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女僧)/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늬 산(山)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섭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설게 울은 슳분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 시집 "사슴"중에서/도서출판 소와다리]===
여승, 가지취(참취나물)는 향이 있는 나물인데,
여승에서 이런 향이 난다는 것을 정결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금덤판은 금점판인데 금광의 일터입니다.
나이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 같이 차게 울었다.
이 글이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왜? 때렸을까요.
기다려도 오지 않는 지아비.
그렇게도 도라지꽃을 좋아하던 어린 딸이
도라지꽃이 핀 돌무덤으로 가고 말았으니
여승이 되는 날 산꿩도 구슬프게 울었고
머리카락(머리오리)과 눈물이 떨어졌다는....
여승이 된 사연은 예나 지금이나
가슴 아린 슬픔이 있겠지요.
슬픈 시는 슬픔을 예방하는 데
가장 좋은 처방이라고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쓴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합니다.
=月光 이장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