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의 인연으로 만나 ‘티격태격’ ‘아옹다옹’하며 자매처럼 살아온 두 사람. 딸에게 있어 소녀의 감성을 가진 젊은 어머니는 남자친구 자랑부터 이별 후 쓰린 상처까지 시시콜콜 이야기할 수 있는 비밀 친구이다. 어머니 나이 열일곱 살에 모녀의 연을 맺고,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일찍 여읜 뒤 단둘이 산 지 48년. 조촐한 가족이기에 딸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유독 각별하다. 그렇기에 ‘평생 엄마와 단둘이 살 거’라던 김청이 어머니를 독립시킨다는 말에 ‘왜?’라는 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가 딸을 분가시킨 게 아니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 단짝 모녀에게 무슨 사연이 생긴 걸까.
mom’s house 01
딸이 어머니에게 선물하는 ‘안식년’
TV에서 통 볼 수 없었던 김청을 일산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에서 만났다. 촬영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그녀는 동대문에서 산 데커레이션용 꽃을 한 아름 들고 들어서며 “엄마가 좋아하는 화려한 꽃 사느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다녔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엄마 시집보내는 딸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녀는 바로 맞장구를 쳤다.
“엄마가 노처녀 딸 뒤치다꺼리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죠. 배우라는 직업이 늘상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침부터 저녁 밥상까지 엄마가 차려 주셨거든요. 혼자 있을 땐 뚝딱뚝딱 요리도 잘 해 먹는데 엄마가 계시면 물 한 잔도 안 떠 먹게 되더라고요. 게으른 딸내미가 걱정돼서 친구랑 여행도 마음 놓고 못 가고, 전원주택에 오래 살다 보니 일도 많고…. 어느 날 농담처럼 ‘엄마~ 딸한테서 독립해서 살아볼려오?’ 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좋지’ 하시더라고요. 하하.”
딸이 안식년을 준다는 얘기에 어머니는 금세 입이 귀에 걸렸다. 친구에게 자랑을 늘어놓는 어머니에게 슬쩍 섭섭하기도 했을 터.
“애물단지 같은 딸과 세 마리 강아지한테서 벗어난다고 좋아하는 엄마를 보면서 좀 섭섭하더라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싶었어요. 미용실과 양품점 운영하면서 억척스럽게 저를 키우고, 또 제가 연예인이 된 후로는 작품 할 때마다 예민해지는 딸한테 맞춰주느라 힘드셨던 거 다 아니까요.”
‘독립’은 어머니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선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자신의 진정한 독립을 위한 준비 단계인지도 모른다. “고생하면서 철 좀 들어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서 짐작이 된다.
“이제 저도 곧 50대에 들어서는데 혼자 살아가는 법을 좀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안일도 혼자 해보고, 연애도 좀 해보고 그래야죠. 엄마랑 같이 있는 게 편하니까 자꾸만 집에 있게 되고, 응석만 부리게 되더라고요. 근데 말로만 따로사는 거지, 두 집이 5분 거리라서 자주 왕래할 것 같아요. 하하.”
자식과 다름없는 애완견 세 마리의 뒤치다꺼리도 이제 그녀의 몫이다. 쿠키, 밍키, 루키의 밥을 아침저녁으로 챙겨 주고, 산책시키고, 두 집 살림의 생활비도 감당해야 하기에 하는 수 없이 부지런해지기도 해야겠다. 지금껏 가장 노릇을 해왔던 그녀는 이런 책임감과 부담감에 대해 “응당 해야 할 즐거운 숙제”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경제적인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사업하면서 실패도 많이 했고, 작품이 뜸할 때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요. 작년에 시작한 김치 사업이 그랬고, 이번에 엄마 집 꾸미면서 인테리어 사업에 대한 구상도 하게 됐어요. 즐겁게 제 일 하면서 돈도 벌고, 엄마도 행복하게 해주고, 물론 제 인생도 해피 엔딩~. 그렇게 생각하니까 요즘 자꾸 콧노래가 나오는 거 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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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좋은 딸이 꾸민 앤티크 취향이 깃든 집
인테리어 사업 구상을 할 만큼 즐겁게 집 꾸미기를 했다는 그녀.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의 손길이 빚어낸 집 탐방에 들어갈 차례다.
“전 모던하고 심플한 걸 좋아하는데, 이 집은 제가 살 곳이 아니라서 엄마의 취향을 많이 고려했어요. 답답한 걸 싫어하는 엄마를 위해 햇볕 잘 들고 공기가 잘 통하도록 꾸몄죠. 소파에 앉으면 통유리 가득 일산호수공원이 보이고, 비 오는 소리도 들리고, 밤이면 별과 달도 보이죠. 전원주택에서 10여 년 정도 살면서 자연과 더불어 지내셨잖아요. 그래서 집 안에 화분도 많이 갖다 놓고, 공원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했죠.”
집 안에 자연을 끌어들이되 전체적인 콘셉트는 유럽풍 앤티크다. 벽지의 디테일부터 화장실 벽의 타일까지 그녀가 꼼꼼하게 직접 골랐다. 그녀의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에 전문가도 혀를 내둘렀단다.
