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이카 개신 - 당의 제도의 수용
1. 율령체제를 도입하다.
일본 다이카 개신의 최대 핵심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당의 율령체제를 도입하였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당의 균전제도를 모방하여 토지를 개혁한 반전수수법의 시행입니다. 이 파트에서는 율령체제 부분만 이야기해 봅니다. 율령의 수용은 다이카 개신으로 천황중심의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당에 파견된 견당사에 의해서 도입되었습니다. 여기서 율령격식이라는 개념에 대해 좀 알아볼까요? 율령격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사이트의 중국사편의 당나라(현종), 통일신라편의 무열왕조를 보면 자세합니다. 어짜피 일본은 당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니 여기서는 간략한 개념만 설명할께요.
율 - 형법, 국가의 통체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형법을 말한다.
령 - 행정법, 국가가 효율적으로 국가운영을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법들을 통칭한다.
격 - 이것은 시대가 변하여 율령이 백성들의 생활과 맞지 않을 때, 임시로 정하여 쓰는 법을 말한다. 또, 율령이 폐기되었을 때에는 격이 율령을 대신하는 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식 - 율령에서 제시한 법의 큰 틀에 포함되지 않은 세부적인 시행규칙들을 정한 것이다.
이 네가지를 율령격식이라 하며, 실제 우리 삼국시대에서도 국왕권 강화를 위해 각종 율령을 반포한 경우가 많습니다.
2. 진신의 난과 율령체제
율령 체제와 관련된 재미있는 사건이 있습니다. 일본 다이카 개신을 성공한 나카노 오에 황자(덴지천황)은 당시 후계자 관례를 무시하였습니다. 원래 관례상으로 천황의 후계자는 유력호족출신 황후의 황자가 계승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관례상으로는 오아마 황자가 후계자가 되어야 하는데, 나카노는 똑똑한 아들인 오토모를 후계자로 임명한 것입니다. 관례보다 자신의 뜻이 중요하다 생각하고는 천황의 권리를 주장한 것이지요.
다이카 개신을 성공하고 강력한 천황권을 유지하려고 했던 덴지천황은 오아마는 너무 약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오아마는 천황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혹시 천황에게 밑보여 죽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소심한 오아마는 머리를 깍고, 황위를 포기하겠다고 하면서 시골로 은거해 버렸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되었습니다. 똑똑하다 믿었던 오토모가 천황이 되었지만, 정책상으로 계속 실패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토모는 백제에 지원군을 보냈다가 고구려군에게 크게 전쟁에서 패했고, 천황권 강화를 위해 호족을 억압하여 지방호족들이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 기회를 노린 소시한 오아마 황자는 컴백해서 <진신의 난>이라 불리는 반란으로 오토모를 제거하고 천황에 오릅니다.
반란을 위해 각지의 군대를 모으고, 무력으로 천황에 오른 오아마 황자의 군대는 다른 어떤 호족보다 강했습니다. 호족들은 새로 정권을 잡은 오아마 황자가 너무나도 군사적으로 강하자 모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오아마는 정권을 잡는 것도 중요했지만, 정권을 잡은 뒤 호족세력들을 꼼짝 못하게 묶어놓는 것도 생각했던 것입니다. 오아마 황자는 가장 강력한 천황으로서 군림하게 되었고, 일본은 가장 강력한 중앙집권시대를 맞이하였습니다.
다이카 개신을 성공한 천황이 가장 약해보여서 절대 후계자로 삼지 않으려고 했던 오아마가 반란으로 정권을 잡고, 가장 강력한 천황이 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네요. 영웅의 진가는 숨을 때는 몸을 잘 숨기고, 기회를 잘 이용하며, 위기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때 나타나게 되는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