 : 양재순!
재순 : 내가 만약 준우씨같은 남자친구를 만났다.... 난 그럼 힘든 아르바이트 당장 때려치운다.
영지 : 야, 너 벌써 취했니?
재순 : 영지가 준우씨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서 저도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얼마나 고생했는줄 아세요, 우리 영지?
준우 : 제가 앞으로 잘 모실꺼예요. 걱정마요 재순씨.
재순 : 백화점 주차장에서 일 할때.... 정말 우리 힘들었어요. 무시 당하고 서러운 일도 많았고....
영지 : (테이블 밑에서 재순의 다리 걷어찬다)
재순 : 아흐!
영지 : (주책 좀 떨지마 하는 싸인)
재순 : 어쨌든 영지한테 잘해주세요. 먹고 살기 바빠서 그동안 남자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거든요.
준우 : 당연히 잘해줘야죠. 제가 아주 말도 잘 듣고 있어요.
재순 : 영지 좋겠다....
준우 : (요리를 접시에 덜어주며) 이거 맛있네요. 좀 드세요.
재순 : 준우씨 친구중에도 멋진 사람 많죠?
준우 : 저보다야 멋지겠습니까.
재순 : (손뼉을 짝 치며 큰소리로 웃는) 하하하. . . 어머나 웬 왕자병? 한 유머 하시네요.
영지 : . . .야아...
재순 : 준우씨, 나 소개팅 시켜주세요! 준우씨 친구중에 멋진 사람 많을꺼 아니예요.
S#30. 거 리 / 밤
준우의 차, 달려와 어느쯤엔가 서고 재순 내린다. 준우도 따라 내리고.
재순 : 또 뵈요 준우씨!
준우 : 네, 오늘 반가웠습니다.
재순 : 제 소개팅 잊지마시구요! 영지야, 전화할게! (간다)
준우, 차에 탄다.
영지 : 좀 정신없으셨죠? 쟤가 오늘따라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
준우 : 재밌는 친구네요.
영지 : 내가 남자친구 소개하는거 처음이라 엄청 들뜬 것 같아요. 준우씨가 이해해주세요.
준우 : 재순씨가 소개팅 해달라는거 진짜 그러는건 아니겠죠?
영지 : . . . .진짜 그러는거 같던데....
준우 : ......그래요?
영지 : . . . .
준우 : . . . . . .
영지 : 왜요? 결혼 안한 친구가 하나도 없어요?
준우 : 그게 아니구....
영지 : . . . .
준우 : 재순씨 지금 의류매장에서 일하신다고 했죠?
영지 : 네.
준우 : . . . . . .
영지 : 준우씨 친구중엔 재순이랑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는거죠?
준우 : . . . .꼭 그렇다기보다는....
영지 : 어울리지 않는 이유가 뭔데요? 우리가 안 어울리는거랑 같은 이유죠?
준우 :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요?
영지 : 솔직하게 그렇쟎아요.
준우 : . . ..소개팅 할 사람 찾아보죠 뭐.
영지 : . . . .
준우 : . . . . .
영지 : . . . .들어가세요. 저도 여기서 내릴께요. (내린다)
영지,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준우 : 어디가요?
영지 : (가방에서 PDA꺼내며) 아르바이트 할꺼예요.
준우 : 오늘은 그냥 가서 쉬어요.
영지 : 어제도 쉬라그러구 그제도 쉬라그러구.... 굶어 죽으란거예요?
준우 : 그거 안한다구 굶어요?
영지 : . . . .
준우 : 내가 다른 아르바이트 구해줄테니까 그건 그만해요.
영지 : . . . .싫은데요.
준우 : 영지씨가 밤에 힘든 일 하는거 나 싫단말예요.
영지 : 밤에 힘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사는거, 그게 나예요. 날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준우 : . . . .영지씨는 뭘 먹어서 고집도 이렇게 쎄요?
영지 : 영지버섯이요.
준우 : . . .(황당한 듯 웃고) 그럼 조심해서 일해요.