“두 달 동안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신경을 썼어요. 인테리어라는 게 돈이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원하는 자재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만족스러운 소득을 얻게 되더라고요. 샹들리에의 크리스털 컬러와 모양을 정하느라 같은 자재점을 3~4번 갔고, 방문의 몰딩도 원하는 샘플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죠. 주변에서는 유난 떤다고도 하던데, 전 그게 재밌더라고요.”
소품 구입의 비결은 ‘발품’이었다. 통로 벽은 마름모 모양의 수가 놓인 바이올렛으로 장식했고, 거실은 오리엔탈풍의 골드빛 벽지로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앤티크한 장식장과 실버 프레임 소파는 직접 주문 제작하기도 했다. 침실은 최대한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조도를 낮게 하고 자연광이 물씬 들어올 수 있도록 화이트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집 안 군데군데에는 그녀가 수집한 크리스털 조각품과 어머니가 수집한 플라워 프린트 도자기들이 하나 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모녀의 아기자기한 성격과 비슷한 취미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엄마랑 저랑 취미가 비슷해요. 함께 다도를 배우고, 제가 도예를 배울 때 엄마는 여행 다니며 예쁜 도자기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살림살이가 차곡차곡 쌓여가더라고요. 제가 엄마의 취향을 잘 알기 때문에 엄마가 기대를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집 꾸미는 두 달 동안 엄마한테 절대 안 보여드렸죠. 깜짝 공개하려고요.”
촬영 당일, 친구들과 함께 와 처음으로 집을 본 어머니는 남의 집을 구경하듯 연실 감탄사를 읊조렸다. 그런 어머니에게 딸은 “맘에 들우?”라 했고, 어머니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집도 좋지만 애물단지랑 떨어져 살아서 더 좋다”는 농담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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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닦달하는 모녀의 행복한 신경전
살가운 말 대신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그러다가 티격태격하는 것이 모녀의 애정 표현 방식이다.
“둘 다 ‘사랑해~’라는 닭살스러운 말은 못해요. 사과할 땐 미안한 쪽이 ‘저녁 먹자’고 상 차리고, 괜히 외출하는 엄마한테 말 한마디 더 붙여보려고 ‘촌스러운 그 가방은 뭐유?’라고 하다 스르륵 풀리죠.”
‘티격태격’이 일상인 두 사람 사이에 늘 ‘날 선’ 주제는 뭘까. 이번에는 할 말 많은 표정을 짓고 있던 어머니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결혼이죠 뭐. 농담 않고 진담으로 ‘밖에 좀 나가봐라’ ‘요즘에는 연애하는 남자 없냐’ 하며 닦달을 하죠. 근데 얘가 저를 닮았는지 연애에 도통 관심도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을 워낙 좋아해요. 이제 떨어져 살면 외롭고 심심해서라도 연애하겠죠, 뭐. 하하.”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김청은 외로움과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익숙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연애는 항상 인생의 0순위이다. 다만 젊은 시절 집안의 반대로 첫사랑에 실패하고, 이혼의 아픔을 겪으며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새로운 만남을 조심스러워할 뿐이다. 그렇다면 연애를 안 하는 요즘, 그녀를 즐겁게 해주는 에너지원은 무엇일까?
“요즘은 사업하는 재미에 빠져 있어요. 작년에 김치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제 자리 잡고 있는 단계라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런데다 이번에 엄마 집 꾸미면서 보니 인테리어 작업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인테리어 사업 구상하면서 다이어리를 끼적거리고, 자료 조사를 하다가 날 샌 적도 많아요.”
한때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그녀의 재도전이 다소 궁금했다. 쓰린 경험을 밑천 삼아 재기해 보겠다는 의지가 발동한 걸까.
“당시는 사업을 처음 시작한데다 워낙 퍼주는 걸 좋아하다 보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죠. 예쁘다는 이유로 사들이는 원자재는 많았고, 재고 정리는 잘 못했으니까요. 그 빚을 갚느라고 몇 년 동안 빠듯하게 생활했고, 이제는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 집을 모델하우스 삼아 시장 조사도 다니고, 이제 더하기, 빼기도 똑 부러지게 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당분간은 연기자보다 사업가로서의 삶을 꾸려보고 싶다는 그녀를 어머니는 “사업하다 보면 좋은 사람 만날 기회가 많으니 다행이다”라며 부추긴다. 어쩌면 어머니의 독립, 인테리어 사업 구상이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의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1 와인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와인 셀러는 윈텍에스앤에스(031-796-8776)의 제품.
2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 조용한 진공청소기는 일렉트로룩스(02-862-6381).
3 김청이 예찬하는 주방 필수품인 채소 건조기와 미니 오븐은 모두 로페(02-526-1052 http://www.bhkorea.co.kr/) 제품이다.
4 새로 꾸민 주방은 수납장의 위력이 발휘되는 공간이다. 냉장고며 전자레인지 등이 모두 수납장 안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기획 민은실 | 포토그래퍼 이진하 | 여성중앙
첫댓글 김청 모녀의 애틋함은 여늬 모녀와는 또다른 애틋함으로 깊은 사랑이 가득한듯 합니다.두분 모두 편안한 행복함으로 영원히 해피 하세요^^
사진이 보이시나요??? 전 안보입니다.
사진이 안보여요...tv에서 보긴 했는데
저도 안보입니다. 뭘 깔아야하나 봅니다.
저두 안보이네요
사진이 안보여요
안비네요.
액박
사진이 없어요 볼수가 없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