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초침이 끊임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저 초침이 시간을 재면서 돌아가고 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물론 초침이 없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작은 소나무 씨앗 하나가 모여 산자락을 푸르게 하고, 한 방울 빗물에서 큰 강을 이루는 발원지가 되기도 한다.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긴 여정에 뿌리가 된다. 시작인 출발점이 중요하다. 어느 일이나 시작이 있고 어느 형태로든 끝이 있다. 시작은 희망이 부풀어 힘차게 출발한다. 시작이 부담스러워 나서기를 껄끄러워한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라고 한다. 처음에는 거침없이 나아가는 것 같았는데 날이 갈수록 주춤거리면서 아예 흐지부지 멈추기 일쑤다. 남의 말에 현혹되면서 홀딱 넘어간다. 귀가 얇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감이 떨어져 곧잘 흔들리는 것이다. 남은 모두 잘하고 있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은 자격지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꾸 남의 마음을 헤아리려 흘끔흘끔 곁눈질에 눈치를 보게 된다. 처음부터 감당하기 힘든 큰 그림이 문제였다. 물론 잘 풀리고 잘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를 못하다. 아주 완벽하리만치 잘할 것처럼 계산한 것부터가 지나친 욕심으로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자존심에 짓눌려서 엉거주춤하고 체면에 가로막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다. 너무 얕잡아 보면서 서둘렀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같은 모양새로 잘 자라나는 억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줄기가 워낙 짱짱하니까 그렇지 웬만해서는 꼿꼿하게 서 있기도 버겁다. 한여름 몰아치는 비바람에 시달리다 한꺼번에 넘어져 바닥에 납작 깔려버렸다. 결국은 고개만 가까스로 쳐들었을 뿐 일어서지 못하고 누운 채 마디마다 새싹을 틔워 더 무성해졌다. 그러나 쓰라렸던 상처는 앙금 같은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성장 과정은 습관처럼 되어 쉽게 바꾸지 못한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선다.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때로는 잘못도 감싸고 극복해 가는 것이 삶이다.