영지 : 감기약 챙겨드시고 주무세요. 오늘은 일하는데 나오지 마시구요.
준우 : 알았어요.
영지, 손 흔들고 뛰어간다. 준우, 물끄러미 보다가 차에 타며 기침 콜록.
S#31. 도경 시골집 / 밤
화로불 피워놓은 마당. 칠복, 아미, 도경, 도삼 둘러 앉아있다. 따뜻하게 도란도란 얘기하는 네사람.
아미 : 궁금한게 있는데요.... 큰 형님 성함은 왜 최도삼이예요?
도삼 : 어머니가 태몽으로 산삼 캐는 꿈을 꾸셨대요. 그래서 도자 돌림에다 삼을 붙였죠.
아미 : 형님은 심마니가 되셔도 좋을뻔 했다.
도삼 : 산삼까진 아니라도 자연송이는 꽤 캡니다, 제가.
아미 : 도경씨는 왜 도경으로 지으셨어요?
칠복 : 우리 막내는 서울가서 살라고 서울 경자를 써서 도경이로 지었지. 그랬더니 정말 이 놈 혼자만 서울에서 살아.
그것도 좋은 직장 다니면서 말이야...
도경 : . . . .
칠복 : 우리 도경이 회사 가봤어? 외국같애, 외국.
아미 : 그럼요... 아주 좋죠.
도경 : . . . . .
칠복 : 도삼아, 나 기분좋아서 탁주 한사발 더 해야 쓰겄다. 가서 한 주전자만 더 가져온.
도삼 : 저두 그럴 참이었는데. 잠깐만 기다리세요.
도삼, 자리를 뜨고.
칠복 : 아미야 춥진 않냐.
아미 : 안 추워요.
도경 : 아버지 함부로 아미야 아미야 하지 마세요. 서울에서 잘 나가는 의사란 말예요. 우리랑 다른 사람이예요.
칠복 : 다르긴 뭐가 달러.
도경 : 아미씨,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요.
칠복 : 내 이름이 최칠복이야. 칠복. 일곱 개의 복이라 그거지. 그래서 내 인생에 무슨 복이 일곱 개나 있을까.... 한번 꼽아봤다.
니들 손가락으로 한번 꼽아봐라. 첫째는 우리 착한 할망구. 내 마누라.
도경. 아미 : (손 꼽고)
칠복 : 다음은 우리 착한 아들놈. 도삼이 도철이 도경이. 내가 못입히구 못먹였어두 다들 착하게 잘 커줬어. 손가락 네개 꼽았지?
도경. 아미 : (꼽고)
칠복 : 나머지 둘은 착한 내 며느리들. 도삼이 처, 도철이 처.... 다들 착하고 이쁘고 좋은 아이들이야....
아미 : 여섯번째 복까지 꼽았어요.
칠복 : 그래서 나머지 복 하나는 뭘까..... 내가 오랫동안 궁금해했다. 그런데 오늘 알았다. 나머지 복 하나는 아미야.
아미 : . . . . .
칠복 : 그래서 내가 칠복이다.
도경 : 아버지 지금 취하셨어요. 아버지 얘기 신경쓰지 마요.
칠복 : 제일 늦게 온 복이라 그런지.... 제일 이쁘구나.
아미 : (미소)
도경 : 늦었어요. 이제 그만 일어나죠.
칠복 : 자고 가는거 아니었어?
아미 : 가야죠.
칠복 : 너 아까 막걸리 많이 마셔서 안돼. 자고 가기 힘들면 술 깨고 새벽에 떠나.
S#32. 시골집 방 / 밤
열심히 걸레질 해주는 도삼.
아미 : 깨끗한데요 뭘... 그만 닦으세요. 제가 할께요.
도삼 : 다 했어요, 다 했어.
도경, 이불과 요를 들고 들어온다.
도삼 : 이리 깔어. 아랫목으루.
도경 : 보일러방에 아랫목이 어딨냐.
도삼 :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아미 : 잘 것도 아닌데....
