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에 박다
우리나라 전통 음식으로 ‘다식(茶食)’이라는 게 있다.
녹말, 송화가루, 콩가루, 참깨가루 등을 꿀에 반죽해서 만드는데,
흰색, 노란색, 녹색 등 색깔도 넣어서 나무로 판(틀)을 만들어 그 안에 재료를 넣어서 모양을 낸다.
그래서 다식은 여러 개를 만들어도 모양이 똑같다.
물건이 여러 개 있는데 모양이 똑같거나 별 차이가 안 날 때 ‘판에 박았다’고 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붕어빵’과 같은 의미라고 할까? 사물이 모두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을 때 ‘천편일률(千篇一律)’이라는 한자성어를 쓰는데,
이는 모두 한결 같이 비슷하거나 똑같아서 개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2. 한풀 꺾이다
한창이던 기세나 열기가 어느 정도 수그러지는 것을 ‘한풀 꺾이다’라고 한다.
이 말은 옛날에 옷을 손질하던 방법과 관련이 있다.
옛날에는 옷을 빨 때 솔기를 모두 뜯어 분리해서 빨래를 하고, 잘 말린 다음 다시 꿰매서 입어야 했으니 거의 옷을 새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때 천에다 풀을 먹여 새 옷감처럼 올을 곧게 펴준다.
풀은 쌀가루나 밀가루를 물에 풀어서 끓여서 만드는데,
풀을 천이나 종이에 바르면 풀이 마르면서 빳빳해진다.
이것을 ‘풀을 하다’ 또는 ‘풀을 먹이다’라고 한다.
풀을 먹이면 천에 광택도 나고 때도 덜 탄다.
풀을 먹여 천이 빳빳해지는 것을 ‘풀이 선다’라고 하고,
풀이 선 상태를 ‘괄괄하다’고 한다.
성품이 억세거나 목소리가 크고 거센 사람을 괄괄하다고 하는 것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괄괄하던 옷도 시간이 지나면 풀기가 죽어 후들후들해지고 볼품이 없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한풀 꺾이는 것이다.
‘한풀 죽다, 풀이 죽다’ 등도 같은 말이다.
3. 깡통 차다
가진 돈을 모두 잃고 쫄딱 망했을 때 ‘깡통 찼다’는 말을 쓴다.
원래 옛날부터 같은 뜻으로 쓰던 말은 ‘쪽박 차다’였다.
‘쪽박’은 조롱박을 반으로 쪼개서 만든 작은 바가지인데, 거지들이 쪽박을 들고 다녔던 데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바가지 대신 깡통이란 말을 쓰게 되었다.
‘깡통’은 영어의 ‘캔(can)’과 우리말의 ‘통’이 합쳐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된 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캔도 함께 들어왔다.
캔이 깡으로 소리가 바뀌고, 같은 뜻을 가진 통이란 말까지 더해져 깡통이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본 깡통은 대부분 미군들이 내용물을 쓰고 버린 빈 깡통이었다.
그러다 보니 깡통이라고 하면 으레 속이 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는 것 없이 머리가 빈 사람을 ‘깡통’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미군이 버린 빈 깡통은 그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용도로 주워서 쓰기도 했는데,
주로 거지들이 밥을 빌어먹을 때 옛날 바가지 대신 깡통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쪽박 차다’의 쪽박 대신 깡통이란 말이 들어가 그대로 똑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첫댓글 판에 박다. 풀이 죽다. 깡통 차다.
라는 말의 유래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에세이 까페로 모셔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