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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골에서는 아무에게도 감히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입니다.
만약 이야기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터이니까요."
그런 다음 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나는 오전 내내 들에서 감자를 심었어요.
저녁때가 되어 집에 돌아온 나는 스튜가 담긴 소스팬을 불에 올려 놓았어요.
그런 다음, 종일 일을 해서인지 등이 아팠기 때문에 스튜가 데워지기까지 소파에서 누워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부엌의 벽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밖으로 푸른 잔디가 보이는 커다란 창이 열려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잔디 위에 둥근 테이블이 있었는데 코바늘로 뜬 사랑스러운 테이블보로 덮여 있었지요.
테이블 주위에는 여러 개의 의자도 놓여 있었어요.
거기에 아버지, 어머니, 고모가 앉아 있었고, 내 '늙은 화냥년'(당신은 이 개를 기억할 거예요.
이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그 개와 처음 만났고, 개가 죽은 지 2년이 넘었군요)이
어머니 발밑에 앉아 있었어요.
나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톰이 이곳에 오려면 꽤 험난한 길을 거쳐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톰은 아일랜드에 사는 나의 형님이지요."
"어머니가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톰이 특유의 걸음걸이로 다가오더니,
아버지, 어머니 고모에게 키스를 했어요.
늙은 화냥년은 아주 환영한다는 듯이 톰의 주변을 뛰어다녔답니다.
톰은 더블린으로 가기로 결정하면서 개를 내게 주었지요.
나는 내 눈앞에서 보이는 이 모든 것에 놀랐어요.
그러나 앗, 하고 놀라기도 전에 부엌의 벽이 나타나면서,
잔디도 사라지고, 가족들도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후 나는 톰이 저녁 식사 도중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늙은 개를 포함하여 잔디 위에 있었던 나의 가족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연구하는 심령주의에 무언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발,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오늘 내가 한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 노인은, 지금은 이 세상에 없다.
형인 톰처럼 그도 잔디 위에 모습을 보였던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그가 길렀던 늙은 개도 노인을 환영할 것이다.
노인은 투박하기는 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를 무척 사랑했기 때문이다.
마을 소년들은 노인이 살던 오두막 정원에서 향쑥과 인동덩굴 향기가 달콤하게 나는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노인의 장례식에 참석하였다.
장례식에서 관에 노인은 없었고, 대신 그가 생전에 마지막까지 쓰던 물건들이 담겨져 있었다.
나는 예수의 시신에 바를 향유를 가지고 예수의 무덤을 찾았던 성경 속의 여인이 생각났다.
여인이 무덤을 찾았을 떄 그곳에 예수가 없었던 것처럼,
소년들이 향기 나는 꽃을 들고 찾아왔지만 노전사는 이슬에 젖어 있는 저 세상으로 가고 없었다.
아름다운 영혼의 동물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