도삼 : 그래두 누워서 편하게 쉬다가 올라가요. 자고 아침까지 먹고 가면 더 좋구.
아미 : 주무세요.
도삼 : 그래요. 쉬어요. 너두 나와 임마. (나가고)
도경 : 잠깐 눈 붙여요. (나간다)
아미, 이불 덥고 눕는다.
아미 : . . . . . .
S#33. 시골집 마당 / 밤
도경, 화로불 들쑤시며 혼자 앉아있다. 칠복, 마루에서 나오며
칠복 : 막내 너 뭐허냐..... 안 자고 뭐해.
도경 : 잠이 안 와서요....
칠복 : 잠이 왜 안오는지는 나도 알지..... (껄껄 웃으며) 좋을 때다. . . . . 나도 느이 엄마한테 연애편지보내고 답장 기다리면서
며칠동안 잠 못 잤었다.
도경 : 엄마가 답장 끝내 안하셨다면서요.
칠복 : 맞춤법이 많이 틀려서 만나기 싫었대.
도경 : 그런데 어떻게 엄마한테 장가들어서 아들까지 셋 씩이나 뒀어.
칠복 : 맞춤법이랑 사람좋아하는 거랑은 상관이 없으니까.
S#34. 시골집 방 / 밤
불 꺼진 방. 아미, 베개에 누워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듣고 있다.
칠복(E) : 사람하나 좋으면 다른건 다 안보여.
도경(E) : 아버지 때 얘기죠. 요즘 사람들은 약아서 안그래요.
칠복(E) : 너 같음 아미가 맞춤법 틀렸다고 싫어지겠냐?
아미 : . . . . . (이불 쓰고 눈 감는다)
S#35. 거 리 / 밤
영지, 술취한 여자와 싸우고 있다.
영지 : 아니 신사동으로 가재놓고 다 와서 인천엘 가자시면 어쩌란 겁니까.
여자 : 내가 처음부터 인천이라고 그랬어. 니가 잘못 알아들은거지.
영지 : 정말 이러실꺼예요? 빨리 대리운전비 주세요!
S#36. 준우 사무실 / 밤
준우,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통화중.
준우 : 응, 늘씬하고 이뻐.... 날도 추워지는데 한번 만나봐라. 겨울에 스키장도 같이가구. . . .직장다녀. 의류관련....뭐 그런.....
글쎄... 그건 안 물어봤는데. 야, 다 큰 성인한테 아버님 뭐하시냐고 묻는 것도 유치하지 않냐? . . .
전공? 야, 대학 그거 꼭 나와야 돼냐? . . . . .여보세요? 야, 민혁아! (전화끓으며) 이런 속물같은 놈들.. 관둬라 그래.
준우, 소파에 눕는다. 이불 쓴다.
S#37. 시골동네 일각 / 아침
아미 차로 걸어오는 도경과 아미. 도경, 보자기에 싼 통을 들고 온다.
도경 : 엄마가 어제 밤새 김치 담으셨대요. 짐스럽겠지만 그래도 엄마 성의니까 갖고 가서 먹어요.
아미 : 고마워요.
도경 : 조심해 가요.
아미 : . . . .서울엔 언제와요?
도경 : 봐서요.....
아미 : 안 올라올 수도 있단 말이예요?
도경 : 요즘 생각이 좀 많아요.
아미 : 무슨 생각이요?
도경 : ...있어요. 가요 얼른.
아미 : 저기. . . .도경씨 이거.....
아미, 백에서 카드 봉투 꺼낸다.
도경 : 그게 뭡니까?
아미 : 제 성의예요.
도경 : . . . . .
아미 : 무너진 담 고치고 아버님 병원다니시고 할려면 만만챦게 들꺼 아녜요. 그리구 감자밭 농사도 멧돼지들 때문에 망쳤다며.
도경 : 됐어요.
아미 : 제 성의라니까요.
도경 : 나 화내기 전에 얼른 가방에 넣어요.
아미 : 어제 나 때문에 잔치상도 차리셨는데....
도경 : 그거 몇푼이나 들었다고....
아미 : 안 받음 내가 섭섭할꺼 같은데.
도경 : 수술 늦겠어요. 얼른 올라가요.
아미 : 받아요!
도경 : 싫어요!
아미 : 왜 싫은데?
도경 : 받을 이유가 없으니까.
아미 : 자존심땜에 그러는거라면 웃긴거예요.
도경 : . . . . . .
아미 : . . . . . 나한테 원했던 게 이런거 아니었어요?
도경 : . . . . .
아미 : 아님 또 한번 계산을 하는건가. 이걸 안받아야 괜챦은 남자로 보이겠지....
도경 : 너 정말 못됐다.
아미 : .......
도경 : 니 스스로 정신차리는거지, 지금? 좋아졌다 가까워졌다 싶으니까 갑자기 정신이 퍼뜩 나는거야.
내가 이래선 안되는데.... 거리 유지를 해야하는데.....
아미 : . . . . . . .
도경 : 정아미야, 넌 진짜 비겁하다.
아미 : 너도 용감하지 못해.
도경 : 내가 용감해지면 너한테 뭐가 좋은데? 한번 용감해져 보까! 너 속으로 무섭지?
아미 : . . . . 갈께. (차에 탄다)
아미, 차 시동걸고 움직여 나가는데 도경, 앞을 막아서며 본네트를 주먹으로 내리친다.
도경 : 이럴꺼 왜 왔어! 왜 이 촌구석까지 힘들게 찾아와서 사람 마음에 왜 돌을 던지고 가.
아미 : . . . . .
도경 : 왜 여기까지 찾아와서 돌을 던지고 가냐구! 할 일이 그렇게도 없어, 넌?
아미 : 니가 먼저 나한테 돌을 던졌쟎아, 그래서 다시 던지러온거야.
도경 : 너두 내 돌을 맞고 흔들리긴 했었니? 아프기나 했었어?
아미 : . . . . .
도경 : 가! 다신 오지 마.
S#38. 국 도 / 낮
달리는 아미의 차. 아미, 표정 어둡다.
S#39. 시골 동네 일각 / 낮
고개 숙인 채 돌맹이 툭툭 걷어차며 걷고 있는 도경. 어디쯤 가다가 걸터 앉는다.
도경 : . . . . . .
칠복, 걸어온다.
칠복 : 아미는 갔니?
도경 : 네...
칠복 : 언제 또 내려온대? 주말쯤 오라고 하지.
도경 : . . . .이젠 안올꺼예요.
칠복 : . . . .
도경 : (일어서며) 저 창고 정리 할께요.
도경, 일어나 뛰어간다.
칠복 : . . . 아미가 일찍 가서 서운한게로구나....
S#40. 아미 진료실 / 낮
아미, 들어와 가방을 책상에 내던지고 털썩 앉는다.
아미 : . . . . .
칠복(E) : 나머지 복 하나는 아미야. 그래서 내가 칠복이다. 제일 늦게 온 복이라 그런지.... 제일 이쁘구나.
아미, 눈 감고 가만히 앉아있다.
S#41. 시골 동네 어귀 / 밤
모닥불 피워져 있다. 도경, 땀을 뻘뻘 흘리며 상자를 나르고 정리 한다. 사생결단하듯이 일을 하는 도경.
도삼, 주전자 들고 지나가다가,
도삼 : 야! 그건 안해도 되는거야. 냅두고 들어와.
도경 : (못 들은 척 계속 일만)
S#42. 아미네 거실 / 밤
어두운 거실. 아미, 들어와 털썩 앉는다.
아미 : . . . . .
초인종 소리. 아미, 혹시나 기대감에 문 쪽으로 시선. 달려나가는데......
식탁에 마주 앉아있는 이복언니와 아미.
이복 : 눈 그렇게 뜨지마. 안 반가운거 나도 알아. 반가워해 달라고 온 것도 아니구.
아미 : . . . .
이복 : 너 어제 어디서 잤니?
아미 : 그런걸 왜 물어요?
이복 : 미국에서 니네 엄마한테 전화가 왔으니까 묻지. 핸드폰도 안 되고 집에 전화해도 안 받는다구.
아미 : 1박2일 세미나가 있었어요.
이복 : 느이 엄마 다음주에 한국 나오신대.
아미 : . . .엄마가요?
이복 : 장거리 비행해도 좋을만큼 회복되셨나보더라. 좋겠다.
아미 : 엄마 혼자 오신대요?
이복 : 아버지도 시간 맞춰보시겠다곤 했는데 그건 잘 모르겠구. 니 신랑감 보러 나오신대.
아미 : . . . . .
이복 : 신랑자리가 꽤 근사하다며? 아버지가 일찍 상처하셔서 느이 엄마랑 재혼한 걸루 마담뚜가 말을 맞췄다고 하더라.
아미 : 왜요, 또 쪼르르 가서 진실을 밝히고 싶으세요?
이복 : 그럴까 했는데 니네 엄마가 사정하더라. 마지막 남은 소원이라구.
니가 좋은 신랑 만나는걸 보고 눈감고 싶대. 뻔뻔도 하시지.
아미 : . . . . .
S#43. 아트센터 근처 / 밤
영지가 운전하는 차, 와서 선다.
영지 :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영지, 걸어가는데 저만치에 아트센터가 보인다.
영지 : . . . . .(핸드폰 꺼내 버튼 누른다) 준우씨! 나 지금 어디게요? (표정 어두워지며) 어디 아파요?
S#44. 준우 사무실 / 밤
어두운 사무실. 준우, 입술 허옇게 마르고 식은땀 흘리며 누워있다. 영지 뛰어들어온다.
영지 : 준우씨!
영지, 다가와 이마 만져보고
영지 : 어쩜 좋아.... 불덩이야. . . 준우씨! 일어나요, 여기서 자면 안 되겠어.
S#45. 거 리 / 밤
영지가 운전하는 준우의 차, 달려간다. 준우는 조수석에서 눈 감고 있고.
준우 : 어디가는 거예요?
영지 : 응급실이요.
준우 : 그 정도 아니예요.
영지 : 그래두 가요.
준우 : 회의 때문에 저녁도 못먹구 약도 안먹어서 그래요.
영지 : ......
S#46. 거리 약국 앞 / 밤
준우의 차, 서 있다. 약국에서 약 봉지들고 나오며 전화하는 영지.
영지 : 영구야, 내 방에 불 좀 때! 아끼지 말구 팍팍 때. 그리고 좀 치우고 이불 깔아놔. 빨리!
S#47. 영지 방 / 밤
영지와 영구, 준우를 부축하고 들어온다. 이부자리 깔려 있는 방, 준우 눕힌다.
영구 : 아픈 사람을 이렇게 끌고 오면 어떡해.
영지 : 그럼 어떡해. 사무실에서 재울 순 없쟎아.
준우 : 나 괜챦아요.... 청주 내려가봐야돼요...
영구 : 이 시간에 청주를 왜 가요. 헛소리까지 하네 이제.
달구(E) : 준탱이가 왔다구?
달구, 들어온다.
달구 : 이 자식 여기 왜 자빠져 있어.... 술 쳐먹었냐.
영구 : 아프대요.
영지 : 준우씨, 금방 죽 만들어올테니까 죽 먹구 약도 먹구 자요.
달구 : 이 자식 여기서 재우게?
영지 : 아부지.... 한번만 봐줘.
S#48. 영지네 마루 / 밤
달구, 술 마시며 앉아있다.
달구 : 영구야! 잘 지켜라.
영구(E) : 걱정마세요.
S#49. 영지 방 / 밤
준우, 누워있다. 영구는 벽에 기대 졸고 있고.
영지, 준우 옆에 앉아서 물수건 갈아주고 있다. 준우, 영지의 손을 잡는다.
영지 : . . . . .
준우 : 고마워요 영지씨....
영지 : 죽 한번 더 먹을래요?
준우 : 아뇨 괜챦아요... 아까보다 식은 땀도 덜 나구 편해졌어요.
영지 : 푹 자요.
준우 : (미소.... 눈 감는다)
눈 감고 있는 준우를 보며 영지, 미소. 노트북 앞에 앉은 영지.
영지(E) : 생쥐의 일기 오늘의 제목,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바람이 부는 걸 어떻게 아나요, 나뭇잎이 흔들리는걸 보면서.
사랑이 오는 걸 어떻게 아나요, 변하고 있는 나를 느끼면서.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이 용기는 어디서 왔을까.
사랑을 하는 것, 그리고 견뎌내는 것. 이것만이 인생이고 기쁨이며 승리다...
난 이제 용감한 사람들도 가기 두려워하는 곳에 가고, 닿을 수 없는 저 별을 향해 손을 뻗었어! 이 용기가 사랑이다.
영지, 자고 있는 준우를 본다. 미소,
벽에 기대 졸던 영구, 점점 기울다 꽈당 쓰러진다. 놀라 잠이 깨 벌떡 일어나며.
영구 : 니들 무슨 짓 했어!
S#50. 영지네 마당 / 아침
세수대야 놓고 세수하는 준우. 영지, 김 나는 물 바가지에 갖고 나온다.
영지 : 찬물로 하지 마세요. 더운 물 가져왔어요.
준우 : 그건 영지씨 써요. 난 다 했는데.
영지 : (1회용 면도기주며) 면도 하세요.
준우, 얼굴에 거품 묻히고 영지가 들고 서 있는 거울보며 면도하는 중.
준우 : 거울 쫌만 더 위로.
영지 : 조심 조심.... 그 위 쪽 아직 깨끗하게 안됐다.
준우 : 여기?
영지 : 아뇨 좀 더 옆으로.
준우 : 자기가 해줄래?
영지 : . . . 그래!
영지, 면도를 해준다. 서로 웃고. ‘조심조심’. . . 사랑의 눈빛.
영구, 화장실에서 나오며 두 사람 보는.
영구 : 신났어요 아주..... 형! 솔직히 말해봐. 꾀병이었지?
준우 : (고개 돌리며) 응!
영지 : (놀라) 으악!
S#51. 영지네 마루 / 아침
준우, 턱에 반창고 붙이고 있다. 밥상에 둘러앉은 달구 준우 영지 영구.
준우 : 막내는?
영구 : 독서실에서 밤샜나봐요.
달구 : 좀 괜챦아졌냐?
준우 : 네! 다 나았어요. 황소도 때려잡을 것 같습니다.
달구 : 얘, 황소가 웃는다. 잘난척 하지말구 몸 건사 잘해.
준우 : 예, 아버님. 저 밥 한공기 더 먹어도 돼죠?
달구 : 지금까지 니가 한 말 중에 제일 기특한 말이다.
영지 : 주세요. 제가 퍼드릴께요.
달구 : 그리구. . . .언제까지 나와서 지낼꺼야?
준우 : 아버님한테 그런 얘긴 왜했어요 영지씨.
영구 : 영지가 한게 아니구요 그저께 우리집으로.....
달구 : (말 막으며) 됐다.
준우 : . . . . ?
S#52. 준우 사무실 / 아침
텅 빈 사무실. 준미, 세타를 가지고 들어서는데
준미 : 어머? 아침부터 어딜간거야.... (문 열고 밖에다 부르는) 박은희씨! 잠깐만요. . .
은희 : (들어온다) 왜요?
준미 : 오빠 아침 일찍 어디갔어요?
은희 : 어제 여기서 안주무신 것 같던데....
준미 : 그래요? 아니... 그럼 누가 우리 오빠를 보쌈해간거야?
S#53. 거 리 / 낮
운전하는 준우. 핸드폰이 울린다. 준우, 발신자 보고 잠시 망설임... 전화받는다.
준우 : 네, 아미씨.
아미(F) : 점심시간에 잠깐 만났으면 해요.
S#54. 레스토랑 / 낮
마주 앉아있는 아미, 준우.
아미 : 다음주에 엄마가 미국에서 오신대요. 엄마 오셨을 때만 잠깐 제 남자친구 역할을 해주셨음 해서요.
준우 : . . . .
아미 : 며칠 있다 미국 들어가실꺼예요. 그 다음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준우씨는 한번만 내 애인인척 해주면 돼요.
엄마 건강 안 좋으신거 알쟎아요. 안심하고 떠나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준우 : . . . . .
아미 : 애인인척 하는게 싫다면..... 준우씨가 나를 좀 잡아주면 안되겠어요?
준우 : . . . 어머니 오시면 같이 만나드릴께요.
아미 : 고마워요, 결혼할 사람이라고 소개할께요.
S#55. 백화점 / 낮
영민, 쇼핑백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다. 여성복 코너 들어가서 입어보고 빙 돌아보고....
영민 : 이건 얼마예요?
백화점을 활보하는 영민, 쇼핑 백 하나둘 늘어만 간다.
S#56. 영지네 동네 / 낮
모범택시 와서 서고 쇼핑백을 잔뜩 든 영민, 내린다. 수퍼 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영지, 영민을 보고.
영지 : . . . . . 영민아.
영민 : (화들짝) !!! 언니!
영지 : 너 이게 다 웬거야. 모범택시는 또 뭐구?
영민 : 친구가. . . .사준거야.
영지 : 친구 누구?
영민 : 언니는 모르는 애야.
영지 : (쇼핑백 채서 본다) 친구가 이 비싼 옷을 사주고 모범택시까지 태워 보내줬다구?
영민 : . . . 응. . . (영지 손 잡으며) 우리 빨리 집에 가자 나 배고파.
영지 : (손 뿌리친다)
영민 : (겁 먹은) 언니 왜 그래....
영지 : (핸드폰 주며) 당장 전화걸어, 그 친구한테.
영민 : . . . .언니. . . .
영지 : 당장 전화걸라니까!
영민 : . . . .(울음 터트린다) 언니. . . .
S#57. 영지 방 / 낮
영민, 쪼그려 앉아있고 영지와 영구 펄펄 뛰고 있다.
영지 : 다시 한번 말해봐! 돈을 누구한테 받았다구?
영민 : . . .그 아저씨 어머니한테.
영지 : (펄펄 뛰는) 미쳤어! 너 돌았어!
영구 : 그 아줌마가 더 나뻐. 왜 얘한테 돈을 주고 가. 아버지가 분명히 안 받겠다고 했구만.
영민 : 언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영지 : 난 몰라! 너 미쳤어? 제 정신이야?
S#58. 영지네 마루 / 낮
영지 방에서 싸우고 시끄러운 소리. 달구, 씁쓸한 표정으로 소주 마시고 있다.
준미, 들어선다.
준미 : 실례합니다.
달구 : . . . . ..
준미 : 뭘 좀 확인해보고 싶어서 왔는데요. 혹시 우리 오빠가 여기서 자고 다니나요?
달구 : 그건 알꺼 없고 마침 잘 오셨습니다. 댁의 주소 좀 적어주고 가슈.
준미 : 주소는 왜요?
달구 : 내가 편지 한통을 쓰고 싶어서 그렇수.
준미 : 안에선 이게 무슨 소리예요?
달구 : (버럭) 알꺼 없구 당장에 주소나 적어놓고 가라니까!
준미 : (깜짝)
S#59. 준우네 외경 / 밤
S#60. 준우네 거실 / 밤
비닐봉지 든 달구, 준우부 마주 보며 서 있다. 긴장감.....
옆에선 준우모, 반갑지 않은 얼굴로 보고 서 있는.
달구 : 서영지 애비 되는 사람 올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준우모 : 아니 여기가 어디라구 찾아오신겁니까.
준미, 2층에서 내려오다 깜짝 놀란다.
준미 : 어머! 아저씨가 여기 웬일이세요.... 아니 편지를 쓰시겠다더니 찾아오. . .(신거예요?)...
달구 : (준미에게 비닐봉지 던진다) 옛수! 소고기 세근 끓어왔시다. 수입 아니예요.
준미 : . . . . (받으며). . . .
달구 : 철학 선상님이시라면서요. 대포나 한잔 하면서 얘기 좀 합시다.
준우부 : 죄송합니다만 선생과 대작할 생각 없습니다.
달구 : 멀리서 찾아온 객이 술 한잔 청할 때는 싫어도 받아주는 것이 도리요. 싫으면 됐시다. 나 혼자 하지 뭐.
(잠바 주머니에서 소주를 꺼낸다) 병나발 부는건 예의에 어긋날 것 같으니까, 나 잔 하나만 갖다주슈.
S#61. 준우 사무실 / 밤
영지, 뛰어들어온다. 준우, 책상 정리하다가
준우 : 어? 영지씨. 마침 잘왔다. 우리 같이 저녁먹어요.
영지 : 큰일 났어요, 준우씨.
S#62. 준우네 거실 / 밤
거실 테이블에 찻잔과 소주잔 놓여있다. 과일과 약간의 안주도.
달구, 오징어를 힘줘서 쭉쭉 찢으며
달구 : 오징어도 질긴 놈을 내오셨네.... 철학 교수님, 도대체 인생이 뭡니까.
준우부 : . . . .(우습다는 듯 시선 피하며)
달구 : 인생이란 말입니다. 꿀물을 달라면 쓰디쓴 익모초 즙을 내미는 놈 입니다.
복주머니를 주세요 해서 받은 주머니를 열어보면 거긴 흉칙한 지네가 한 마리 들어 앉아있죠, 그게 인생인겁니다.
준우모 : 시간이 늦었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 주시죠.
달구 : 여덟시가 늦은 겁니까 이 집에선?
준미 : 아저씨 진짜 왜 이러세요?
달구 : 그런데 인생은 그게 끝이 아니죠. 익모초즙이 여자 몸에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구 지네가 관절염에 효과 있다지 않습니까.
인생이 그런겁니다. 절대 맘대로는 안되지만 받은걸 잘 살펴보면 나쁘지만은 않다 이겁니다. 우리 영지도 그렇습니다!
준우부 : . . . . .
달구 : 두 분이 보시기엔 부족하고 맘에 안드실지 모르지만 당신들이 그렇게 막 대할 아이는 아니라 이겁니다.
준우부 : 말씀 끝나셨습니까?
달구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내가 준비해 온게 얼만데. (손바닥을 본다. 글씨 적혀있다) 논어에 보면 말입니다.
준미. 준우모 : (손바닥 컨닝 황당하고). . . .
달구 : 애지 욕기생! 누군가를 사랑하는건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아들의 연애를 막으시는건지 이해를 못하겠습디다.
준미 : 막을만하니까 막지요. 우리집이랑 처지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달구 : . . . . .
준우모 : 우리는 댁의 따님과 우리 준우가 만나는게 싫습니다.
달구 : (소주병이 비었다. 다른 주머니에서 새 병을 꺼낸다)
준우모 : 혹시 정신감정을 한번 받아보셔야하는건 아니신지요.
달구 : 감히 누가 날 감정합니까. 나야 진품명품이죠.
남의 집에 찾아와서 연애 못하게 해라 윽박지르고, 철도 없는 막내딸년한테 돈 봉투 쥐어주고 간게 정상입니까?
준우부 : . . .? (돈 준건 몰랐던)
달구 : 당신들이야말로 정신감정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준우모 : 액수가 작으셨나요?
달구 : (버럭) 이런 빌어먹을 사람들을 봤나! 우리가 그렇게 우습게 보여! 당신들은 뭐가 잘났나!
준우부 : 그만 돌아가 주시지요.
달구 : (지갑에서 천원짜리 꺼내던지며) 옛수! 나도 돈 뿌리고 갈테니까 내 딸 연애 방해하지 마슈. 자요! 자!
달구, 천원짜리 뿌리고 있고 준우, 영지 뛰어들어오면서 ‘아버지’!! 소리치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